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원 골동품시장, 충동구매주의보 발령합니다

[중국살이 1년] 북경에서 놀기⑦ - 반가원 골동품시장

등록 2006.04.23 16:32수정 2006.04.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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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경에 있는 반가원(潘家園) 골동품 시장(이하 '반가원')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지난 학기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수업이 있어서 가지 못했을 뿐입니다. 반가원은 주말에만 장이 선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 강의 시간표가 확정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아, 이번 학기에는 반가원에 갈 수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다행스럽게도 드물게 화창하고 드물게 바람 없던 22일(토요일)에 드디어 반가원을 향해 학교를 나섰습니다. 학교에서 반가원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에 간 뒤,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합니다. 번잡스럽기도 하지만, 오후가 되면 사람이 뜸해지고 일찍 파장한다하여 택시를 탔습니다.


반가원 골동품 시장의 입구와 내부 모습입니다.
반가원 골동품 시장의 입구와 내부 모습입니다.윤영옥
도착했을 때 이미 가장 붐빈다는 9시를 훨씬 넘긴 시간임에도 반가원에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방향을 못 잡고 있다가, 사람 많은 쪽으로 무작정 가다가 만난 곳이 '반가원'이었으니까요.

반가원에서 느낀 첫 인상은 아주 의외였습니다. 골동품 시장이라기에, 저는 우리나라 인사동처럼 큰길 양옆에 가게나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인위적으로 조성된 느낌이 강한 곳이었습니다. 시장 입구 구조물이나 시장 내부의 지붕 등이 그러했지요. 그래서 나빴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예상보다 넓고 파는 물품들이 다양해서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윤영옥
반가원에서 받은 또 하나의 느낌은, 북경의 다른 관광지에 비해 한국인이 적고 외국인(서양인이라고 해야 하나요?)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서양 사람들의 여행스타일이 드러난다고 해야 할까요?

여행사 패키지, 편리함 있지만 색다른 여행지 몰라
한국인 관광객 거의 자금성, 만리장성 등에 몰려


중국을 찾는 한국인 여행자들은 대체로 여행사 패키지를 통한 단체관광을 많이 선택하지요. 때문에 자금성이나 이화원, 만리장성 등 딱 정해져 있는, 남들 다 가는 곳만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대표적인 관광지에 가면 한국인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하면 이동이 편리하고 스스로 일정을 짜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있겠지만 반가원과 같이 덜 중요하지만(?) 흥미로운 곳은 찾아다니기 힘들지요.


윤영옥
그런 곳에서 서양인 단체 관광객은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단체라도 해도 고작해야 예닐곱 명 정도 될까. 그리고 우리나라나 중국 단체 관광객처럼 똑같은 모자를 맞춰 쓰고, 가이드의 깃발 하나만을 졸졸 따라다니는 그런 광경은 연출하지 않습니다. 일단공원처럼 한국인들이 거의 가지 않는 곳에서도 이들은 눈에 많이 뜨입니다. 어디어디에서 사진을 '찍고' 왔다는 것보다는 관심 있는 것을 '즐기는' 데 여행의 목적을 두는 듯합니다.

둘 다 장단점이 있으니 어느 하나를 일방적으로 옳다고 할 순 없지만, 제가 만약 여행을 간다면 저는 후자의 방식을 택하겠습니다. 유명한 관광지가 꼭 그 유명세만큼 맘에 드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버렸거든요. 반대로, 비교적 덜 유명하다고 해서 흥밋거리가 없는 게 아니라는 것도요.


윤영옥
반가원에서 파는 물건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골동품이라고 해서 아주 오래된, 무덤에서 출토된 것 같은 옛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낡은 축음기나 재봉틀, 영사기 등 비교적 근래의 골동품도 많습니다.

반가원은 크게 1구, 2구, 3구, 4구로 구역이 나뉘어 있습니다. 1구는 아주 오래된 골동품들을 파는 곳입니다. 낡은 청동 젓가락이 맘에 들어, 머리에 꽂으면 예쁠 것 같아 얼마냐고 했더니 150위안을 달라고 하더군요. 너무 비싸다고 깜짝 놀라니까 새것이 아니라 오래된 거라 그렇다고 합니다. 얼마에 팔면 사겠느냐고 묻는 걸로 보아 흥정도 가능해보였지만 충동구매는 자제하자는 생각에 그냥 지나쳤습니다.

윤영옥
2구는 각종 그릇과 도자기 등 주로 부엌살림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찻잔이나 차호 등 다구(茶具)도 많고요. 제가 만약 기숙사에서 직접 요리를 했더라면 분명 이곳에서 그릇을 몇 개 샀을 겁니다.

충동구매 않겠다는 결심, 결국 와르르 무너져

3구엔 고가구와 인형, 장식품들이 가득하고 4구엔 그림이나 옷 등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지붕 아래 구역을 상점이 빙 두르고 있는데, 여기선 주로 보석이나 가구 등을 팝니다.

윤영옥
구경을 하다 보니, 충동구매를 하지 않겠다는 저의 굳은 결심이 결국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나중에 사라'는 교수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원피스 한 벌과 치마 한 벌, 선물할 젓가락·식탁보·냅킨 세트를 샀지요. 학교에 돌아와서 교수님들께 옷을 샀다고 보여드렸더니, 어떻게 골동품 시장에서 옷 살 생각을 다 했냐, 취향도 참 독특하다, 그 옷 진짜로 입고 다닐 거냐며 어이없어 하셨습니다. 제 눈에는 예쁘기만 한데 말이죠.

윤영옥
이것 말고도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제 딴에는 굉장히 참고 참은 것이었습니다. 반가원 골동품 시장에 가실 때, 충동구매를 하지 않으려면 방법은 딱 한 가지입니다. 돈을 가지고 가지 않는 것!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수중에 돈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사게 될 테니까요. 그 정도로 예쁜 것이 많답니다. 저는 한국에 돌아갈 때, 사람들에게 줄 선물도 전부 이곳에서 살 계획입니다. 다음에 또 가자고 벌써부터 날짜를 잡았는걸요.

윤영옥
서단(西單)이나 홍교시장(紅橋市場), 대책란가(大柵欄街) 등 다양한 쇼핑의 명소들이 있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저는 반가원 골동품 시장을 추천합니다.

덧붙이는 글 | 중국에서는 다들 아시다시피 간체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가독성을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번체로 표기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중국에서는 다들 아시다시피 간체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가독성을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번체로 표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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