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사학법 소신' 바꿨나?

16대 국회 때 당론 배치된 개정안 발의... "지금은 당과 입장 같다" 해명

등록 2006.05.01 19:28수정 2006.05.0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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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권우성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놓고 정국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강금실·오세훈 후보의 엇갈린 인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오세훈(사진) 후보가 강 후보의 선대본부장인 김영춘 의원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시절, 당론에 배치된 사학법 개정안을 김 의원과 함께 공동 발의한 사연 때문이다.

강금실·이계안 열린우리당 예비후보를 비롯해 민주당의 박주선, 민주노동당의 김종철 후보는 재개정에 대해 강한 반대의 뜻을 드러내고 있으나 오세훈 후보는 당의 입장을 의식,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태. 다른 당 후보들의 공세가 집중되고 있다. '소신이 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01년 11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김영춘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현재 한나라당이 위헌 소지를 제기하고 있거나, 개정안에서조차 담지 못한 상당히 전향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오 후보는 당시 김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의원들이 주도하는 미래연대 소속으로 공동 발의자였다.

이 법안에 따르면, 우선 '임원취임의 승인취소' 요건에 있어 "이사가 직무범위를 벗어나 교직원의 인사에 부당하게 간여한 때"라는 조항을 신설해 비리·분규 당사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했다. 이 조항은 현행 사학법에도 없고, 사학재단의 극렬 반대로 이번 개정 사학법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또한 임시이사의 임기조항(2년 중임)을 아예 삭제해 비리사학에 파견된 임시이사의 파견 사유가 해소되었을 때 해임토록 했다. 이번 개정 사학법에도 반영된 조항이지만 한나라당은 사학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감사의 일부를 학교운영위원회나 교수회 등이 추천토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정 사학법과 같은 취지를 담고 있다. 현행 사학법에는 없는 신설조항이다. 학교 자치기구의 법제화는 한나라당이 가장 반발하고 있는 내용이다.

'감사 일부 학운위·교수회 추천' 조항도 포함


16대 민주당 의원을 지낸 박주선 후보는 당시 상황에 대해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한나라당내 의견이 워낙 분분해 사학법 개정작업 착수는 물론 향후 계획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한나라당의 이재오 원내총무, 김만제 정책위의장 등 핵심당직자들은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 제출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당내 소장파인 김영춘 의원을 비롯해 개혁파 의원들이 당론을 어기고 별도의 개정안을 제출했던 것.

김영춘 의원안에는 오세훈 후보를 비롯해 원희룡·손학규·정병국·김홍신·안영근 등 20여명의 의원들이 서명 발의했다. 원희룡 의원은 현재 오세훈 후보 측의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박주선 후보는 오 후보를 향해 "반짝 인기를 끌기 위해 개혁을 주장하다 특정계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무소신과 무원칙의 눈치보기가 아닌가"라며 "개혁으로 포장된 수구"라고 주장했다.

강금실 후보는 "대통령의 사학법 재개정 논의에 대해 우리당이 원칙을 지키는 것은 옳은 일"이라며 "이제 박근혜 대표와 오세훈 후보가 국회 파행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세훈 후보에게는 "사학법 개정안의 정신이 후퇴하려는 움직임에 침묵을 지키면서 강남북을 개발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포부는 어디로 사라졌냐"며 부동산 후속입법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한편 오세훈 후보는 다른 당에서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판단이다. 오 후보는 "한나라당 입장과 다르지 않다"며 "서울시장 선거는 서울시정에 관한 정책 선거가 되어야한다는 점에서 국회에서 원만히 타결되기를 원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고 나경원 대변인은 전했다.

소신이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2001년 제출한 법안이 투명성과 자율성 강화를 원칙으로 하는 한나라당의 현재 당론과 배치되지 않는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개방형 이사제'는 당시 법안에 없다"고 해명했다.

오 후보의 한 측근은 "동료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동의한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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