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가 봉투에 담은 풋고추의 무게를 재고 있다.김수원
지난해 12월이었다. 시장 부근에 있던 병무청이 이전 계획을 발표하자 상인들은 재래시장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부지 활용 기대로 잔뜩 부풀었다. 그런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지를 사들이기로 했던 구청이 갑작스럽게 거부의사를 밝혀 왔고 상인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당시 그는 시장에 속한 다섯 개 번영회의 의견을 모아 '옛 병무청부지, 주차장 및 주민편의시설 건립추진위원회' 설립을 주도하며 백방으로 상인들의 서명을 받았다. 결국 부지는 상인들을 위해 쓰였지만 그때 구청 행정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말한다.
"구청은 재래시장을 살리겠다고 늘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도움을 줄 기회가 생기면 나 몰라라 하더군요. 지역 구·시의원들은 상인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한 일을 마치 자신이 한 일인 양 홍보하고 다니고…."
'우리 동네를 바꾸는 사람들'이라는 지역 청년회 회원으로 독거노인의 집을 고쳐주고 찬거리를 대신 준비해주기도 했지만 봉사활동만으로는 지역을 변화시키는 데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그럴 때마다 '내 손으로 직접 바꾸고 싶다'는 갈증을 많이 느꼈다"라고 말했다.
"정치인 아닌 '일꾼' 되고 싶다"
그가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거리 촛불시위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때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열린우리당에 가입했고 부산시당 부산진구 청년위원장을 거쳐 이번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다. 그가 열린우리당 예비후보로 나온다고 했을 때 상인들은 그리 반가워하지 않았단다.
"시장 내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반감이 많습니다. 시장은 경기를 직접 느끼는 곳이라 경기가 좋지 않으면 대통령부터 탓하기 때문이죠. 더구나 부전시장은 4000여 점포가 밀집한 큰 시장입니다. 안면이 없는 상인들한테는 열린우리당 후보라고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선거 운동 때문에 바쁜 요즘, 그는 오전과 저녁시간에만 가게를 나온다. 그 외 시간은 식구들이 장사를 도맡는다. "선거운동만 죽기 살기로 해도 모자랄 판국에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시장에서 사람들과 직접 부대끼는 것이 바로 '생활정치'라는 것이다. 시장 구석구석의 불편을 자신이 직접 깨닫고 실천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쓸 수도 있지만 사무소에 앉아서는 지역문제를 챙길 수 없다"면서 "특히 생활과 가장 밀접해 있는 구의원은 사람들과 자주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