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할당제 놓고 여대생-남대생 한판 붙다

[대학생 4인4색 솔직토크] "지방선거 우린 이렇게 생각해요"

등록 2006.04.21 15:58수정 2006.04.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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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5·31 지방선거에서는 여성할당제가 최초로 도입되고 만 19세까지 투표권이 확대된다. 또한 기초의원 유급화도 처음 실행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각종 선거 정책에 대해 남녀 대학생들의 생각은 어떻게 다를까. 혹은 어떻게 같을까.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대생 2명과 남학생 2명이 솔직담백한 얘기를 나눠봤다.

봄바람이 쌀쌀했던 지난 18일(화) 저녁, 정혜진(22·성신여대 한문교육과 4학년)씨와 박소진(23·연세대학교 러시아과 3학년)씨 등 여대생 2명과 이정환(20·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과 2학년)씨와 이상환(20·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2학년)씨가 자리를 함께했다. 남학생 2명은 여학우가 특히 없는 '공대생' 2명으로 섭외했다.

"여성할당제, 반드시 필요" VS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대화는 이번 지방선거에 처음 도입되는 여성할당제로 시작했다. 여성 관련 선거정책이어서일까. 첫 주제부터 의견이 뚜렷이 갈렸다.

- 이번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여성할당제가 처음 도입되는데 여성할당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혜진 "무조건 찬성이다. 아무리 여성 사회 진출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정치 쪽에는 여성의 활동이 저조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여성할당제 도입은 여성 정치 참여를 유도하고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한 유명 여성 정치인이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낼만한 여성이 많지 않다'라고 했던 말에 많이 동감했다. 여성의 권리를 회복하고 억눌린 사회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여성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 이 사회의 여성들을 대변해 줘야 한다."

정환 "여성할당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현 정치상황에서 대다수의 정치인이 남자이긴 하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후보 선출 권리를 준다면 오히려 유권자들의 권리침해 아닌가?"


소진 "지금 여성의 능력을 무시하는 것인가?"

여대생과 공대생이 한 자리에 모여 선거에 대해 논하다. 여성할당제를 놓고는 확연한 시각차가 있었다.
여대생과 공대생이 한 자리에 모여 선거에 대해 논하다. 여성할당제를 놓고는 확연한 시각차가 있었다.장지혜
정환 "그런 뜻이 아니다. 여성할당제 자체가 장기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해도 제도 때문에 여성에게 표를 던져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소진 "나도 찬성이다. 요즘 여성할당제는 각종 고시 등 취업시에도 적용된다. 선거에도 당연히 적용시켜야 한다. 제도가 먼저 뒷받침되어야 그나마 미약한 여성의 활동이 제약을 덜 받고 활동영역을 넓혀 갈 수 있지 않을까?"

상환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남성과 대등한 위치에 오른 이상 따로 일정 비율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것은 역차별이다.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대결에서 여성이 우세한 경우가 많이 있다. 동등한 상황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 아닐까."

만 19세 투표권 부여 3:1 찬성 우세

두번째 주제는 만 19세까지 확장된 투표권 부여 문제. 남녀 상관없이 찬성이 우세했다. 소진양은 어린 유권자의 판단을 믿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이번 선거부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이가 만 19세로 하향조정 됐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상환 "아직 정치적 판단과 경험이 부족한 나이기 때문에 정치적 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입장이다. 젊은 층의 새로운 생각과 시각을 정치에 반영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혜진 "미국이나 영국은 18세부터 투표권이 주어진다고 알고 있다."

- 그렇다. 브라질의 경우 15살부터 투표권이 주어진다.

혜진 "만 19세라는 나이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자신이 후보자를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나이다."

정환 "나도 유권자의 나이가 만 19세로 낮아진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만 19세면 대학교 1~2학년 아닌가. 그 정도면 판단능력이 있다고 본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정치부분에 관한 정보들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나도 사실 정치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는 않았지만 요즘 정치뉴스도 클릭만 하면 볼 수 있으니 예전에 비해 관심도 많고 정보도 잘 알려져 있다고 봐야 한다."

혜진 "맞다. 동의한다. 예전에 비해 인터넷에 정치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 자연스럽게 클릭하게 된다. 정치라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가깝게 다가왔다."

소진 "난 반대한다. 투표율만 높아질 뿐 선거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 정립된 의식이 부족한 어린 유권자들이 과연 얼마나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환 "어린 유권자들이 정립된 의식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글쎄다. 과연 어른들은 얼마나 정립된 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이건 나이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선거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공정한 잣대를 가지느냐의 문제다."

소진 "특정 정당에 무비판적인 지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번 지방선거에도 이어진다면 문제가 있다."

유급제, "전문 종사자 늘 수 있어" VS "하는 일 비해 연봉 너무 높아"

기초의원 유급제에 대해서는 제도를 환영한다는 의견과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대등하게 나타났다. 전문 종사자가 늘 수 있다는 의견과 지금까지 지방정치의 모습에 회의적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이 팽팽했다.

- 마지막 질문이다.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돼 적지 않은 연봉이 지급될 예정인데 어떻게 보는가?

소진 "개인적으로 매우 부정적이다. 생산되는 일에 비해 봉급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생산성을 잘 따져 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회의적이다."

장지혜
상환 "난 긍정적인 편이다. 유급제가 도입되면서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들이 후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처럼 전문성 있는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한다면 더욱 전문적인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정환 "연봉 수준이 높아지면 그에 따른 책임감도 높아진다. 의원들의 세금납부 현황이나 지출 내역 등이 공개된다면 연봉이 높아져도 상관없다고 본다."

소진 "이 부분이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보여준 비리나 탈세의 모습을 봐라. 이런 상황이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

혜진 "소진씨 생각에 동의한다. 장점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들이 누리는 부분이 많은데 여기에다 높은 연봉까지 주어진다면 더욱 큰 사회적 문제들이 생기지 않을까?"

"지방선거 통해 사회 한 걸음 도약했으면"

- 끝으로 이번 5·31 선거에 대한 생각을 간단하게 말해 달라."

소진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나 각 당 점유율 등에 관심이 간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고 좀더 적극적으로 선거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정환 "생애 첫 선거다. 관심이 많이 간다. 선거에 꼭 참여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를 지킬 것이다."

혜진 "이번 5·31 지방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도약했으면 한다. 훌륭한 후보자들이 많이 나와 지방자치가 확실히 자리 잡았으면 한다."

상환 "지방선거에 많은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하다. 학교차원에서 더 적극적인 홍보를 하면 관심이 늘어날 것 같다. 나 역시 첫 투표인데 기대가 크다."

덧붙이는 글 | 장지혜 기자는 5·31 지방선거를 보다 입체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구성한 '<오마이뉴스> 지방선거 특별취재팀' 소속 시민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장지혜 기자는 5·31 지방선거를 보다 입체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구성한 '<오마이뉴스> 지방선거 특별취재팀' 소속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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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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