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KTX 열차승무지부 민세원 지부장필화
"저희(KTX 승무원)는 KTX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위탁비정규직으로 뽑혔습니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이렇게 비정규직으로 일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처음 근무를 시작했을 때, 승무원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하는 안전교육, 서비스 교육도 전혀 없었습니다. 휴일에도 일을 시키고, 초과 근무 수당도 안 주고, 보건휴가도 못 쓰고, 병가를 하루 내더라도 월급에서 공제가 되고, 항의하면 근무평가를 안 좋게 해서 내년에 계약 안 시키겠다고 협박하고, 성희롱적 언행, 비인격적 발언에 시달림도 당했습니다. 설, 추석에 예쁘게 꽃단장하고 한복 입고 6-7시간 인사하라고 하면 인형처럼 해야 하고, 대가도 못 받았죠.
열차 안에서 일은 저희들이 다 하는데도 정규직인 팀장이 모든 성과를 대신 받고 권한도 다 그쪽에 있었습니다. 꼭 유령 같았습니다. 내가 한 일이 다른 사람이 한 것처럼 되어버리고. 노예처럼 사는 게 어떤 건지 경험을 했어요. 노예제도는 옛날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얼마든지 인권유린, 착취를 하면서 근무평가를 빌미로 협박하는 거죠.
그래서 2005년에 노조 결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철도공사는 저희가 11월 2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장시간 농성을 벌인 후에야 처음으로 대화 테이블에 나섰습니다. 공사측에서 주장하는 바는 고용안정보장을 해줄테니까 다른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근무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위탁방침은 철회할 수 없다더군요.
공사 자회사가 17개인데 그곳의 정규직 임금수준도 1기 KTX 승무원과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저희가 계속 노조활동을 할 경우 위탁사업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또 갈 때가 없어지는 거죠. 자회사는 300명 이상의 여승무원을 감당할 역량도 안되고요.
자회사에 직원을 위탁고용해서 법적인 책임은 모두 떠넘기고 뒤에서 권한만 행사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죠. 부당한 것에 대해 고쳐달라고 요구해도 법적으로 저희가 소속되어 있는 자회사는 '우리 권한이 아니다. 공사가 알아서 한다' 이렇게 나오고, 공사는 제3자이므로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하니 말조차 해볼 수 없습니다. 하청노동자의 설움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결국 위탁된 자회사의 정규직이란 단어만 정규직이었던 셈이죠."
가장 어려운 것은 내 옆 사람의 흔들림
- 결국 지난 4월 14일부로 모두 해고통지를 받으셨지요?
"KTX 개통 때부터 2년 동안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일해 온 저희를 어떠한 보장도 없이 다 해고하겠다는 것은 저희에게 결정적인 생존권의 문제입니다. KTX 승무원으로 존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제기된 지금, 강력한 투쟁으로 이철 사장의 그러한 결정, 정부방침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철 사장이 지난 월요일부터 일주일 동안 병가를 내서 일본으로 휴가를 갔습니다. 우스운 건 그 일주일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정회의를 열어서 공사쪽에 노조측과 조건없이 교섭을 하라는 권고안을 냈는데 그 교섭기간이었던 거죠. 2차 교섭회의가 있는 날 오전에는 해고통보를 받았고요. 그러한 무책임한 행동으로 저희 생존권을 아무렇지 않게 박탈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사와 정부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용서할 수 없습니다."
- 긴 투쟁과정 속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이곳(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에 3월 9일에 들어온 후 40여 일이 지났습니다. 저는 조합원들이 힘들어서 흔들리다 결국 사측에 복귀할 때 제일 괴롭고 힘듭니다. 조합원들로서는 투쟁이 길어지면서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일반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 운동, 연애, 공부 같은 것들도 못하니까 어려울 거예요. 무엇보다 KTX 승무원으로서 일을 하고 싶은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을 안 하면서 싸워야 하니까 그 사실이 힘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