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도 힙합과 함께라면 "오~예"

[최희영의 아름다운 그녀] '여성주의 힙합듀오' 챕터투

등록 2006.04.27 12:33수정 2006.04.2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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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투
챕터투우먼타임스 노민규
[최희영 기자] 국내 유일의 여성 힙합 듀오 ‘챕터투(Chap ter2)’가 음악인생의 제2막을 열고 있다.

2000년부터 ‘www’라는 이름으로 월경페스티벌, 서울여성영화제, 안티미스코리아 대회 등 여성축제 무대에서 활약해온 그들은 2003년부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3년만에 챕터투로 이름을 바꾸고 올해 3·8여성대회를 계기로 복귀한 그들은 대한민국 힙합의 제2장을 다시 쓰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

챕터투는 서강대학교 힙합 동아리 ‘Abyss’ 창단 멤버 출신 이효인(26)씨와 19세부터 마스터플랜 등 클럽에서 경력을 쌓은 Kitty.K(25)로 구성됐다. 국내 유일의 여성 힙합 듀오라는 점만 해도 주목을 끈다.

그런데 ‘여성주의 힙합그룹’이라고 스스로 당당하게 얘기하기 때문에 더욱 눈길이 간다. 무슨 대단한 정치적 색깔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랩으로, 노래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나이 든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노병은 죽지 않는다’), 비정규직 여성들의 애환과 희망(‘미스X-이 세상의 반의 반’)을 노래한다.

“일반적인 힙합과는 달라요. 둔탁한 베이스음도 없고요. 가르치듯, 설교하듯 윽박지르는 랩도 드물어요. 밝고 경쾌한 멜로디가 가미된, ‘다른’ 힙합이에요.”

그들은 힙합이 남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한다. 여성 멤버는 그저 마스코트밖에 될 수 없는 힙합 그룹의 철칙 아닌 철칙을 넘어서기 위해 존재한다.


여성을 엄마와 창녀로만 묘사하는 이분법적 가사를 뛰어넘고, 선생이나 목사처럼 우쭐대며 랩을 하는 태도를 멀리하며, 여성 힙팝퍼에게 예쁜 외모나 확실하게 벗는 것을 기대하는 문화를 외면한다.

“처음에는 여성축제에서 불러주는 것이 부담됐어요. 정치적인 색깔을 입히는 거 같아서요. 힙합을 모르는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도 불편했고요. 하지만 막상 여성축제 무대에 서니까 좋았어요. 자매애라고 할까요. 많은 여성분들이 ‘무조건’ 응원하고 배려해주는 문화가 너무 좋았죠. 여성의 시선과 여성들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고요. 그런데 그게 함정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대충 해도, 여성 힙합 듀오라고 으레 응원해주니까, 자기기만을 하게 되고, 안주하게 되더라고요.”


그들은 2003년부터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음악적인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생업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효인은 위성 DMB TU미디어 채널의 힙합 전문 라디오쇼에서 PD겸 DJ를 맡았다. Kitty.K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카투니스트 활동을 하면서 인터넷쇼핑몰 '주인장닷컴' 쇼호스트도 맡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을 “제대로 된 비정규직”이라고 말하며 크게 웃는다. 힙합이 생업이 될 수 없는 현실에서 최저생계비라도 벌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힙합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그들이 여성 이야기만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반전과 평화를 노래한다. 의식 있는 척하기 위해? 아니다. 둘이서 수다를 떨다 보면 저절로 그런 얘기가 나온다. 그게 가사가 된다.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를 욕하면 반전과 평화 메시지를 담은 힙합이 될 뿐이다. 그렇게 그들은 일상화된 정치의식을 힙합에 새겨 넣고 있다.

“예전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요. 언더그라운드 클럽 공연, 쇼핑몰 공연, 여성축제, 대학축제, 각종 행사 등을 가리지 않고 참여할 생각이에요. 물론 생업을 위해 각자 일도 열심히 하고요. 돈 열심히 벌어서 올해 안에 첫 번째 공식 앨범을 낼 계획이에요.”

여성 힙합 듀오의 제2장 서막이 그렇게 힘차게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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