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마을 길잡이 지구길벗어린이
내게 지리책은 역사나 과학책만큼이나 흥미롭다. 지리책은 단순한 위치 확인 이외에 많은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일단 지리적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지리적 위치만 확인하는 것으로도 그 지역의 문화적 특징 몇 가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적도지방에 위치한 나라를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의식주가 어떨 것이라 예상된다. 반대로 극지방에 위치한 사람들의 의상이나 주거형태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평면적인 지도를 통해 입체적인 구상을 해나갈 수 있다. 이런 입체적 구상이 더욱 흥미로운 까닭은 지도가 주는 정보가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것에 있다.
지도는 우리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전해 준다. 예를 들면 행정지도는 나라와 지방의 경계를 표시하고 있고, 지정학적 지도는 행정지도와 비슷한 것으로 바다와 호수, 산 같은 지리적 특성까지 보여준다. 지형도는 지구의 자연적, 인공적 특색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고, 기후도는 어떤 지역에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평균적인 날씨를 보여주는 지도이다.
그 외에도 모형지도, 분포도, 도로지도, 지하철이나 버스 노선도, 지구본, 해도, 해저지형도 따위가 우리 생활에 필요한 직·간접적인 정보를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다양한 지도들이 '나'의 위치를 알려 준다는 것이다. 타인이 어떤 위치에 있다는 정보만큼 '나'의 지리적 위치를 본다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객관화해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객관화한다'는 것은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또 문화나 문명을 무형적인 것으로 느끼는 것보다, 타인과 나의 지리적 위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문화와 문명을 짐작하는 것은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인정할 수 있는 논리적인 설득력을 지닌다. 그런 이유로 나는 지리책을 좋아하고 아이에게도 다양한 지도책을 접하게 한다.
<지구마을 길잡이 지리>의 처음은 지도의 축적에 담긴 의미에서 출발한다. 다양한 지도의 쓰임새를 설명하고 우리가 있는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게 했다.
둘째 단원에서는 세상을 발견한 탐험가들이 지도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기원전 3세기, 지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이고 수학 천재였던 에라토스테네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지구 둘레를 측정했다. 그의 측정은 실제 지구 둘레인 약 4만km와 비슷한 약 4만6250km였다. 그런데 그 이후 프톨레마이오스가 부정확한 계산법으로 지구를 실제 크기의 1/4로 줄여놓았다. 그로 인해 천년이상 사람들은 지구둘레를 잘못 알게 되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계산법은 콜럼버스를 비롯한 많은 항해가들이 원정탐험을 마음먹게도 했지만 골탕 먹인 원인이기도 하였다.
셋째 단원에서는 지도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고, 넷째 단원에서는 지구가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지구가 한 덩어리였다는 사실을 대륙 이동설이 입증하고 있으며, 우리가 딛고 지각판이 멀어지면서 갈라지기도 하고 충돌하면서 솟아오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구의 움직임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세계지도는 변해 왔으면 지금도 변하고 있다.
다섯째 단원에서는 지역별 기후의 특성과 지형, 동식물의 분포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지리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다루고 있다. 그 중에 지도를 보는 방법을 설명한 부분은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형 지구를 평면으로 만드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귤껍질을 벗겨 펴놓는다든지, 직접 만든 자를 통해 북극성을 보고 내가 있는 곳의 위도를 알아보는 방법이 그 예이다.
초등학생을 둔 부모라면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사회교과학습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들을 싣고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기에는 그리 많은 분량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을 때 나누어 읽기를 권한다.
다양한 정보를 주는 책의 경우, 감성적 교류를 하기 어렵다. 아이들은 책이 주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지루해 한다. 그래서 정보를 많이 담은 책일수록 단락별로 나누어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교과내용에 맞추어 해당부분만 읽게 하고 나머지부분은 아이 스스로 읽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제는 책이 없어서 못 읽는 시대는 지났다. 그보다 지도를 보듯, 효용성을 따져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전략적 책읽기가 필요한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지구 마을 길잡이 지리 / 제인 글리스먼 글 / 길벗어린이 / 쪽수 P 143 / 값 8500원
지구마을 길잡이 지리
제인 글릭스먼 지음, 유정화 옮김, 김휘승 그림,
길벗어린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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