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7시간 넘게 감금했다" 법원노조 발끈

대법원 진상조사 착수... 서울남부지법 사건

등록 2006.04.21 11:29수정 2006.04.2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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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남부지법 전경. 공무원노조 법원본부측은 이곳에서 한 판사가 법원 공무원을 7시30분동안 감금했다고 주장해 대법원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서울남부지법 전경. 공무원노조 법원본부측은 이곳에서 한 판사가 법원 공무원을 7시30분동안 감금했다고 주장해 대법원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판사가 법원 공무원을 7시간이 넘도록 판사실에서 나가지 못하게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한 공무원노조는 판사의 행동을 '감금'이라고 규정하고,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20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김도영·이하 법원본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 야간 당직 판사였던 A판사가 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사가 신청한 구금장소 '영등포구치소'를 본인의 착오로 '양천경찰서'로 기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검찰 직원은 15일 오전 법원을 찾아가 구금장소를 양천경찰서로 하면 신병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영등포구치소로 정정해 발부해줄 것을 요청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날 A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고 A판사는 이 일로 인해 토요일 휴무였음에도 출근했다.

A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문제의 14일 야간당직자와 15일 일직당직자 등 3명을 차례로 판사실로 부른 뒤 "영등포구치소를 양천경찰서로 했는데 왜 확인도 하지 않고 기록을 인수인계 했느냐, 반성하는 기회를 갖자"며 사실확인서 작성을 요구했다는 것.

그러나 법원 직원들은 사실확인서를 쓸 수 없다며 반발, 이 과정에서 A판사가 화장실도 못 가게 했으며 점심도 굶을 수밖에 없었다고 법원본부는 주장했다. 직원들은 결국 판사의 요구대로 사실확인서를 쓴 뒤에야 판사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시각은 오후 6시30분으로, 무려 7시간30분이나 판사실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진상조사 착수

법원본부는 20일 보도자료에서 "국민의 인권보호와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할 판사가 내부 직원들에게조차 인권을 유린하고 불법감금한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도대체 국민을 재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어 "이런 중차대한 판사의 범죄행위를 알고도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면담요구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피해 직원들을 법원장실로 불러 사건을 무마하고 은폐하고자 한 남부지법 법원장을 엄중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본부는 이와 함께 "당직근무 직원들을 7시간 이상 판사실에 감금한 A판사는 직원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법원장은 사건을 은폐·축소하려하지 말고 A판사를 엄정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김도영 본부장은 이날 "불법감금이라는 범죄행위로 인권을 유린하는 판사가 어떻게 국민을 재판하느냐, 그런 판사의 판결에 국민이 승복하겠느냐"며 "법관 자질이 없으면 법원이 퇴출시켜야 한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남부지법 관계자들은 이날 "이런 불미스런 일이 생겨 참 안타깝다"며 난감해 했다.

서울남부지법 송봉준 공보관(판사)은 "이 사안은 이미 우리 손을 떠났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서 감사에 착수했다고 오늘 오전 통보가 왔다"며 "우리 법원 차원의 특별한 조치는 없고, 감사 결과에 따른 대법원 차원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공보관은 그러나 "법원본부가 감금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여성 판사 혼자서 남성 직원 등 3명을 감금할 수 있겠느냐"며 감금이라는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7시간30분 동안 판사실에서 나오지 못했던 남성 공무원은 이날 "위력은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판사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당시 함께 있었던 여성 공무원은 심한 스트레스로 신경이 예민한 상태라고 동료 직원들이 전했다.

A판사에게 사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21일 오전 10시30분까지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A판사는 재판이 끝난 뒤 대법원에 들어가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관련 직원 3명도 대법원 윤리감사실에서 밤 12시30분까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A판사 자진사퇴"... 행정처 "조사 마칠때까지 자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보와는 별개조직인 법원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곽승주)도 A판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도 20일 논평에서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할 법원에서 그것도 판사가 이런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A판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갖고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법원노조는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A판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고 더불어 형사책임도 물을 것"이라며 "이 사실을 축소·은폐하려 한 자 또한 엄중 처벌할 것을 법원행정처에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거듭 밝혔다.

법원내부 게시판인 코트넷을 통해 사건 내용이 급속히 퍼지면서 법원 공무원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A판사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게시판 등을 통해 전해지는 사실관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아직은 일방적인 주장 또는 조사여서 공식적인 해명과 합당한 조치를 하기에 미흡하다"며 "법원행정처는 이번 사례를 일방적·편파적으로 무마하거나 은폐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원가족 모두는 조사가 마쳐질 때까지 감정에 치우친 인신공격이나 속단에 기한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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