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균 사장 "경영권 분쟁은 오히려 강해지는 기회"

폭풍전야 KT&G... 기업사냥꾼 아이칸 19일 이사회 첫 참여

등록 2006.04.19 08:37수정 2006.04.1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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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가 아이칸파트너스 및 스틸파트너스 등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곽영균 KT&G 사장이 지난달 7일 오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 앞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KT&G가 아이칸파트너스 및 스틸파트너스 등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곽영균 KT&G 사장이 지난달 7일 오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 앞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외국계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아 국내외 이목을 모았던 곽영균 KT&G 사장은 "아이칸과의 경영권 분쟁과정을 겪으면서 기업 입장에선 더욱 강해지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19일 첫 이사회를 앞둔 곽 사장은 최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이사회에선 아이칸 쪽에서 선임한 사외이사 리히텐슈타인이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회사 경영정보 등) 여러가지 자료를 요구하는 게 많을 것이지만, 숨길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KT&G 이사회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세계적인 기업사냥꾼으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칼 아이칸 연합군의 워런 리히텐슈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가 직접 참석하기 때문. 리히텐슈타인은 특히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투자자'로 유명하다.

"경영권 분쟁 고민 많았지만, 강해지는 기회"

아이칸 연합군의 경영간섭 등에 대해서도 곽 사장은 담담하게 답했다. 주주를 대표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선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이칸 쪽이 이사회에 들어와서 여러 이야기를 하면 충분히 들을 것"이라며 "표결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투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고민도 많았고, 많은 교훈을 얻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곽 사장은 "작년에 스틸파트너스가 먼저 주식을 샀는데, 아이칸 쪽이 들어올 지는 전혀 몰랐다"면서 "배당금 요구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외국인 비율이 63%가 넘는 상황에서 저쪽(아이칸 등)에서 조금만 모아도 이사 파견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그렇다고 막는데도… (한계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곽 사장은 "그동안 지배구조가 투명하다고 인정받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면서 "기업 입장에선 좀더 투명해지고 강해지는 기회도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17일 KT&G 대전본사에서 열린 제1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투표가 진행돼 KT&G와 아이칸 측 관계자들이 개표 및 감표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달 17일 KT&G 대전본사에서 열린 제1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투표가 진행돼 KT&G와 아이칸 측 관계자들이 개표 및 감표작업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조용학
첫 이사회... '폭풍전야'의 KT&G


19일 첫 이사회를 앞둔 KT&G는 한 마디로 '폭풍전야'의 분위기. 지난달 주총에서 사외이사 입성에 성공한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연합군'이 본격적인 경영참여를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주총이 끝난 후, 칼 아이칸 쪽은 별다른 공세를 취하지 않았다. 별도로 회사의 경영자료를 요구하는 등의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날 이사회에 직접 참석하는 리히텐슈타인씨가 어떤 요구를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T&G쪽 관계자는 "아이칸쪽에서 어떤 요구를 할지 아직 모른다"면서 "다만 그 쪽(아이칸 연합세력)에서 그동안 주장했던 부동산 매각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KT&G 쪽에서 향후 성장엔진으로 바이오산업에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신규사업 투자 확대를 통해 아이칸 쪽의 배당 요구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바이오 사업을 성장 엔진으로 보고 있다"면서 "스틸파트너스 쪽의 요구에도 영진약품 등의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KT&G의 고민은 경영권 방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아이칸 쪽과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한 사외이사를 둔 KT&G의 이사회 실험이 어떻게 끝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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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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