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듯 달라지지 않은' 선거보도

민언련 신문 모니터...정치공방, 단순동정기사 여전히 많아

등록 2006.05.16 10:37수정 2006.05.16 10:50
0
원고료로 응원
5·31 지방선거를 보름 여 앞둔 가운데 주요 일간지들은 과거에 비해 정책관련 기사를 적극적으로 싣고 있긴 하나 여전히 후보자나 정당 간의 공방, 단순 동정, 판세 분석 기사들에 지면을 많이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정책검증 보도들이 "A후보는 구체성은 떨어지나 적절성은 높고 B후보는 시간계획성은 좋지만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식의 '공약 완성도 평가'에 머물고 있어 검증 내용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상임대표 최민희) 선거보도모니터팀은 5월 8일부터 13일까지 7개 중앙일간지 선거보도를 모니터했으며 그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단순 정책검증 보도 보완돼야

민언련 모니터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주일 동안 각 신문의 선거보도 수는 적게는 30건에서 많게는 43건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부분 신문들에서 정책관련 기사 보다는 단순한 정치 공방이나 동정보도, 판세분석 보도가 많았다.

가장 많은 정책관련 기사를 실은 신문은 <경향신문>(22건)이었다. <경향신문>의 정책보도는 내용 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경향신문>은 경실련과 함께 서울 시장 후보 4명을 대상으로 정책토론회를 각각 한차례씩 열고 그 내용을 분석했는데 "전문가집단에 의한 정책분석 결과만 제시한 <조선일보>의 SMART 지표분석이나 <동아일보>의 FINE 지표분석 보도와는 달리 후보자의 정책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니터팀은 대부분 신문의 공약검증 보도가 실현가능, 구체성 평가 등에만 머물고 있다며 "개별 공약이 다른 정책들과 모순되지는 않는지, 보다 큰 틀의 공익적 가치·보편적 가치와 충돌하지는 않는지 등도 꼼꼼하게 짚어주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월8일부터 일주일동안 7개 신문이 보도한 선거 기사 수와 정책관련기사 수. 정책관련기사는 '정책소개, 정책설명 비교 검증 기사'와 '정당 및 후보자 간의 정책공방 기사'를 말한다.
5월8일부터 일주일동안 7개 신문이 보도한 선거 기사 수와 정책관련기사 수. 정책관련기사는 '정책소개, 정책설명 비교 검증 기사'와 '정당 및 후보자 간의 정책공방 기사'를 말한다.민언련
진보정당 후보는 재미없는 후보(?)


한편 후보들의 신상을 소개한 일부 보도들은 지나치게 신변잡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흥미 위주로 흘렀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선일보>의 '5·31 최대관심 서울시장 후보 얘기' 기획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이 기획 기사는 주로 후보의 약력과 성장과정, 알려지지 않았던 에피소드 등을 담았는데 '민주당 박주선 후보가 여종업원을 구하려고 시계까지 풀었다'거나 '국민중심당 임웅균 후보가 콩쿠르서 파바로티와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거나 하는 등의 내용이다.


모니터팀은 후보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오거나 지인의 입을 통해 전달된 이런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일방적인 '홍보'로 흘러 이미지 선거 경향을 강화하는 게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기사는 특정 후보에게 '편파적'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12일자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에 대한 기사에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지인들이 말하는 후보 이야기'가 빠져있었다. 박주선 후보 기사에는 지인이 후보에 대해 6번이나 언급하고 있고 임웅균 후보 기사에도 2번의 언급이 있었으며 대부분 후보에게 우호적인 내용,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김종철 후보의 경우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모니터팀은 이 기사가 김종철 후보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대신 "7세 위 운동권 큰 형과 전교조의 영향으로 김후보는 고교 때 이념서적을 이미 탐독한 '준비된 운동권' 이었다"거나 "(그의 출마를 격려하기 위해 모인 대학 친구들이)'세계 사회주의자들의 노래'(인터내셔널 가)를 같이 불렀다"는 등 "진보정당 후보의 '강성이미지', '운동권 이미지'를 부각하는 내용"을 실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신문, 무책임한 '의혹보도' 여전

이밖에도 모니터팀은 지난 9일 노 대통령이 몽골에서 '북한에 많이 양보하겠다', '본질적 정당성의 문제가 아닌 제도적·물질적 지원은 조건없이 할 수 있다' 등의 발언을 놓고 일부 신문들이 지방선거와 연결시켜 '신 북풍공작', '대북 뒷거래' 운운하며 의혹 제기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른바 '몽골발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신문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는 11일자 사설에서 "(대통령 발언의)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대북 뒷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야당은 '선거를 겨냥한 신(新) 북풍 공작'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며 '뒷거래 의혹'까지 언급했다. 또 3면 기사 '盧대통령 '北에 많은 양보' 파문'은 한나라당 이방호 정책위의장의 "남북 정상회담 구걸은 민족의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을 비롯해 한나라당·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 발언의 '정치적 의도'를 비판하는 주장들을 전했다.

<중앙일보>도 11일 사설에서 "자신이 정했던 정상회담의 원칙을 아무런 배경설명 없이 스스로 무너뜨린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러니 '북한과 모종의 합의를 해 판을 바꾸려 하는 등의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는 각종 해석이 분분히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니터팀은 대통령 발언을 놓고 "대북 정책과 같은 중요 정책을 제시하는 방식에 이견을 제시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이 정상회담의 원칙을 무너뜨렸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인데다 이를 선거와 연결해 정치공방으로 변질시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선거 때마다 색깔론을 들고 나오거나, 색깔공세를 펴는 정치권의 시도를 무비판적으로 부각해왔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와 같은 구태를 버리지 못한다면 지방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직결된 대북문제 해결을 그르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덧붙이는 글 | * 민언련 모니터팀 보고서 전문 보기 *
http://www.ccdm.or.kr/board2/board_read.asp?bbsid=newspaper_01&b_num=28421&page=1

조영수 기자는 민언련 활동가 입니다.

덧붙이는 글 * 민언련 모니터팀 보고서 전문 보기 *
http://www.ccdm.or.kr/board2/board_read.asp?bbsid=newspaper_01&b_num=28421&page=1

조영수 기자는 민언련 활동가 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4. 4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5. 5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