▲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사룡리 한 호숫가에 위치한 별장 4채가 열린우리당에서 주장하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별장 파티'와 관련 논란이 되고 있다.연합뉴스 김도윤
'한 건' 올렸다고 생각했나 보다. 김한길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경악할만한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예고한 걸 보면 대량살상무기급은 된다고 본 모양이다. 하지만 발사 이후에도 '대량살상무기'의 기폭장치는 작동되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어제(16일) 공개한 '별장 파티'는 얼핏 봐선 구색이 맞는다. '지방권력 심판론'에 올인하던 차에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후속편이 걸려들었다. '황제 테니스'를 주선한 선병석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과 이 시장 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잡지 못해 확전을 못하고 있다가 고급별장에서 성악과 여성 강사까지 참석시켜 1박2일로 파티를 열었다는 사실을 접했다.
'황제 테니스'가 '특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면, 고급별장-여성 강사-파티는 '반서민'과 '부도덕'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이 시장과 선 전 회장의 특수관계를 기정사실화하면 '부패' 이미지도 확산시킬 수 있다. 잘만 하면 공천 비리로 부패 이미지를 뒤집어쓴 한나라당에 마무리 펀치를 날릴 수 있다. 오세훈 예비후보 외곽 때리기 효과까지 거둘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강펀치?
하지만 실상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선 전 회장과 서울시는 고급별장이 아니라 전원주택이고, 여성 강사가 아니라 여성 동호회원이며, 파티가 아니라 식사였다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은 "선 전 회장의 이름도 몰랐다"던 이 시장이 어떻게 고급별장에서 1박2일간 파티를 벌일 수 있었는지, 또 교회 장로로서 주일을 꼭 챙기던 이 시장이 무슨 연유로 예배까지 빼먹으며 선 전 회장 등과 함께 했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며, 따라서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였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이런 '열변'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확정할 수는 없다. 의혹 근거로 제시한 것들은 하나같이 정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아무리 넓게 해석해도 '그럴지도 모른다' 수준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언론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못해 싸늘하다. 오늘자 조간 중에 '별장 파티'를 1면에 올린 신문은 거의 없다. <국민일보>와 <동아일보>가 1면에 올렸지만 제목은 이것이다. "또 무책임 폭로전인가", "고발된 사안… 확인 안 된 설… 여당에서도 '너무했다' 비판".
관련 기사를 뒤로 돌린 신문들의 논조도 비슷하다. 그 어느 신문보다 '황제 테니스'에 비판적이었던 <한겨레>조차 이렇게 평했다. "경악할 만한 비리라더니…". 말줄임표에 들어갈 말이 뭔지는 분명하다. "도대체 이게 뭐냐"는 힐난이다.
<한겨레>는 '여성' 문제를 제기해 '부적절한' 술자리가 벌어졌음을 암시한 것과는 달리 모임의 구체적 참석자나 현장 상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 했다고 지적하면서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가 너무 성급하게 기대 수준을 높여놓은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