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런 업무 편지 어때요?

1년 동안 보낸 편지를 뒤적이다 추억에 빠지다

등록 2006.04.26 16:11수정 2006.04.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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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여유가 없는 계절입니다. 충분히 즐길만한 시간도 주지 않고 금세 바뀌어 있습니다. 오늘 점심시간을 이용, 운동 삼아 산보를 나갔더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벚꽃이 지고 어느새 주변 풍경이 초록빛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봄을 조금이나마 즐기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봄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다음 글은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매주 전달사항을 보낼 때 함께 넣어 보낸 글입니다. 업무 내용만 보내면 관심이 덜할 것 같아 그때그때 느낌들을 정리해 놓은 것인데, 최근 우연히 지난 글들을 읽다 추억을 함께 하고픈 생각에 올립니다.

2006년 3월 2일, 인사발령으로 동료를 보내고 맞으며

가는 사람에게 아쉬움을 실어 보내고 오는 사람에게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적당한 아쉬움이 있어야 다시금 함께하는 날 더욱 즐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좁은 공간에서 날마다 함께 할 인연으로 새롭게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함으로 다가옵니다.

오고가는 사람들,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좋은 기회이자 인연이었으면 합니다.

2005년 1월 3일, 2005년 한해를 보내고 신년을 맞이하여 동료들에게 보내는 글

작년 말 누군가에게 새해인사를 전자우편으로 받았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에게서, 이렇게 또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졌습니다. 작은 일이지만 감동을 주었으니 특별한 허물이 보이지 않는 한 좋은 사람으로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5년 한해, 돌아보면 허물이 보이고 아쉬움으로 가득한 지금, 저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었던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7개월(5월 31일 전입하여)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보낸 시간들 속에서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도움이었습니다. 아무쪼록 어지러운 연말 보내고 다시금 새롭게 시작되는 신년의 일상에서 꿈꾸는 것들이 하나하나씩 품안으로 들어오는 성취감과 가끔은 일탈로 보일 수도 있는 무모함속의 스릴을 느껴보기도 하면서, 먼저 다가가서 손을 내밀 수 있는 여유로움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날들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2005년 12월 19일 아내와 영화 <태풍>을 보고나서

작정을 하고 가족과 함께 보낸 주말(외식, 쇼핑, 영화 등)

영화 <태풍>은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태극기 휘날리며>보다는 나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분단의 아픔을 그렸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지만,

<태풍>은 탈북주민을 소재로 한 소재의 신선함과 그들의 인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 한 핏줄이기에 서로의 상황에 대해 번뇌하는 주인공의 정신적 고뇌에 대한 이해와 현실의 벽에 대한 공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볼거리 제공(스케일 면에서는 성공한 작품일 테지만), 즉 흥행을 먼저 생각해서인지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에 무리한 면이 있어 많은 점수를 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아내가 그러더군요. 이정재가 너무 멋있게 나와서 이제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 크면 사관학교 보낸다고,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우리나라 장교 중에서 그런 상황에 처하면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이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라고.

2005년 10월 9일, 일상에 지쳐 푸념하는 마음으로

제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모순투성이인 삶 속에서 정말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홀히 하며 뜻과는 반대로 가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나마 그들에게 늘 미안함을 전합니다. 뭔가 부족한 것들을 조금이나마 보완할 수 있는 한 주였으면 하고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지난주와는 달리 조금은 보람을 느끼는 한 주였으면 합니다.

2005년 10월 3일, 바쁜 일상에서도 가족을 생각하며

이틀 동안 집안에서 뒹굴다가 마지못해 사무실에 나와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자꾸 게을러지는 나를 발견하곤 이래선 안 되겠구나하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올 한해도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뭐 하나 제대로 만들어 논 것 없이 흘려보내면 억울해서 내년을 어떻게 맞이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억울한 한해가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뭔가를 시작하렵니다.

그리고 그 처음 자리에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주말엔 영화라도 한편 보고, 돌아오는 길에 책방에 들러 좋은 책 몇 권 사서 돌아가며 읽고 주제삼아 대화하는 시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늘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을 확인하고 받는 따뜻한 한 주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2005년 7월 1일, 힘든 날들 속에서 갖는 기대를 드러내며

점점 비어가는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마감하려는 지금, 편안한 이틀간의 휴일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다음주의 약속, 다음주에는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 현실과 착각을 혼동하며 좋은 것만 생각하며 달려갑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숨이 막혀 살 수 없을 때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기에...

2005년 6월 18일, 주 5일 근무의 시작을 앞두고

이번 주가 마지막 토요일 근무였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실질적인 주5일 근무가 다음주부터 시작됩니다. 당분간은 혼란스럽게 다가오겠지만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뭔가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가족을 위하고 자기발전을 위한 좋은 계획들,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2005년 6월 11일 주말, 사무실에서 밀린 일을 처리하며

쉬는 토요일(6월 11일) 오후 1시 48분. 텅 빈 사무실에 홀로 남아 자판을 두드리다가 잠깐 동안 인연에 대해 생각합니다. 지나온 날들 중에서 한번만 방향을 바꾸었어도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운명처럼 만나 함께 하고 있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소중함 그 자체죠?

그래서 주어진 마음의 부담이 있지만 기꺼이 안고 더욱 소중한 인연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틀간의 쉼 후에 돌아온 일상에서 행복을 얻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때론, 개인의 작은 일상 이야기가 감동을 줄때도 있다는 생각에 과감히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때론, 개인의 작은 일상 이야기가 감동을 줄때도 있다는 생각에 과감히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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