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복직약속 안 지키면서
'국민 앞에 약속'할 자격 있나

[取중眞담] 현대하이스코 크레인 농성과 1조원... 그리고 27일 순천

등록 2006.04.26 08:37수정 2006.04.2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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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ONT COLOR=A77A2>또다시 오른 크레인... 지난 19일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정몽구 회장 등의 사재환원 1조원을 발표하던 시각, 계열사 현대하이스코 하청업체 해고 노동자 33명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크레인 농성을 하고있었다. 그저 약속만은 지켜달라고.

또다시 오른 크레인... 지난 19일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정몽구 회장 등의 사재환원 1조원을 발표하던 시각, 계열사 현대하이스코 하청업체 해고 노동자 33명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크레인 농성을 하고있었다. 그저 약속만은 지켜달라고. ⓒ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현대기아자동차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이 또 한 번의 극한 대치 국면을 맞고 있다. 현대 측의 약속 불이행 때문이다. "크레인에 올라가야 노조로 인정받는 현실"을 비참해 하던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휴지조각이 된 '확약서'를 쥐고 분노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논현동 현대그룹 본사 앞에서 오보일배를 하며 호소도 해봤고, 현대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전국 주요도시를 돌며 캠페인도 했고 천막농성도 해봤다. 그러나 현대하이스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극한 대치 상황을 맞고 있다. 이들의 호소는 울분으로 바뀌어 광주전남지역 노동계를 화나게 하고 있다. 27일 현대하이스코 공장 앞은 '화약고'가 될 조짐이다.

7명만이 복직, 그리고 72억원의 손배소송

a <FONT COLOR=A77A@>약속도 지키지 않는 현대는 1조원 사회환원만... 비자금 등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차그룹 이전갑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이 19일 오전 대국민사과를 발표한 뒤 임원들과 함께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약속도 지키지 않는 현대는 1조원 사회환원만... 비자금 등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차그룹 이전갑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이 19일 오전 대국민사과를 발표한 뒤 임원들과 함께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해 11월 3일 현대하이스코는 약속했었다.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결과적으로 해고된 120여명의 복직과 노조활동 보장·민형사상 처벌 최소화를.

그러나 5개여월이 지나도록 지켜진 것은 7명의 복직뿐이다. 오히려 현대하이스코는 72억원에 달하는 손배소송을 청구해 이들에게 또다른 '짐'을 지우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노동자들은 구속을 마음먹고 "모든 가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폭력시위라는 비난도 감수하겠다"는 상황으로 이들을 내몰고 있는 것은 바로 현대하이스코라는 비판이 비등하다.


이런 현대하이스코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삼성·론스타에 이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1조원 사회환원을 한단다.

"자기 계열사가 국민들 앞에서 약속한 것도 헌신짝 버리듯 하는 현대가 무슨 놈의 사회적 책임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 그렇게 호소를 해도 귀를 막는 놈들이…". 한 노동자 분노를 삭였다. "대국민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슨 놈의 사회적 책임이냐"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 사랑과 성원으로 성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부끄러움과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현대가 먼저 고개를 숙여야 할 것은 '검찰에 수사받는 상황'보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있는 행태'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죄송"할 필요도 없다. 그냥 죄값을 제대로만 치르면 된다. 그러나 현대 계열사, 그것도 정몽구 회장의 셋째 사위 신성재씨가 사장으로 있는 현대하이스코가 '약속'을 저버린 데 대해 먼저 "부끄럽고 송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연신 "죄송하다"는 현대.. 뭐가 죄송한가

a <FONT COLOR=A77A2>오보일배, 천막농성, 그러나 현대는... 지난 2월 7일 오전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노사정합의 확약서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며 서울 강남 논현역네거리에서 하이스코 본사까지 2.4킬로미터 구간에서 오보일배 행진을 벌였다.

오보일배, 천막농성, 그러나 현대는... 지난 2월 7일 오전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노사정합의 확약서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며 서울 강남 논현역네거리에서 하이스코 본사까지 2.4킬로미터 구간에서 오보일배 행진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현대가 1조원 사회환원을 발표하던 그 시각,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장 안 크레인 위에 있었다.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서 '확약서' 이행을 하라고 요구하는 몸부림이었다. 이들 33명의 해고 노동자들은 7시간 만에 강제 진압당했다. 두번째 크레인 농성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61명이 지난해 10월 25일부터 11일 동안 벌였던 크레인 농성이 떠올려진다. 일부에서는 "과격한 투쟁"이라고 말했지만, 이들은 "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 때 이들이 크레인 농성을 벌이는 동안 밖에서는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현대하이스코는 배를 곯고 있는 농성자들을 위해 가족들이 가져온 물은 물론, 초코파이 등의 음식도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직원들은 시설을 보호해주고 있는 경찰에게 "니들 뭐하는 거야, 진압도 못 하면서"라는 거친 말도 내뱉었다.

그러나 꿈쩍도 않던 현대하이스코는 결국 확약서에 서명했다.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너무 미흡하다"고 했던 약속마저 나 몰라라 하고 있는 현대.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검찰 수사와 여론의 압박을 의식해 카메라 앞에서 서서 "죄송"과 "1조원"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저 "약속한 것만 지켜달라"는 노동자들의 호소에 한번쯤 귀 기울이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지려는 기초 자세 아닐까.

파업 전야의 순천공장, 제발 이번에는...

a <FONT COLOR=A77A2>지난 10월 크레인 농성, 확약서를 보고 내려왔건만... 지난해 10월 120여명의 해고노동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61명은 11일 동안 크레인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확약서는 휴지조각이 됐다.

지난 10월 크레인 농성, 확약서를 보고 내려왔건만... 지난해 10월 120여명의 해고노동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61명은 11일 동안 크레인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확약서는 휴지조각이 됐다. ⓒ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현대하이스코의 행태에 비판을 하고나선 이들은 비정규직 노조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노동단체뿐이 아니다. 순천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범시민대책위 소속 단체 대표들이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한 순천시노사정협의회 역시 24일 현대하이스코에 "약속 사항을 성실히 준수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측은 27일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산하 소속 노조들의 '연대 총파업'에 대비해 지난 주말(20일)과 휴일, 정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바리케이드에 윤활유를 발랐다. 또 공장 안 20m 지점에 소방호스도 준비했다고 한다. 공장 안 진입을 막기 위한 철저한 조치인 셈이다.

긴장하고 있는 것이 역력하다.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현대하이스코가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였더라면, 볼썽 사나운 '바리케이드'는 필요없을 것이다. 그리도 무리한 요구도 아니다. 그저 예전에 했던 약속만 지켜달라는 것이다.

언젠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조 간부에게 한 언론사 기자가 "일이 잘 돼서 27일 순천에서는 보지말께요"라고 인사를 건넨 적이 있다. 정말, 27일 오후 현대하이스코 순천 공장 근처에서 기자의 모습을 보지 않기를 바란다. 지킬 것은 지키는, 그런 현대가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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