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또 다른 노예 할아버지는 없는가?"

[주장] 분노할 때가 아니라 반성할 때 입니다

등록 2006.05.04 11:06수정 2006.05.0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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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긴급출동 SOS 24>라는 프로그램에서 '현대판 노예'라는 제목으로 50년 동안 기구하고 억울한 세월을 보낸 한 할아버지의 사연을 방송했다. 방송을 본 많은 국민들과 네티즌들이 인터넷 댓글을 통해 각각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누구나 방송을 보면 그 내용에 분노하고 가해자를 향한 증오가 꿇어오를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할아버지에 대한 연민보다는 우리 주변을 향해 눈을 돌리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며 경악한다. 가해자와 그 마을 사람들을 천하에 죄인처럼 취급하고, 심지어는 사형제도까지 운운하기도 한다. 물론 가해자에 대한 법적처벌은 필수이다. 할아버지의 잃어버린 세월은 그 전부를 온전히 보상해드릴 수는 없으나 지금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 저런 분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인 적이 있는가? 지금의 연민과 사회에 대한 분노를 계속 가슴에 품고, 이런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수 있는가?

물론 많은 분들이 불쌍한 어르신들과 몸이 불편한 이웃들을 향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이 사건 가해자에 대해 용납할 수가 없다는 움직임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주위를 조금만 돌아본다면 할아버지와 비슷한 분들이 많이 계신다.

내가 매일 지나가는 육교와 지하도, 지하철에서는 성하지 못한 몸을 이끌고 나오신 분들, 여든이 넘어 보이는 분들을 수시로 만날 수 있다. 여름에는 덥고 냄새나고, 겨울에는 손이 에이도록 추운 차가운 바닥에 엎드린 채 구걸하고 계시는 모습을 본다.

이 사건에 대한 분노는 가해자 한 사람이 아니라 이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표출되어야 한다. 그리고 반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신매매를 당해 골방에 갇혀 윤락행위를 해야만 했던 여성들, 어려서는 따돌림 당하고, 성장해서는 기초생활마저 힘든 장애우들, 길거리의 이웃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가 우리 모두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어봐야 한다. 그리고 인권이라는 의식을 모두 가슴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 이런 방송이 나오지 않는 사회는 우리가 모두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전제하에 만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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