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4일 태국여행을 나서는 동생이갑순
진실은, 동생은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먼 미래를 계획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조금 속상해 하기도 하지만, 일본어를 공부하고 언제나 여행을 꿈꿉니다. 올 가을엔 프랑스에 가겠다고 돈을 벌어야 한다네요.
저는 압니다. 동생은 올 가을에 꼭 프랑스로 여행을 다녀올 것입니다. 보호자란 명목으로 저까지 파리를 구경할지도 모르겠네요.
진실은 또 있습니다. 동생은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는 참 큰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스스로 설 수 있다는 걸 뜻하니까요. 그리고 또 4월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떨치기 힘든 새벽 잠을 이겨내며 부지런히 배우고 있습니다.
이것이 진실입니다. 2005년 4월 25일의 진실은 이게 아니었습니다. 그날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진실은 이게 아니었습니다. 감히 내 입으로 말할 수도 없는 그 말을 그날 의사선생님은 진실처럼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물론 의사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 말한다는 걸 압니다. 그게 자신들의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든, 보호자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든 말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진실은, 사람의 생명은 누군가가 그렇게 쉽게 그 끝을 예고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입니다. 생명이 만들어지는 것이 신비이듯, 생명이 사그라지는 것 역시 신비일 뿐입니다. 의사가 예고한 햇수를 다 채우고도 살아 있다 해서 그걸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그건 그냥 생명 자체가 가지는 신비가 아닐까요.
동생은 4월 25일이 자신의 두 번 째 생일이라고 말합니다. 동생의 두 번째 생일을 몇 번까지 셀 수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 어떤 유명한 의사라도, 점쟁이라도 말입니다. 다만, 그 날이 계속 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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