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목장에 찾아온 봄 이야기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 강원도 평창의 양떼목장

등록 2006.05.15 12:05수정 2006.05.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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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문득 스치는 생각 중에 '봄이 가면 신록마저도 밋밋해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갓 찾아온 봄이면 생동감이 느껴질 정도로 푸릇푸릇한 느낌, 거기다 형형색색의 물결까지 어우러진 지난 남도에서의 봄날이 아른거렸습니다.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진한 녹음으로 물들어가는 산세를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봄날은 갔다'라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요즘이었습니다.

푸르름이 돋보이는 양떼목장의 풍경...
푸르름이 돋보이는 양떼목장의 풍경...문일식
그러던 중 어제(14일) 평창에 있는 양떼목장을 지난 겨울 이후로 다시 찾았습니다. 놀라운 풍경, 그 곳 양떼목장, 아니 강원도에는 이제야 봄이 찾아오고 있는 듯 했습니다.


양떼목장의 주인공인 양들이 이제는 드넓은 벌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찾아온 강원도의 봄을 나눠보겠습니다.

하늘은 흐드러지게 맑아있고, 구름이 흐르는 가운데 하늘아래는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축사에서 동료의 몸에 붙은 건초를 뜯어먹고 있는 녀석들...
축사에서 동료의 몸에 붙은 건초를 뜯어먹고 있는 녀석들...문일식
양떼목장은 다들 아시다시피 양들에게 먹이주기 체험 명목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축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양들에게 건초를 나눠주며 양들과 진한 교감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조금 특이합니다. 동료 양 털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건초들을 뜯어먹고 있습니다. 이 축사에 있는 양들은 그야말로 태평성대입니다.

양떼목장의 정상에 세워진 나무로 만든 집.
양떼목장의 정상에 세워진 나무로 만든 집.문일식
양떼목장의 전망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오르다보니 정상에 못 보던 게 생겼습니다. 아래쪽에 있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촬영지였던 건물을 빼닮은 건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정상에 일렁이는 강한 바람마저도 신선함이 느껴집니다.

방사된 양들이 만들어내는 목가적인 풍경 1
방사된 양들이 만들어내는 목가적인 풍경 1문일식

방사된 양들이 만들어내는 목가적인 풍경 2
방사된 양들이 만들어내는 목가적인 풍경 2문일식
아래로 내려오다 보니 양들을 방사한 곳이 있습니다. 축사에서 건초를 나눠주는 양들과는 차원이 틀립니다. 일단 색깔부터가 축사에 있는 녀석들보다는 다릅니다. 이제야 양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따스한 봄볕을 받고 있는 양들.
따스한 봄볕을 받고 있는 양들.문일식
화창한 봄날 오후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들의 모습은 가히 전원적이고 목가적입니다. 양들을 보고 있노라니 평온함이 밀려옵니다. 어미와 새끼인 듯한 양이 따뜻한 봄 햇살을 즐기고 있습니다.

잠깐 졸았던 어미에게 새끼가 투정을 부리고 있는 듯 합니다.
잠깐 졸았던 어미에게 새끼가 투정을 부리고 있는 듯 합니다.문일식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미양이 갑자기 고개를 떨궜습니다. 따뜻한 봄 햇살에 몸을 맡기다보니 잠시 졸음이 밀려왔나 봅니다. 떨어뜨린 고개는 여지없이 밑에 있던 새끼의 머리위로 떨어지고, 놀란 새끼가 어미를 바라보며 투정을 부리고 있습니다.


근엄한 표정의 양
근엄한 표정의 양문일식
양들 중에는 아주 근엄한 녀석들도 있습니다. 높다란 곳에 앉아서 무리들을 지긋이 내려다보기도 하고, 몰려든 사람들에게 경계의 눈빛도 던졌습니다.

부러움이 느껴지는 양들의 편안한 모습.
부러움이 느껴지는 양들의 편안한 모습.문일식
너무나 여유로운 나머지 어떤 양들은 바닥에 엎드려 너무너무 편한 자세로 풀을 뜯어먹고 있습니다. 사람들도 느껴보지 못하는 여유의 압박이었습니다.

서로 바로보며 웃는 듯한 모습의 양들.
서로 바로보며 웃는 듯한 모습의 양들.문일식
양떼목장에서 최고의 양들이라고 하면 바로 이 녀석들일 겁니다. 왼쪽에는 새끼인 듯한 두 마리가, 오른쪽에는 어미인 듯한 녀석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마치 웃고 있는 듯합니다. 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맘껏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대관령에는 바람이 참 많이 붑니다. 양떼목장을 나서는 그때까지 바람은 몹시도 불어댔습니다. 이제야 조심스레 찾아온 강원도의 봄은 남도의 봄과는 색다른 맛이 있습니다. 어쩌면 두 번째 맞는 봄, 아니 밋밋해져버린 봄속에서 다시 느껴지는 봄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넉넉한 오후, 양들이 만들어내는 여유 있는 모습과 하늘과 구름과 땅이 만들어내는 편안한 색감의 풍경들이 한없이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유포터에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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