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꽃 잔치, 즐거우셨나요?

전북의 봄꽃 축제 유람기

등록 2006.04.28 10:33수정 2006.04.2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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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왔건만 내 맘 속에 봄은 아직이라 했던가! 올해는 4월이 왔는데도 날씨가 꽤 쌀쌀하고 황사에다가 비까지 자주 내리니, 꽃 축제 나들이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꽃을 통해 봄의 새 기운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의 '지극 정성한 의례'가 곳곳에서 벌어지는데, 제 본분을 망각하고 이를 마다해서는 진정 도리가 아니다. 그래서 작은 가방 덜렁 둘러메고, 전북 지역의 봄꽃 축제를 찾아 ‘유람’을 하기로 했다.

a '유람'했던 봄꽃 축제의 이미지들.

'유람'했던 봄꽃 축제의 이미지들. ⓒ 권오성


'제6회 모악산 진달래 화전 축제' '2006 전주시 동물원 벚꽃 축제'


지난 9일, 가장 먼저 모악산 대원사에서 열린 ‘모악산 진달래 화전축제’를 찾았다. 여섯 번째 맞는 이 축제는 찹쌀로 부친 전에 진달래꽃을 얹어 먹는 우리의 전통 풍습을 조촐하게 재현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항상 논란을 빚는 벚꽃축제에 비해 축제장을 찾는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작은 절터는 줄잡아 수천 명에 달하는 방문객들로 꽤 혼잡했다. 모악산의 입구부터 무려(!) 1킬로미터를 걸어와야 하는데도, 각종 언론매체는 물론 모 당의 정치인들까지 연신 북적댔다. 이는 지역의 유력 인사들이 축제준비위원에 포진해 있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그리기·글쓰기 대회·장기자랑대회 등을 치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요일 등산객들의 발걸음도 충분히 유혹했으리라.

이 축제의 체험 행사는 충분한 차별성을 지녔는데, ‘화전 만들기’와 ‘막걸리 마시기’는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다. 진달래 캐릭터는 어린 학생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으며, 학생들 중심의 장기자랑대회는 함께 온 부모들은 물론 방문객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전반적으로 가족 단위의 문화 체험 행사로서는 흠 잡을 데가 없었고, 각종 대회가 방문객의 유인 효과를 상당히 거두고 있는 축제였다.

a 제6회 모악산 진달래 화전 축제.

제6회 모악산 진달래 화전 축제. ⓒ 권오성


a 화전과 막걸리가 운치 있게 어울렸다.

화전과 막걸리가 운치 있게 어울렸다. ⓒ 권오성


12일에는 전주 동물원에서 ‘벚꽃 축제’가 열린다기에 모처럼 옛 소풍의 추억을 떠올리며 행사장을 찾았다. 하지만 평일이어서 그런지 아직 덜 핀 벚꽃나무와 코끼리·기린·사자는 숨어버린 빈 우리만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휴일 말고는 동물원을 찾는 방문객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었다.

아무리 ‘축제’란 단어를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다지만, 동물원과 벚꽃의 만남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만한 기획력도 부족하고, 프로그램도 그다지 보잘 것 없는 행사를 무작정 시민들에게 ‘들이대는’ 건 참으로 난감했다. 이른바 ‘문화도시’를 꿈꾼다는 전주에서 그랬다는 게 더욱 황당하고 충격적이었다면, 너무 과잉 반응인가?


a 2006 전주시 동물원 벚꽃 축제.

2006 전주시 동물원 벚꽃 축제. ⓒ 권오성


'제11회 마이산 벚꽃축제' '제10회 군산 벚꽃 예술제'

지난 14일에서 18일까지는 ‘제11회 마이산 벚꽃축제’가 마이산의 남·북부 주차장을 중심으로 치러졌다. 주변 경관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 축제로 벚꽃 개화시기에 맞추지 못했지만, 14일 개막날은 연신 등산객과 지역 주민들로 붐볐다. 반면에 개막식은 과도한 의례와 정치적인 색깔로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주최 측의 프로그램 기획력은 나름의 고민 속에서 나온 것으로,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진안 풍물굿, 느티나무 앙상블, 문화의 거리 등)는 다른 축제와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봄철 벚꽃 나무의 장관과 마이산의 정취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축제인 만큼, 인위적으로 요란하게 축제 공간을 구성하기보다는 자연의 풍경에 스며들 듯 보다 세밀한 연출을 기대해 본다.

a 제11회 마이산 벚꽃 축제.

제11회 마이산 벚꽃 축제. ⓒ 권오성


a 마이산 벚꽃 축제 풍경들.

마이산 벚꽃 축제 풍경들. ⓒ 권오성


16일엔 군산을 찾았다. 올해 열 번째로 열리는 ‘군산벚꽃예술제’는 월명 경기장과 은파시민공원 등 행사장의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인 분위기로 썩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장사꾼들이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벚꽃을 이용하는 ‘향락 축제’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들어도 주최측은 그다지 변명할 말이 없을 듯하다. 게다가 지난 ‘주꾸미축제’와 겹쳐 생각하면, 이 지역 축제 문화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애초 도심 속 벚꽃과 지역의 문화 역량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보겠다는 취지가 얼마나 관철됐는지도 의구심이 많이 든다. 7일에서 16일까지 열흘 동안 열리는 행사는 13개인데, 변변한 문화 공연은 세 차례에 그쳤다. 방송국과 언론사까지 끼어들어 하는 행사가 ‘벚꽃가요제’(노래자랑대회)와 ‘벚꽃 아가씨 선발대회’ 수준이고 보면, 십년의 세월이 그리 길지만은 않은 듯했다.

a 제10회 군산 벚꽃 예술제.

제10회 군산 벚꽃 예술제. ⓒ 권오성


a 군산 벚꽃 예술제 주변 풍경들.

군산 벚꽃 예술제 주변 풍경들. ⓒ 권오성


'벚꽃맞이 2006 새 출발 보석대축제'

벚꽃 개화에 즈음하여 열리는 ‘2006 새 출발! 보석대축제’(6~17일)의 소재는 물론 꽃보다는 보석이다. 지난 6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축제장을 찾았는데, 보석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보다는 보석과 관련한 체험 행사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특히 보석 관련 체험 행사(보석 세척, 보석 가공, 보석 카페)는 여느 축제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것으로, ‘보석’이라는 축제 소재의 차별화는 독보적이라 할만 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보석 할인판매에 주안점을 둔 탓인지, 행사·전시 공간의 확보 문제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마련은 축제가 도약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여겨졌다. 한편으로 주변의 환경(벚꽃 등)을 잘 활용하거나, 문화 프로그램(공연, 퍼포먼스 등)을 가미한다면 축제라는 이름값을 충분히 할 것이다.

a 벚꽃맞이 2006 새 출발 보석대축제.

벚꽃맞이 2006 새 출발 보석대축제. ⓒ 권오성


a 보석대축제 주변 풍경들.

보석대축제 주변 풍경들. ⓒ 권오성

덧붙이는 글 | 올 한해 동안에도 제 블로그(blog.naver.com/kosmosos)에 전북의 축제 정보를 최대한 모아볼 생각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도움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올 한해 동안에도 제 블로그(blog.naver.com/kosmosos)에 전북의 축제 정보를 최대한 모아볼 생각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도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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