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사장이요?, 우리가 직접 뽑아요"

[지역언론 별곡-120] 새전북신문 첫 지역신문 사장공모제 시행 업계 '주목'

등록 2006.05.04 18:39수정 2006.05.0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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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업도 사기업이다. 때문에 이윤 극대화를 위해 분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주가 신문을 배경으로 무리하게 권력의 욕구까지 충족시키려 들면서 늘 문제가 생기곤 한다.

언론권력은 무책임한 권력자가 되어 시민 위에 굴림하고 대부분 사기업인 언론기업이 국정에서부터 시민의 생활까지 일일이 간섭하려 함으로써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기 때문. 제왕적 사주체제가 지배하는 국내 언론풍토가 낳은 병폐이기도 하다.

"언론자유는 소유주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a 언론의 자유는 소유주의 자유가 아님을 거듭 알리고 있는 언론노동조합 등 언론관련 단체 행사 장면

언론의 자유는 소유주의 자유가 아님을 거듭 알리고 있는 언론노동조합 등 언론관련 단체 행사 장면 ⓒ 언론노동조합 홈페이지 자료사진

이런 맥락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조선일보>·<동아일보>가 제기한 언론관계법 위헌심판청구에 대한 2차 공개변론을 앞두고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사 존중'을 촉구한 것은 바로 이런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언론관계법 제정에 앞장서온 이 세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언론자유는 언론사 소유주의 자유가 아니다"라며 헌법재판소의 "조선·동아의 억지 위헌 논리가 아닌 국회의 민의를 존중하는 판단을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의 자유를 마치 사주의 자유로 착각하는 중앙의 과점신문들을 겨냥한 쓴 소리지만 이는 중앙이나 지방 할 것 없이 신문사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차제에, 신문사 사장을 야심가, 사업가, 순수한 신문인으로 분류한 프랑스 작가 발자크의 주장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순수한 언론사 사장은 언론사 경영자의 위치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경영에 대해 이해가 깊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데서 기쁨을 찾는 사람이면서도 언론사의 이윤을 결코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 발자크의 말이 새삼 회자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최근 <경향신문>은 사내 각 국실별 대표가 참여한 경영진추천위원회 주관으로 공모제를 통해 사장을 직접 선출해 고착화된 제왕적 사주체제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가기간통신사로 인정받아 온 <연합뉴스>도 사장을 공모하기 위해 사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신문사 이끌 훌륭한 사장님을 모십니다" 이색 광고 눈길

a 지역일간지 첫 사장 공모제 시행을 알리는 새전북신문 사고(광고)

지역일간지 첫 사장 공모제 시행을 알리는 새전북신문 사고(광고) ⓒ 박주현

사주 또는 정권의 충실한 하수인을 임명했던 과거와는 달리 언론사 사장을 사내 직원들로 구성된 추천위원들이 뽑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개혁의 바람은 금세 지역에까지 불어 닥쳤다.


지역에서도 <새전북신문>이 사장을 공모한다는 취지와 자격, 제출서류 등을 4일자 지면(1면)에 상세하게 알림으로써 눈길을 끌었다.

'새전북신문 사장을 모십니다'란 이날 이색광고에는 "지역일간지 사상 최초로 첫 사장 공모제를 도입한다"는 내용과 함께 "지역언론에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갖고 있거나,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경영 및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누구나 응모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원주주회사로 운영돼 온 <새전북>은 다른 지역 일간지들과는 달리 건설업이나 운수업 또는 유통업 등 모기업을 운영하는 사주가 신문사를 운영하는 것과는 달리 사원들이 주주로 직접 참여하는 100% 사원주주회사로 운영해 오면서도 전북지역에서 유일하게 올 초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우선지원기금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5대째 사장을 공모하기 위해 <새전북신문>은 최근 대표이사추천위원회(의장 이재춘∙ 이하 대추위)를 구성하고 오는 26일까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경영계획서를 접수받아 사내 직원들로 구성된 이사진(5명)과 노조대표, 독자대표 등 7명으로 구성된 대추위의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해 임시 주주총회에서 찬반여부를 물을 예정이다.

제왕적 사주체제 유지해 온 신문업계에 바람 불까?

a 100% 사원주주제로 운영되고 있는 새전북신문

100% 사원주주제로 운영되고 있는 새전북신문 ⓒ 박주현

지역 언론계는 물론 학계와 시민단체들의 관심을 증폭시킬만하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CEO는 회사의 대표이사로 최고 의사 결정자이다. CEO는 언론기업의 최고경영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신문사 CEO에는 지배주주가 직접 최고경영자가 되는 사주 CEO와 사주의 대리인이라 할 수 있는 전문 CEO라는 두 종류가 있다. 사주가 직접 최고경영자가 되어 신문을 편집권과 경영권을 쥐는 사주CEO는 인사권, 예산권, 편집권이라는 신문 3권을 장악하는 명실공히 제왕적 사주로 통해왔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특정 계층이나 지역의 배경을 가진 일부 시민을 열성적인 독자로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시민을 사실상 적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지역신문 사주CEO와 시민간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곤 한다.

대부분 사주CEO 구조체제인 지역 신문사들은 어떻게 하면 사주의 제왕적 힘을 견제하여 통제구조를 약화시켜야 하는 것은 비단 신문경영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지역 일간지 전문CEO 공모제는 구습을 쉽게 타파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 언론계에 적지 않은 변화와 개혁을 불러 모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a 새전북신문 대표이사추천위원회 이재춘의장

새전북신문 대표이사추천위원회 이재춘의장 ⓒ 박주현

- 대표이사추천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됐나?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출된 5명의 사원주주로 구성된 사내이사와 노조대표 1명, 독자대표 1명이 포함돼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 독자대표는 다소 생소한데 어떤 대표성을 지닌 독자인가?
"독자자문위원회가 구성돼 매월 1회씩 새전북신문에 대한 평가와 지면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원들의 뜻에 따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각계각층을 대표한 독자자문위원회에서 선출한 1명의 대표를 대추위에 포함시킨 것이다."

- 대표이사추천위원회의 구체적인 향후 일정은?
"일단 26일까지 희망자들을 접수 받아 대추위에서 서류심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엄정한 잣대를 기준으로 투명하게 서류심사를 거쳐 통과된 후보들을 상대로 하루씩 심층면접을 실시하여 전문성과 도덕성을 충분히 갖춘 후보를 1~2명으로 압축하여 임시주총을 열어 사원들의 승인절차를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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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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