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이제는 축제의 장으로!

취업의 디딤돌 - 청년층 취업페스티벌

등록 2006.04.25 20:25수정 2006.04.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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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봄이라고 하기에는 쌀쌀한 날씨였다. 각 대학이 개학준비로 바쁠 무렵 부산 소재 OO대학교에서 취업에 대한 정보제공 및 취업교육을 통해 미취업졸업생 및 재학생들이 취업준비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자며 '취업페스티벌'을 공동으로 개최하자고 연락해 왔다.


★TIP
'취업페스티벌’이란 ?

대학 내에서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서 필요한 구직기술, 이미지 메이킹, 면접 등에 대한 단기간의 교육을 실시하는 일종의 취업 축제
/ 이기훈
부산종합고용안정센터에서는 취업특강, 직업심리검사, 이미지 메이킹, 기업체 설명회 등으로 '취업페스티벌 지원팀'을 구성하여 3월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의 행사를 진행하였다.

첫날부터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가하였는데, 유독 남학생 한명이 집요하게 질문공세와 상담을 요구하였다. 그 학생은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3학년이었으며 토익은 920점대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학생 이야기의 요지는 한국OO개발공사에 취업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해 언론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OO개발공사 신입사원들의 토익점수 커트라인이 965점이었다는 내용 때문에 자신감을 상당히 상실한 상태라는 점이었다. 토익점수 10점 올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앞으로 45점을 올려야지만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오늘부터 이틀간의 취업페스티벌 행사에 적극 참여해서 기업체 설명회를 경청하고 또한 강사들에게 많은 질문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한 후에 심층상담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일 오후 5시에 행사가 끝마치니깐 5시쯤 여기에 와서 저하고 같이 상담을 하도록 합시다"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 학생은 힘이 빠진 듯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돌아섰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나 스스로 "잘못한 것이 아닌가? 지금의 상담장면이 바람직하였는가?"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한참을 그 학생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행사 첫날 오후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법 및 면접기법'에 대한 특강을 하기 위해 강의실로 올라갔는데, 제일 앞자리에 바로 그 학생이 방긋이 웃으며 반기는 것이었다.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으면서도 짧은 3시간의 강의시간에 이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전해주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시간의 강의 대부분을 상호간에 질문하고 답을 찾아내는 토론식 강의에 할애하였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동안 강사(교수)가 하는 말을 듣고 노트에 필기만 하는 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의에 참가한 학생들은 집단상담 형식의 강의를 통해 스스로 답을 얻어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알게 되었고 자신의 위치에서 무엇이 모자라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그 학생만은 아직도 자신의 목표인 '한국OO개발공사'에 대한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그 학생과의 1차 상담이 시작되었다. 상담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그 학생은 스스로 지쳐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감이 많이 상실된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그 학생에게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되었다.


"학생의 현재 위치는 OO대학교 내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토익점수도 높고, 학점도 높고. 단지 취업을 해야 할 기업체에 대한 관점을 한군데로 정해놓고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은데, 취업대상 기업을 넓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상담했던 학생들 중에는 대기업이나 공사, 공단에 취업한 학생보다는 중소기업체에 취업한 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그 학생들에 비해서 당신의 능력은 조금만 더 업그레이드하면 좋은 기업체에 취업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한국OO공사'에 취업하려고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공사, 공단이 일반 기업체보다는 근무환경이나 조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이라는 것은 근무환경이나 조건만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내 스스로가 정확히 알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학생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직무를 희망하는지 결정하셨습니까?"

"아직 희망직종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제가 전기전자과이니깐 기술연구직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기전자과라고 해서 기술연구직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유사 관련 직종들이 많으니 먼저 학생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직무의 내용이 있는 기업체들 중에서 귀하의 능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상담 후 '기업체 설명회'에 참석하여 기업체 인사담당자로부터 기업 실무와 관련된 상담을 받도록 하였다.

마지막 날 행사가 끝나고 마무리를 하기 위해 행사장을 정리하고 있을 때, 그 학생이 상기된 얼굴로 나타나서는, "선생님. 직업탐색이나 구직기술 등에 대한 교육을 무료로 해주는 것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프로그램 참가하고 싶습니다"라고 하여 나는 CAP 참가를 권유하였고 몇 달 뒤 그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CAP교육에 참가하였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기간동안 그전에 얻지 못한 답을 얻기 위해 서로 이야기도 하고 공부도 같이 하게 되었다. 그 학생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나도 많은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같이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일주일의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그 학생의 목표가 설정되었다.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기·전자·설계분야의 업무를 할 수 있는 기업체로 취업하는 것을 1차 목표로 결정하게 되었다.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공사도 좋겠지만 일반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것도 현장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기업체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토익점수는 잘 유지하거나 조금만 더 올리면 될 것 같고, 학점도 좋고, 이제는 어떠한 기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기업체 홈페이지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모집공고가 나오고 난 후에 준비하려면 늦기 때문에 그 기업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수집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상담을 마무리 지었다. 간간이 학교에 볼일이 있어서 갈 때면 도서관 앞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며 취업준비상황을 알아보기도 하였다.

그러던 그 해 겨울. 연락이 왔었다. 울산에 있는 OO기업에 전기·설계직으로 취업했다는 것이다. 축하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입사동기 중에 거의 대부분이 서울지역의 유명대학 출신인데, 저는 지방대 출신이라서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그러나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서 실력으로 인정받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해서 능력만 인정받으면 그런 학벌은 필요도 없으니깐 열심히 하세요 파이팅!"

올해 봄. 다시 OO대학교에서 '취업페스티발'이 개최된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그 학생과 같은 학생들이 우리를 괴롭혀주기를 바란다. 취업을 하고자 한다면 앉아서 기다리기 보다는 스스로 찾아다녀야 하고, 취업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토익 책만 붙들고 공부할 뿐이다. 가까운 고용안정센터를 찾아가라. 그리고 상담을 요청하라. 그리고 끈질기게 요구를 하고 같이 탐색을 하게 되면, 진정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의 고용 문제가 과거의 이야기로 남겨질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동 기사는 (사)노동자를 위한 연대 발간 월간 '일누리'에 동시 송고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동 기사는 (사)노동자를 위한 연대 발간 월간 '일누리'에 동시 송고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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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는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업상담원으로 지역민의 고용안정과 실업극복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고용서비스, 개별적 맞춤씩 고용서비스 등을 통해 우리 국민 한사람도 배제되지 않고 국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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