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북한 선박에 대한 물리적 강제는 주권침해

북한 지도부는 '위기'를 '원칙'으로 타개할 것

등록 2006.05.09 18:39수정 2006.05.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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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한국 시각)부터 미국의 대북 선박 제재가 발효되었다. 개정된 외국자산관리규칙이 오늘부터 공식 발효됨에 따라 미국 국민, 미국 기업, 미국 거주자, 미국 주재 외국기업은 북한 선박을 이용하거나 북한 선박과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북한에 선박을 등록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에 기항하는 북한 선박이 1년에 10여 척밖에 안 되고, 북한에 등록한 미국 선박도 11척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 선박 제재가 북한에 대해 큰 타격을 주기는 힘들다.

이번 조치를 들여다보면, 사실 ‘제재’라기보다는 ‘단절’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과 관련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북한 선박과 관련을 맺는 것을 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로는 ‘제재’라고 했지만, 사실은 ‘단절’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미국의 대북 선박 제재가 북한을 불쾌하게 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위의 조치가 북한 지도부에게 압박이나 타격을 준다고는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약육강식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정치에서 강자가 약자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어찌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위의 조치들은 북한의 주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 조치들은 선박을 통한 미국과 북한의 연결 가능성을 차단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북한 지도부는 이 같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불쾌해할 수는 있으나, 별다른 심리적 압박이나 타격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점은 미국 지도부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이러한 조치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조치 중 한 가지를 취하는 경우, 북한은 이를 선전포고 혹은 주권침해로 간주하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첫째, 미국이 객관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북한 국적 선박을 임검·나포·격침하는 경우다. 지금처럼 북미관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자국 선박이 혹시라도 미국에게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 선박을 임검·나포·격침한 후에 정당한 사유를 즉각 입증하지 못하면, 북한은 이를 중대한 주권 침해로 간주할 것이다. 또한 북·미 간의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북한은 그 같은 선박 제재를 휴전협정 위반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대응조치를 취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둘째, 북한 항구를 향하거나 혹은 북한 항구에서 나오는 선박을, 미국이 객관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임검·나포·격침하는 경우다. 이 경우에도 북한은 그것을 주권 침해로 간주하고 즉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는 위 첫 번째 경우보다는 북한 주권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낮겠지만, 북한은 이러한 도발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 정도의 선박 제재는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지만, 미국이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물리적 강제’의 수준으로까지 발전한다면, 북한은 원칙적 입장에서 대응하게 될 것이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지도부에게 전달된 바 있듯이, 김 위원장은 ‘협상’과 ‘전쟁’이라는 두 카드를 양손에 각각 쥐고 있다. 미국이 평화적으로 나오면 협상 카드를 꺼내고, 미국이 폭력적으로 나오면 전쟁 카드를 꺼낸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기본 원칙이다.

그리고 미국은 자국의 대외정책과 북한의 대외정책에서 한 가지 중대한 차이점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 최근 인도 핵문제의 경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미국은 필요에 따라 자신의 원칙을 스스로 훼손할 수 있는 나라다. 하지만, 북한은 어떠한 경우에도 자국의 기본원칙에서 물러서지 않는 나라다.

미국은 위기의 순간에 ‘타협’을 생각하는 나라이지만, 북한은 위기의 순간에 ‘원칙’을 생각하는 나라다. 북한 지도부는 위기를 ‘원칙으로부터의 이탈’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7일자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4월 27·28일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한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6자회담 복귀를 요구했지만, 김 위원장은 미국이 금융제재를 먼저 해제한 다음에야 복귀할 수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여기서 미국이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은, 북한은 미국과 협상할 생각은 있지만 자국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북 압박이 강화되면 북한이 항복할 줄로 착각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북한은 더욱 더 원칙을 고수하면서 자신을 지키려 할 것이다.

지금 상황을 기준으로 할 때, 북미관계에 관한 북한 지도부의 기본 입장은 다음과 같다. ▲미국과 함께 6자회담 테이블에 앉아 미국의 대북 핵위협 문제(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핵위협을 거두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그에 더해 금융제재까지 가하는 것은 6자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 선박 등에 대해 직접적인 물리적 강제까지 가한다면, 미국이 전쟁을 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금 미국에게 필요한 덕목은 자중자애(自重自愛)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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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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