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화단의 풀숲에 피어 있는 민들레꽃.한명라
그런데, 그런 제가 정작 그 시각장애인 부부에게서는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짧은 커트머리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인과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젊은 남편. 부인이 남편의 팔짱을 아주 다정하게 끼고 있었고, 두 어깨엔 작은 가방을 메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부인이 팔짱을 낀 손에 서류가방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시각장애인들이 들고 다니는 은빛으로 빛나는 지팡이를 들고서 보이지 않는 길을 툭툭 더듬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밝은 빛이라고는 한 가닥도 가늠할 수 없을 짙은 어둠 속에 서 있을 그 부부.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다 가진 듯한 그 부부의 웃음이 저의 시선과 발걸음을 꼭 붙들어매고 있었습니다. 서둘러 가야 하는 학원 따위는 잊어버리고 그 부부를 따라서 함께 길을 걷고 싶을 만큼, 그 부부는 아주 밝고 행복한 미소를 나누면서 제 곁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세상 그 누군가가 자신들을 마냥 가슴 뭉클한 감동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 말입니다.
그렇게 이 세상의 모든 어려움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오로지 우리 둘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주면 이루지 못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듯이, 아무 거리낌없이 씩씩한 걸음걸이로 지나치는 그 부부의 뒷모습을 한없이 바라보며 걷다가, 저는 제가 들어가야 할 학원 건물을 한참이나 지나쳐 왔음을 뒤늦게서야 깨달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되돌아가서 학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서서 점점 멀어져 가는 그 부부의 뒷모습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습니다.
아무런 부족함 없이 정상적인 신체를 가지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도 쉽게 발견할 수 없었던, 행복한 웃음을 얼굴 가득 지으면서 어둠으로 가득 찬 험난한 세상을 향해서 힘찬 발걸음을 씩씩하게 옮기는 그 부부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이 사회로부터 부디 상처를 받지 않기를, 그리고 오래도록 그 행복한 미소를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마음으로 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