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입'이냐, '이회창의 책사'냐

[초점] 박선숙 vs 윤여준, 제2의 강금실-오세훈 맞대결

등록 2006.05.08 09:20수정 2006.05.1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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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인 5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법요식에 참석한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밝은 표정으로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부처님 오신날인 5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법요식에 참석한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밝은 표정으로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김주성

지방선거 총력지로 평가받는 서울시장 선거의 캠프가 꾸려졌다. 특히 여론조사 지지도 1·2위를 달리고 있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는 '매머드급' 선대본을 꾸리며 세(勢) 경쟁이 치열하다.

무엇보다도 시선을 잡는 건 윤여준 전 장관(오세훈 캠프 공동선대위원장)과 박선숙 전 차관(강금실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의 영입이다. 이들은 한동안 정당과 거리를 둬온 외부인사라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맨파워'를 보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이력 면에서도 몇 군데 닮아있다. 각각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을 맡았다. 또한 윤 위원장이 4대 환경부 장관을 지냈고, 박 본부장은 7대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물론 연배로는 윤 위원장(67)이 한참 선배고 박 본부장(46)은 따라가는 입장이지만, 정가에서 이들에 대한 평판은 각기 독보적이다.

[오세훈 캠프] '이회창의 책사' 윤여준

오세훈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인 윤여준 전 장관(자료사진).
오세훈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인 윤여준 전 장관(자료사진).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회창의 책사'. 이회창 후보를 앞세운 두번의 대선과 지난 17대 총선의 기획을 맡았던 그에게 붙여진 별칭이다. 선거전략가인 윤여준의 등장으로 오세훈 캠프 조직은 대선급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과대 평가다, 감사하면서도 민망하다"고 자세를 낮췄다.

아울러 한나라당의 외연 확대를 기대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자 오 후보가 절실하게 느끼는 대목"이라며 특히 시민사회에 적극 어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세훈 후보가 큰 차이로 강금실 후보를 앞서고 있지만 윤 본부장은 "선거는 마지막까지 겸손한 자세로 가야 한다"며 "지지율 격차에 자만해선 안된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 박근혜 대표의 몇 차례 '러브콜'도 거부했는데 이번에 오 후보를 돕기로 한 이유는.
"특별한 배경은 없다. 거절할 핑계가 없었다(웃음). 오 후보는 16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영입교섭을 내가 했다. 그 후 국회의원을 같이 하면서 정치적 유대를 가져왔다. 공교롭게 정계를 떠난 시점도 같았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이 끝나자마자 함께 선거를 치르고 싶다고 연락이 왔길래, 지방선거는 총선이나 대선과 다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다."

-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의미를 무엇으로 보나.
"지방자치 시대 민선 3기가 끝난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초기 혼란을 거쳐 안착하는 단계로 가는 시점에 이를 발전시킬 인물이 필요하다."


- 외연확대를 위해 시민사회쪽 인사들의 지지선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서울시장 선거가 대통령 선거의 성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선을 의식한 캠페인은 없다. 좀더 신나고 편안한 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다만 시민사회 쪽으로 외연확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나라당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고 오 후보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 오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서 정체성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후보 자신이나 캠프도 충분히 알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공약을 준비하는 등) 그런 쪽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기초단체 출마자들이 일선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게 오 후보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 오 후보의 지지도가 크게 앞서고 있다. 앞으로 전략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지지율 격차가 좁혀질 것이다. 선거는 늘 마지막까지 겸손한 자세로 가야 한다. 지지율 격차로 만족하지 말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오 후보의 자세도 그렇다."

- 선거 끝나면 어디로 가나.
"내가 공동선대위원장직 제안을 정확히 5월 1일 2시경에 연락을 받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31일 밤이면 드러날 텐데 6월 1일 아침 나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오세훈 후보 캠프

지난주 일찌감치 인선을 완료했고, 조만간 '강북'(서울시청 인근)에 꾸린 선대본 사무실에서 공식 발족식도 가질 예정이다. '시민의견수렴기구'를 구성해 '참공약 운동'의 취지를 적극 살리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선대위원장: 맹형규 홍준표 윤여준
선대본부장: 원희룡(전략상황) 이계경(여성) 박찬숙(미디어) 진영(홍보) 박진(조직)
기획위원장: 권영세
대변인: 나경원


[강금실 캠프] '김대중의 입' 박선숙

강금실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은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자료사진).
강금실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은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자료사진).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당, 국민회의 부대변인을 거쳐 청와대 최초의 여성 대변인에 이르기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해온 박선숙 본부장.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겉은 버드나무처럼 부드럽지만 속에 철심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탈'이 많은 청와대 대변인을 하면서도 구설에 오르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두철미하다는 평가다.

박 본부장의 인터뷰는 어렵사리 성사됐다. 그는 "나는 설거지(굳은 일 뒤처리)하러 온 사람인데… 캠프에 누구 하나 귀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내가 시선을 받는 건 온당치 않다"고 극구 사양했다. 대변인 시절에도 그는 "나는 입이 없다"며 주관을 배제해 왔다.

박 본부장은 강 후보에 대해 "10년 전 선배들로부터 '정의감있는 판사가 있다'는 말을 들어왔는데 지금까지 (그 평가가) 달라지지 않았다"며 "약자의 고통을 가슴으로 이해하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도라는 '벽'에 대해선 "지금은 당에 실망하고 지지를 유보하고 있지만 그 분들이 다른 당으로 갈 곳이 없다"며 "강 후보가 '열린우리당이 잘하겠습니다'라고 믿음을 보이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 정치권의 지원 요청이 많았을 텐데, 강 후보를 돕기로 한 이유는?
"강금실 후보를 참 좋아한다. 어떤 식으로든 자원봉사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마침 전화가 왔다. 강 후보에 대해선 90년대 초반부터 선배들을 통해 많이 들었다. 직접 대면한 것은 2003년 청와대 대변인을 마치고 나올 때다. '수고했다'고 밥을 사더라."

- 민주당이 아닌 열린우리당 후보라는 점에 부담은 없나.
"(잠시 침묵) 그런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 강금실 '개인'을 보고 선택했다는 말인가.
"(당과 개인을) 구별해서 볼 수 있나. 선거라는 게 당 따로 후보 따로 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

-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의미를 무엇으로 보나.
"지방자치 10년의 공과를 정리하고 내실있는 시정을 위한 대표를 뽑는 선거다. 그런 점에서 정책선거 구도가 되어야 한다."

- 왜 강금실이 되어야 하나.
"철학과 소신이 있다. 과거 선배들에게서 '정의감있는 판사가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을 들은 지 10년이 되었다.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았다. 약자의 고통을 가슴으로 이해하는 분이다. 서울시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에 급급했는데 시민의 일상을 꼼꼼히 챙기는 정직한 시장이 필요하다."

- 2번의 토론회에 대한 평가가 후하지 않다.
"아직 충분치 않지만 성의있게 보이려고 하고 있다. 믿음을 주는 진정성이 드러날 것이다."

- 당 지지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분석을 하자면 말이 길어지는데, 당에 대해 기대가 많은 분도 있고, 실망해서 돌아선 분들도 있고, 말하지 않은 분들도 있다. 그래서 당 지지도가 낮은 것처럼 보이는데,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분들이 달리 갈 곳이 없다. 강 후보가 '중산층 서민의 정당으로 열린우리당이 잘 하겠습니다'라고 믿음을 보이면 돌아오리라고 기대한다."

- 선거 끝나고 어디로 가나.
"집에 돌아가 운동화신고 운동하러 다니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죠."

강금실 후보 캠프

7일 선대본 구성을 완료하고, 이전한 선거사무실(종로구 경운동)에서 발족식을 가졌다. 서울시에 자립형 사립고 유치를 반대해온 유인종 전 서울시 교육감이 선대위원장으로 막판 영입되었다.

선대위원장: 유인태(총괄) 이미경(여성) 이계안(경제) 유인종(교육)
선대본부장: 김영춘 박선숙
기획위원장: 민병두
조직위원장: 이목희
대변인: 오영식 조광희
시민위원회: 이중수 대표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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