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와 앰뷸런스.한나영
미국에 와서 처음 겪는 사건인지라 나는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가 보았다. 사건 현장에는 아이들이 말한 대로 경찰차 두 대와 앰뷸런스, 소방차가 총 출동해 있었다. 그리고 집 주변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폴리스라인'이 둘러쳐져 있었다.
현장을 구경하러 온 사람은 호기심 많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과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학생들도 구경을 나왔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느냐"고 서로에게 묻는 걸로 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나 역시 궁금한 마음에 직접 경찰관에게 물어보려고 경찰차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경고! 경찰견 있음'이라는 문구가 부착된 경찰차 안에서 몸집이 호랑이(?) 만한 경찰견이 크게 짖는 바람에 그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결국 무슨 사건인지 물어보지도 못한 채 궁금증만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다음 날 신문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기사는 발견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디든지 사람 사는 곳에는 사건·사고가 있기 마련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듯 마약과 총기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이곳 아이들은 학교에서 마약이나 총기류와 관련된 수업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엄마, 체육시간에 자기 집에 총이 있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는데 열 명 정도가 손을 들었어. 그리고 그 총이 집안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세 명 정도 있었어."
작은 딸이 들려준 총기류와 관련된 중학교 수업은 조금은 섬뜩하고 생소하다. 하지만 미국 아이들은 총기류에 익숙한듯 자기 부모가 소유하고 있는 총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고 한다.
큰 딸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도 한국에서 받았던 수업과는 매우 다른 수업이 이루어진다. '헬스' 시간에 배운다는 '마약' 관련 수업이 바로 그것이다. 딸아이는 시험공부를 하면서 마약 지식을 테스트 하려고 하는데 마약의 '마'자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대답을 하겠는가.
하나도 모른다고 하니 딸아이는 철자도 복잡한 여러가지 마약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풀어놓는다. 마약의 종류와 효능, 마약의 증상과 부작용, 그리고 HIV와 에이즈, 에이즈 증상과 치료법 등을 열심히 설명하는데 도무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고 솔직히 관심도 없다.
밤길을 혼자 다녀도 겁 나지 않는 나라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