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돌아오시는 아버지조태용
신사용 자전거는 느립니다. 보통 자전거가 몇 단의 기어와 가벼운 차체를 이용한 스피드를 추구한다면 아버지의 신사용 자전거는 특별한 기어 조작 장치도 없이 천천히 농부처럼 묵묵하게 나아갑니다. 천천히 느릿느릿 가지만 사이클은 진입도 불가능하고, MTB도 가기 힘든 논길, 진흙 길도 천천히 여유롭게 빠져 나갑니다. 신사용 자전거에는 체인 커버가 있어 흙이 바지에 묻지도 않고, 바퀴 커버가 빗물이 바퀴를 타고 올라오는 것을 막아줍니다. 또한 옆으로 세워두는 일반 자전거와는 달리 곧게 세워져 짐을 실기도 편합니다.
삽 하나를 자랑스럽게 옆에 끼고, 허리를 곧게 세우고,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 논으로 향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버지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아버지의 모습과 함께 연상되는 모습입니다.
몇 해 전 이 자전거가 고장이 났다면서 수리를 하러 가신다기에 형제들끼리 모여 이번 기회에 스쿠터를 사주면 어떠냐고 논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단 한마디로 거절 하셨습니다. 기름값 나오는 오토바이는 부담스럽다는 것이죠. 멀리 갈 일도 없는데 "자전거나 타면 되지 오토바이가 무슨 필요가 있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