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안준철
잠시 후, 교무실로 돌아간 저는 작년 교무수첩에서 아이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습니다. 불통이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이의 단짝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전화를 받았습니다. 더 다행스럽게도 두 아이가 함께 있었습니다. 목소리도 생각보다 씩씩했습니다.
"선생님, 저예요. 웬일이세요?"
"너 아까 교무실에서 우는 거 보고 선생님 마음이 좀 그랬어. 그래서 위로해주려고 등나무 아래에서 기다렸는데 길이 엇갈렸나 보구나."
"저는 다른 쪽 계단으로 내려왔어요."
"목소리가 씩씩한 걸 보니 마음이 좀 나아졌나 보네?"
"선생님, 제가 아까 교무실에서 왜 울었는지 아세요? 제가 떨어진 것이 병결 때문이어서 그랬어요. 몸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하겠다. 그런데 앞으로도 다른 반도체 회사에서 취업의뢰가 많이 올 거야. 근무 조건도 비슷하거든. 그러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알았지?"
"예. 그럴 게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나도 고마워. 어제 메일 보내준 거. 답장했으니까 읽어보고."
어제 아이가 저에게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뜻밖의 편지였지요. 메일을 열어보니 내용은 더욱 뜻밖이었습니다.
- 선생님 저 ○○예요. 요즘 선생님을 보면!! 작년 우리 반 애들 때문에 선생님이 고생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저희들 때문에 작년에 속도 많이 상하셨을 텐데 진짜 지금 생각하면 너무 철이 없었던 행동 같아요.
정말 죄송해요. 진짜 죄송하다는 말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실제로 보면 못하겠어요. 선생님∼ 그래도 작년 저희반 애들이 선생님 정말로 좋아했던 거 아시죠?? 선생님처럼 우리들을 한사람의 인격체로 생각해 주셨던 분은 없었던 거 같아요. 조금만 더 잘할 걸... 이라는 생각을 요즘 너무 자주 해요!!
아∼ 선생님 저 저번 주 금요일 날 면접 봤어요. ○○ 회사예요.
붙을지 안 붙을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최선을 다해서 면접 봤으니깐 좋은 성과가 나올 거라고 믿어요. 선생님도 그러시죠? 선생님!! 자주자주 메일 쓸게요∼∼ 답장 꼭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