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여년 전 인도의 승려가 배를 타고 들어온 곳

백제 불교 도래지이자 ·굴비의 고장 '영광'

등록 2006.05.13 12:13수정 2006.05.1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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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해안도로 입구에서 바라본 법성포구...
백수해안도로 입구에서 바라본 법성포구...문일식
비가 부슬부슬 내렸던 지난 주, 맑지 않은 날씨를 원망하며 영광굴비, 백수해안도로, 백제 불교전래지로 압축할 수 있는 영광에 들어섰습니다. 전날 함평 나비축제와 불갑사를 들러 들어온 터였습니다. 원불교 성지를 지나 시작되는 백수해안도로에서 바다를 앞두고 작은 마을에 잠시 멈췄습니다.

zoom으로 당겨본 백제 불교 최초도래 성지의 전경
zoom으로 당겨본 백제 불교 최초도래 성지의 전경문일식
영광과 홍농을 사이에 두고 안으로 움푹 들어선 곳에 바로 법성포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진한 회색빛의 개펄과 개펄 사이로 난 유연한 곡선의 물길이 길게 펼쳐진 곳, 멀리 법성포구가 펼쳐져 보이고, 바다 건너편으로는 백제의 불교 최초전래를 기념하여 만든 성지가 6년에 만에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바짝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갈매기들.. 한걸음 더 나가면 날아갈 태세입니다.
바짝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갈매기들.. 한걸음 더 나가면 날아갈 태세입니다.문일식
바다의 주인인 갈매기가 낯선 인기척에 놀라 달아나더니 이내 다시 멀지않은 곳에 내려 앉았습니다.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고자 한발 한발 다가서는데 전혀 낯가림을 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백수해안도로에 들어가기 전 법성포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법, 영광까지 내려왔으니 굴비 정식 한 번쯤은 먹어주는 게 예의일 듯해 차를 바로 돌렸습니다.

842번 지방도는 백수해안도로에서 법성포구로 가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시멘트길로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법성포구에 이르렀습니다.


전남 영광 법성포

우리는 흔히 영광을 굴비의 고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광 굴비는 영광 칠산앞바다에서 잡히는 조기를 잡아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을 말합니다. 서해안의 추자도, 흑산도를 거쳐 산란하러 조기들이 올라오는데 음력 3월 중순 곡우 무렵 칠산 앞바다를 지날 때 잡은 것으로 만든 것을 최고로 칩니다.

법성포구 어물전에 걸린 굴비들... 다들 울상입니다...
법성포구 어물전에 걸린 굴비들... 다들 울상입니다...문일식
요즘은 조기가 많이 잡히지 않아 수입산이 많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수입산은 머리에 다이아몬드 모양이 있고, 입주위는 붉고, 눈주위는 노랗다고 하며 등부분이 회색을 띈 황금색이라고 합니다.

굴비는 임금님 수랏상에도 오르는 진상품 중 하나인데 굴비의 어원은 멀리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려 인종 때 이자겸이 난을 일으켰는데 난을 진압하고 이자겸을 영광 법성포로 귀양을 보내게 됩니다.

법성포에 귀양을 온 이자겸은 이곳에서 굴비를 먹어보게 되었고, 그 맛이 너무나 기가 막히게 맛이 있는지라 임금에게 진상을 하게 되는데 진상을 하는것이 아부로 비칠까봐 굽히지 않는다는 뜻으로 굴비, 즉 굴할 굴(屈), 아닐 비(非)를 쓰게 되었다고 하며 그 명칭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굴비구이 정식의 차림상...1인분 11,000원
굴비구이 정식의 차림상...1인분 11,000원문일식
지형상 안쪽으로 바짝 들어온 법성포구는 너른 개펄을 품고 있습니다. 개펄에 물길이 나고 그 길을 따라 배가 움직입니다. 정박해 있는 수많은 배들과 갈매기들이 포구의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떼지어 나는 갈매기를 뒤로 하고 굴비를 먹기위해 식당으로 들어섰습니다. 굴비정식 1인분에 11,000원인데 열 대여섯가지 반찬과 함께 굴비구이와 조기매운탕이 상에 올랐습니다. 순간 침묵이 흐르고, 빠른 손놀림과 젓가락질 소리만이 허공을 맴돌았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백제 불교 최초 도래 성지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아직 준공을 하지 않았는데 오는 5월 13일 성대한 준공식을 하고 불교전래 재현식을 거행한다고 합니다.

법성포구의 전경...  백제 불교 최초도래지인 법성포...
법성포구의 전경... 백제 불교 최초도래지인 법성포...문일식
백제 불교 최초도래지인 법성포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 때 전진에서 순도가 전래한 것이 최초입니다. 그 후 서기 384년 동진을 거쳐 인도 승려인 마라난타가 이곳 법성포에 들어옴으로써 백제 땅에도 불교가 전래되었습니다. 그 당시 법성포의 지명은 아무포(阿無浦)로 아미타불의 의미를 함축한 것인데 마라난타가 불교를 들여옴으로써 법성포, 즉 마라난타라는 '성인이 불법을 들여온 성스러운 포구'라는 뜻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백제 불교 최초도래 성지에 들어서서..
백제 불교 최초도래 성지에 들어서서..문일식
일주문을 상징하는 간다라 양식의 상징문을 들어서면 정면으로는 만다라 도형을 상징화하여 만든 만다라 광장과 참비와 서해조망용으로 세운 부용루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부용루 위에는 아미타불, 관세음, 대세지보살과 함께 마라난타가 부처님을 받들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거대한 사면석불이 서있습니다. 아직은 비계를 걷어내지 않아 어수선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서해 조망이 가장 잘 되는 곳에 세워진 사면석불...
서해 조망이 가장 잘 되는 곳에 세워진 사면석불...문일식
탑원을 지나 경사로를 올라 부용루 위편에 있는 사면석불에 올랐습니다. 아래로 부용루와 만다라 광장 그리고 서해의 풍경이 아스라히 펼쳐졌습니다. 가뜩이나 흐린 날인데 개펄의 진한 회색과 흐린 날의 어두움이 한데 엉켜 음울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맑은 날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아름다운 장관이 되지 않을까도 싶었습니다.


1700년전, 저 바닷길로 마라난타는 들어왔을겁니다...
1700년전, 저 바닷길로 마라난타는 들어왔을겁니다...문일식
1700여 년 전 인도의 승려가 배를 타고 법성포구로 들어오는 모습은 과연 어땠을까? 한 척의 배가 유유히 들어오는 모습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맞이하고 영접하는 모습들은 또한 어땠을까? 수려한 풍광속에 1700여 년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보고, 산길을 거슬러 반대편으로 넘어가 보았습니다.

공원쪽 산책길에서 바라본 법성포구의 전경..
공원쪽 산책길에서 바라본 법성포구의 전경..문일식
반대편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산책길을 이용해 성지로 넘나들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서는 법성포구의 전경이 펼쳐져 보입니다. 시내 한가운데 우뚝 솟은 아파트가 자못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용루나 사면석불에서나 만다라 광장의 작은 정자에서 바라다 보는 풍경은 자못 인상적이었습니다. 불교성지로서 성지의 역할이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포구나 해안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것 또한 매력이 있는 여행지가 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영광여행 이렇게 가보자!!
불갑사 ▶ 백수해안도로(석구미-모래미) ▶법성포구 ▶ 백제 불교 최초도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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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영광여행 이렇게 가보자!!
불갑사 ▶ 백수해안도로(석구미-모래미) ▶법성포구 ▶ 백제 불교 최초도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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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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