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주최한 '기독교 사학수호를 위한 한국교회 비상구국기도회'에 퍼포먼스용으로 등장한 대형 나무십자가가 네티즌의 냉소를 받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상당수의 보수적 교회들은 영은 신성하고, 육은 더러운 것으로 본다. 이 땅의 삶은 고달프고 힘든 것으로 본다. 우리 모두 영혼의 구원을 받고, 본향을 찾아가자고 가르친다. 이에 상당수 신자들은 새벽기도를 하며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얻고, 본향의 세계를 꿈꾸고 있다.
이러한 요지의 가르침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유지시켜 나가는 매우 순응적인 교인들을 양성한다. 목사의 설교를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아멘쟁이' 신자들만을 양성한다. 이 땅의 불합리한 현실과 자신의 삶을 개선시켜 보려는 노력보다는 이를 참고 인내할 수 있는 힘을 달라 기도하는 '인내의 신자'들을 양성한다.
이러한 신자들을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바로 '목사'이다. 일반적으로 목사는 그 교회의 소유주처럼 생각되고 있다(물론 그들은 아니라고 한다). 목사들은 자신들이 정기적인 월급을 받는 노동자적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봉사직이라고만 여긴다. 그래서 세금도 내지 않는다. 이들의 차량유지비 및 생활비, 심지어는 자녀 교육비까지 교회에서 대주는 경우가 많다(물론 그렇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소수의 건전한 교회들도 있다).
또 다른 수혜자들은 이 땅의 기득권자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기득권을 지닌 측면도 있고, 소수자적 측면을 지니고도 있다. 그래서 최근의 민중신학 진영에서는 자신의 소수자적 측면과 기득권적 측면을 온전히 발견해나가자 한다. 자신의 소수자적 측면은 적극 연대하여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고, 기득권적 측면 역시 소수자들의 입장을 헤아리며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땅에는 기득권자들이 존재한다. 사회의 각 영역에 없는 곳이 없다. 이들은 이러한 현실 순응적인 신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교회에서는 여성 목회자가 설 수 없게 되고, 사회 개혁 시도는 거센 저항을 받게 된다.
비리 덩어리 보수 정당은 개혁 비슷한 정당의 변변치 않는 모습에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성추행을 하고도 뻔뻔하게 카메라 앞에 서는 국회의원들이 있다. 오죽하면 한 정당의 대표가 한편의 영화 상영을 저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 나올까.
가난한 자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데 힘을 쏟아라
신앙이란 신앙인 자신의 형편과 삶의 색깔에 따라 다양하다. 이 모두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신앙이 자신이 믿고 있는 신의 모습을 따르는 신앙인지 아닌지는 늘 성찰해나가야 한다. 또한 가난한 자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연장선에 있는지 기득권자들의 자기 유지의 연장선에 있는지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내가 아는 예수는 기득권자들의 입장에 서서 비리를 옹호해주지는 않았다. 성추행을 하였던 죄 자체까지 사랑하지는 않았다. 예수는 인간을 사랑했고, 그 인간이 하늘의 신비를 맛보며 하루하루를 새롭게 살 수 있도록 하였던 분이다. 그 자신이 그렇게 사시며 이 땅에 생명세상을 활짝 열어가려 하였다.
영화에서 괴물이 나온다 하여 지구방위대를 결성하지는 않는다. 영화에서 엄청난 자연재해가 닥쳐온다 하여 생필품 사재기를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지금 기독계가 보이는 이런 과민반응은 스스로 편협함을 보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교양수준 및 신앙의 가벼움을 보이는 것이다. 심지어 예수 자신을 욕보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진정한 '신성모독'과 '신앙'의 위협은 영화 한편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 땅에서, 이 역사 속에서, 이 생명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그렇게 속 좁은 분이 아니시다. 먼저 자기 자신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성숙한 신앙으로 여유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런 엉뚱한 데에 힘을 쏟지 말고,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가난한 자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이웃을 사랑하라던, 진정 네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아닐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