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뼈 '독도'를 시조로 쓰다

조주환 시조시집 <독도>

등록 2006.04.24 09:11수정 2006.04.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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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주환 시집 『독도』 표지

조주환 시집 『독도』 표지 ⓒ 김주석

조주환 시인의 세 번째 시조시집 <독도>(동학사, 2005)가 나왔다. 시인은 경북 영천 생으로 <길목>(시문학사, 1986), <사할린의 민들레>(혜화당, 1991)를 출간한 바 있다.

고은의 시 '독도'가 ‘그 누구의 고향도 아니면서 그 누구에게도 끝내 고향’인 곳이라면, 조주환의 시조 '독도'는 ‘동해의 자궁을 열고 몇 조각 뼈로 태어난’ 곳이며 ‘해협 밖 미친 바람이 제 뿌리를 흔들 때는/시퍼런 힘줄을 떠는 겨울 바다의 등뼈/결연히 창검을 세우’는 곳이다. 일본의 수로탐사계획으로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요즘 독도의 민족적 상징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독도의 이미지는 '해송(海松)'에서도 얼비친다. ‘심호흡에 빨려든 저 동해의 푸른 숨결이/내 몸의 세포란 세포 실핏줄에 불을 지펴/사무친 혹한에 찢어진/그 상흔을 태운다.//겨울바람을 뚫고 초고압 전류를 쏟는/밤의 한복판, 그 깡마른 가지 끝에/시퍼런 단죄의 칼 같은/혼의 불이 타고 있다.’

독도는 해송이다. 민족의 소나무 같은 꿋꿋함의 상징성이다. 온갖 시련에도 의연히 버팀하고 있는 우리의 정기이다. 이처럼 시인의 시 속에서 독도는 민족의 뼈이며 민족의 소나무로서 이미지화된다. 특히 ‘뼈’라는 시어는 반복되며 시집 곳곳에서 발견된다.

‘뼈’란 무엇인가. 그것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 유전인자를 간직한 채 그 존재를, 그 존재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증언하는 온존재가 아닌가?

독도
- 조주환

푸른 유리컵 같은 저 동해의 자궁을 열고
몇 조각 뼈로 태어난 백두의 핏줄 독도가 산다.
수줍은 태초의 햇살이
맨 처음 닿는 곳.

해협 밖 미친 바람이 제 뿌리를 흔들 때는
시퍼런 힘줄을 떠는 겨울 바다의 등뼈
결연히 창검을 세운다.
그 실존의 한 끝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혈육들이 잠든 밤
거친 풍랑에 꺼질 듯 깜박이다
가끔은 고독에 깎이며
소금 꽃을 꺾어 문다
우리 몸속의 근간이 되는 존재의 버팀목이요 존재의 산맥이요 인체의 중심이 아닌가? 시인의 시집 속에 형상화되고 있는 독도의 모습은 바로 이러한 민족적 근원으로서의 ‘뼈’이다. 우리를 증언하고 우리의 현재를 말하며 미래를 밝히는 살아 있는 민족인이요 한국인의 모습을 온몸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 독도인 것이다.

어기차게 그 정적인 모습을 지키다가도 외부의 시련에 이르게 되면 칼로 일어서는 동적인 모습의 민족적 원형이 독도요, 동해 바다를 선봉에서 지켜내는 외롭지만 강건한 애국자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민족적 현현이 또한 ‘독도’이다.


'죽음의 진창 같은/칠흑의 벽을 다 허물고//장엄히 터져나는/북소리 꽹과리소리//이윽고 지축을 뚫고 온/칼끝 같은/햇살들'('일출' 전문)에 번뜩이는 시적 이미지는 결연히 맞서 싸워 이겨낸 승리자의 모습이다. 그 어떤 뒤흔듦의 날에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제자리 온전히 지켜내는 승리자의 얼굴이다.

‘한 점 순백의 뼈로 이 지상에 남을 때까지/하늘은 또 혹독히 나를 이리 태우는가./햇살로 천일염 만들듯/내 영혼의 절정까지.’('폭염' 2수 1편 중 첫째 수).

독도

조주환 지음,
동학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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