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꽂이가 너무 투박해 향초를 올바로 꽂지 못했다.한지숙
‘전’과 ‘굽’ 이야기를 하면 도예 전문가들께서 코웃음 칠지 모르지만 맛보기만 살짝 들여다보자.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게 건넌 과정이었고, 아직 그 깊은 맛도 다 모른 채 이렇게 말로만 설명할 뿐이지만 내가 경험한 나름대로 간단히 그 의미를 붙여본다.
‘전’은 그릇의 주둥이이고 ‘굽’은 전체를 받쳐주는 엉덩이 부분이다. 굽의 앉음새에 따라 안정감 있고 편안한 그릇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치장을 보태면 작가들의 작품처럼 근사한 탄생을 하기도 한다.
전도 그러하다. 찻잔이나 컵 등 입에 직접 닿는 부분은 특히 신경을 써서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하고 항아리나 오지그릇 등의 다소 투박한 멋을 표현하고 싶다면 굵거나 구불구불한 손맛으로 그릇 전체의 그림에 맞게 표현하면 그릇의 분위기가 한결 색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