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60×110cm 패널 위에 사진꼴라쥬 2006박건
신자유주의의 안개가 짙게 드리워지면서 본성을 잃어가는 인간의 모습쯤 됩니다. 작가가 실제 '부서진 얼굴'을 작업하면서 스스로 섬뜩함과 대리 배설 같은 쾌감을 느꼈을 만합니다.
작가는 예리한 칼로 사진을 베고, 찢고, 옮기고, 나누고 덧붙이면서 예쁘기는커녕 보기만 해도 아프게 느껴지는 모습으로 망쳐 놓고 말았습니다. 후회막심이겠지요. 멀쩡한 사람을 이 꼴로 해놓았으니 참으로 끔직한 일 아닙니까.
그렇지만 작가는 대수롭지 않게 가고 있는걸요. 막 베여져 벌어진 속살에선 핏방울마저 나오지 않습니다. 통증도 없는 듯합니다.
괜찮을까요? 아니지요. 곧 선홍색 핏방울이 '송글' 맺히고 철철 흐르겠지요. 그제야 아리고 통증이 오겠지요.
작가는 인간의 무모한 욕망과 일그러진 결과를 에폭시 속에 가두어 박제화 했습니다.
저런, 손가락 보세요 12개!…
요즘, 세상 움켜쥐려면 저 또한 12개로는 모자라지 싶습니다.
글쎄, 인간들이 이렇다니까요.
안창홍은 30여 년 동안 일상의 의미를 미끼로 시대의 상처와 아픔을 연작으로 낚아 왔어요. 1970년대 중반 역사의 상처로 가정이 무너지고 가족이 흩어지는 내용을 담은 '가족사진' 연작, 시간의 덧없음을 표현한 '봄날은 간다' 연작, 어린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어른의 세계를 풍자한 '위험한 놀이' 연작 등.
연작 시리즈는 계속 이어집니다. 군부독재와 민주화 항쟁의 역사 현실을 의인화 시킨 '새' 연작, 우리시대의 성 풍속도인 '우리도 모델처럼' 연작, 주변부 생명체들의 명멸을 다룬 '자연사 박물관' 연작까지….
안창홍의 연작들에 나타난 그림 정신은 인간 본질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생명, 사랑, 죽음 따위에 관한 것들이지요.
양귀비 언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