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읽으면 한심하다구요?

[인천소녀의 서울탐방기 1] 한국만화의 숨겨진 저력... 코믹월드에 가다

등록 2006.05.16 13:55수정 2006.05.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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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일본 만화 출판 양이 우리나라 한해 전체 도서 출판 양과 같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일본만화와 우리나라만화가 이렇게 심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또 만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서울 코믹월드' 행사장을 첫 번째 서울 탐방 장소로 결정했다.

이번 달 13~14일에 걸쳐 열린 서울 코믹월드는 56회다. 내가 간 것은 지난 54회 다음으로 두 번째이다.


코믹월드는 코스프레와 동아리판매전(부스), 엽서그리기 대회와 코스프레 무대행사로 구성된다. 코스프레는 누구든지 만화나 게임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야외에서건, 실내에서건 가능하다.

동아리 판매전은 미리 신청을 하고, 각지의 만화 동아리 등에서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넣은 팬시나 학용품 정도의 물건을 가지고 나온다. 엽서그리기 대회는 말 그대로 엽서를 그려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시상하는 대회이다. 코스프레 무대행사는 만화 주인공의 대사를 하거나 그 만화 주제가에 맞추어 춤을 추는 등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개장은 오전 11시였지만, 역시나 오전 7시도 되기 전에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인기가 많은 부스는 1시간도 안되어 매진되는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특히 눈에 띄었던 상품은 기존의 코팅팬시나 일반적인 학용품이 아닌, 한마디로 ‘콘셉트’를 가진 상품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타로카드 풀세트, 캐릭터 화투, 각종 실제 액세서리와 우산 등이 그렇다.

나도 일단 입장을 하여 부스들을 살펴보았다. 부스는 보통 한 부스당 두 사람 정도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한사람은 판매를 하고 한사람은 작화작업을 계속하였다. 아쉽게도 부스들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내 주변 어른들께서는 "뭘 그런 걸 돈주고 사느냐" 혹은 "그런 것 그리는 애들은 이해가 안 간다"라고 나무라시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만화동아리들이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코믹월드라고 생각한다. 코믹월드가 아니면 이 수많은 만화계의 인재들이 어디에서 자신의 끼를 펼쳤겠는가.


실력이 쟁쟁한 이들은 대부분 10~20대였는데, 그 중에는 여러 번의 회지 출간경험이 있고 인터넷 세대인 만큼 디지털 작법도 효과적으로 사용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많았다.

이 부스들을 돌아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나라 만화가 재미없고 그림이 어색하다는데, 이런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하고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만들면 어떻게 변할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도 만화계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지금처럼 들려올까? 그런데도 만화계의 불황이 계속될까?


판매를 위한 패러디만을 계속하고 창작의 기회조차 부족한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웠고 적극적인 지원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인재들을 잃는다면 정말 국가적인 손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반일감정이 살아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았을 때는 거북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려면 좋은 점, 잘된 점, 객관적으로 우리보다 나은 점은 보고 배울 필요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일본 만화계를 잠시 비교해 보았다. 인터넷으로 각종 자료를 조사한 결과,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은 분명히 있었다.

일본은 만화를 창작하기 위한 거의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일단, 든든한 후원자들이 있다. 기업단위로 만화 사업에 투자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일본은 문화의식이 무척 투철하여 만화책은 사서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다양한 종류의 만화관련 잡지도 출판된다.

또 만화인들은 그 자체로도 가치를 지니는 존재로 인식이 되어있고 또한 남녀노소 누구든지 만화를 보는 것이 절대 창피하거나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뚜렷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청소년 보호법에 의하여 만화 작가들의 무한한 자유가 규제 받고 있다. 볼만하다는 한국 만화들도 대부분 청소년 보호법이 만들어지기 전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 대여점과 인터넷 다운로드 스캔본이 판을 치고 있으며, 만화책은 좋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이 뿌리박혀 있다. 어른들이 지하철 등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그 어른들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만화책을 보지 못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나라 만화가 발전할 수 있을까?

서울 코믹월드를 돌아보면서 절대로 우리나라의 만화가들이 실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또 새삼 깨달았다. 아마추어 창작인들은 인재요 국가적 재산이다. 버려져서는 안 된다. 그들이 펜대를 놓고 만화를 버릴 절망적인 사회분위기는 사라져야 한다.

만화도 예술이다. 예술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어떤 방법으로건 침해당해서는 안된다. 나중에 비평이 나오더라도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해야하고, 잘못된 작품을 지적해주기위해 비평도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깎이고 깎여 본 의도를 상실한 작품에서는 비평도 없고, 비평을 딛고 올라서는 발전도 없다. 이처럼 만화창작의 비참한 현실부터 개선되어야 일본문화만을 좇는 청소년들을 꾸짖을 수 있을 것이고 일본만화와 한국문화의 장점만을 모아 독특한 개성의 우리 만화문화를 부흥시킬 수 있을 것이고, 진정한 애국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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