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의 마당> 표지사계절
<조지프의 마당> 표지에는 한 소년이 우울한 표정을 하고 서있다. 소년의 표정으로 보아 '조지프의 마당'에서는 행복하거나 유쾌한 일이 생길 것 같지 않다. 이런 전조는 조지프의 얼굴표정에서뿐만 아니라 배경그림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혼란과 질서가 공존하는 배경그림에서 틀 속에 갇힌 채 꿈틀대는 생명이 느껴진다. 틀 속에 갇힌 불만이 가득 찬 생명은 조지프의 마음처럼 건조한 콘크리트 바닥이 답답하다. 그래서 그 배경 그림은 조지프의 표정처럼 우울하다.
조지프는 온통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에 산다. 그래서 생명이 주는 활력과 생동감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런 조지프가 어느 날 마당에 있던 녹슨 바퀴를 나무 한 그루와 바꾼다. 그리곤 돌바닥을 드러내고 나무를 심는다. 비가 내리고 햇볕이 내쬐고 나무가 자라난다.
꽃이 피는 것을 지켜보던 조지프는 꽃이 너무 예뻐 꺾는다. 그러자 꽃은 금세 시들어 버렸다. 조지프는 나무가 죽은 줄 알고 실망한다. 다시 봄이 오자 나무가 살아나고 꽃을 피우자 조지프도 생기를 찾는다. 이번엔 꽃을 꺾지 않는 대신 꽃에 몰려들기 시작한 벌레, 그 벌레를 잡아먹으려는 새, 새을 잡으려는 고양이에게 꽃과 나무를 지키려고 외투를 나무에 덮는다. 그러나 햇볕과 비가 가려지자 꽃이 죽고 만다. 조지프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나무를 가만두고 지켜보기로 한다. 철이 지나고 해가 갈수록 나무는 다른 생물과 조화를 이루며 무럭무럭 자라난다.
조지프는 생명이 자라는 것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꽃을 꺾으면 시든다는 걸 몰랐다. 또 다른 생물과 공존하며 산다는 사실도 몰랐다. 나무 한 그루를 키우면서 거기에 생명이 있으며 빛과 물에 의지해 다른 생물들과 어울려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지프의 마당>을 쓴 작가는 직접 그림을 그렸다. 작가가 도시에서 자란 자신의 어린시절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삭막한 도시어린이의 정서와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 글보다는 그림이 주는 이미지가 강하고 글은 그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개되고 있다.
종종 이런 그림책(작가가 그림으로 말하고자 하는)을 만나게 되는데, 작가는 그림을 통해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그림책을 볼 때 꼼꼼히 그림을 보게 된다. 왜, 작가가 이렇게 거칠고 답답해 보이는 선을 선택했으며, 어둡고 칙칙한 색을 썼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들에게 이런 그림책을 읽어 줄 때는 그림이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변화된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의 느낌은 어떤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그림책을 한번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림책은 여러 번 보되 매번 다른 방식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처음엔, 책표지와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인지 짐작해 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림의 선과 색, 주인공의 표정 등에서 주는 느낌을 이야기한다. 두 번짼, 그림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그 변화에 따라 아이들이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 한다. 세 번째, 그림을 한 장씩 넘기면서 아이들이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게 한다. 네 번째, 글을 읽고 작가가 쓴 내용과 아이가 꾸민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 해 본다.
이처럼 그림책은 한 권으로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또 일반 책이 글을 통해 상상력을 이끌어 내는 것에 비해, 그림책은 그림을 통해 언어를 표현한다는 매력이 있다. 이것은 언어로 하는 언어교육의 한계를 넘어서 창의적인 언어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언어의 경우, 그 이미지가 이미 언어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는 언어가 주는 영역 안에서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그림의 경우, 형태를 통해 이미지를 보기 때문에 언어가 구속하는 부분이 적다. 상대적으로 아이들이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폭은 넓어진다.
그런 이유로 그림책을 천천히 보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창의적인 언어표현을 하는 독서활동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조지프의 마당/ 찰스 카핑 글.그림 / 사계절 / 값 9500원 / 쪽수 31
대상 초등학교 저학년
이 그림책을 통해 작가가 감정 표현을 어떻게 했는가, 살펴 보길 바랍니다. 또 이런 감정 표현을 그림으로 나타낼 때, 다양한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으면 합니다. 어린들에겐 좀 어려울 수 있으니, 부모님들이 도움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조지프의 마당
찰스 키핑 지음, 서애경 옮김,
사계절,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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