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아리'가 부르는 노래

한남대,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하는 사랑나누기' 행사 열어

등록 2006.05.16 12:33수정 2006.05.1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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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학생운동연합체인 한총련을 탈퇴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기자회견에서 그는 자신이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이렇게 공약했다고 밝혔습니다.

"추락하는 서울대의 위상을 높이고 기부 문화를 활성화해 장학금을 확대하는 동시에 취업난과 학생복지 문제를 해결하겠다."

따라서 "자신은 이러한 공약이 임기 안에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이어서 "학생운동 단체인 한총련을 탈퇴하고 기업체와의 후원 계약도 대행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체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 총학생회의 한총련 탈퇴는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90년대 후반, 한총련 산하의 서총련을 탈퇴했고 1999년, 2003년, 2004년 연이어 비운동권 학생이 총학생회장에 당선 됐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반운동권인 황라열씨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것입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서울대 총학생회의 반 학생운동 선언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생각할 때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사회에는 ▲양극화 문제 ▲비정규직 문제 ▲한미FTA ▲미군기지 이전 문제 ▲이주노동자 문제 등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땅의 젊은 학생들이 이렇게 산적한 사회 문제들을 도외시한 채 대학을 학원삼아 공무원시험, 전문인 자격증취득에만 열을 올린다면 우리사회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서울대 총학생회가 자신들의 유명세를 앞세워 기업들의 장학금 후원과 취업을 독점하려는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지구촌의 한 형제자매


이러한 시점에 지난 14일 한남대 사회과학대와 공과대학생회가 의미 있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바로 개교50주년을 기념하는 학생축제의 여는 마당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하는 사랑나누기'행사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 행사를 준비한 한남대 사회과학대학 김태훈 학생회장(도시부동산학과 4년)은 평소부터 학교 내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별히 머나 먼 한국 땅에 와서 한국사회의 무시와 차별을 받으며 묵묵히 일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행사의 내용도 학생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1부는 체육대회로, 2부는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래자랑으로 준비했다고 합니다.


첫 만남
첫 만남김철호
처음 만남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표정이었고, 학생들도 조금은 당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행사를 진행하는 학생회 임원이 외국인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서로 섞여 앉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어디서 왔는냐? 무슨 일을 하느냐?" 대화가 오가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졌습니다.

'대전 외국인노동자와 함께하는 모임'대표 김규복 목사(대전 빈들교회)가 행사를 여는 기도를 했습니다. 김규복 목사는 "오늘 이 행사가 종교와 문화, 언어와 인종, 그리고 국경을 넘어서 모두가 아름다운 관계를 나눌 수 있는 교제의 장"이 되게 해달라고 기원했습니다.

체육대회는 축구, 농구, 피구 세 종목으로 나뉘어 시작되었습니다. 축구는 인도네시아노동자 팀과 한남대 학생·우즈베키스탄노동자 연합팀이 대결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과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은 축구를 아주 좋아해서 평소에도 가끔 축구시합을 한다고 합니다.

축구 경기
축구 경기김철호
그렇지만 운동할 시간이 많지 않은 터라 젊은 학생들을 당할 수 없습니다. 전반전 은 2대3으로 인도네시아노동자 팀이 뒤진 채 마쳤습니다. 후반전에는 오래전에 노동자로 한국에 왔다가 충남대 사회복지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아디디가 골키퍼를 맡았습니다.

후반전 시작하고 얼마 후, 한남대 학생 팀, "슛!" 아디디가 잽싼 동작으로 가슴에 볼을 안았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볼이 쏙 빠져서 가랑이 사이로 "골인!" 아디디가 당황해서, "어라, 볼이 어디 갔지?" 인도네시아노동자 팀 응원석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디디가 알 깠어!" 결국 한남대 학생과 우즈베키스탄노동자 연합팀이 5대4로 승리했습니다.

필리핀노동자 팀 파이팅!
필리핀노동자 팀 파이팅!김철호
농구는 필리핀노동자 팀과 한남대 학생 팀 간의 대결이었습니다. 필리핀노동자들은 워낙 농구를 좋아해서 일요일마다 함께 농구를 즐깁니다. 키는 한남대 학생들보다 작지만 농구실력은 학생들을 능가합니다. 필리핀노동자 팀이 먼저 득점을 하면서 사기충천합니다. 학생 팀이 열심히 분발했지만 필리핀노동자 팀이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너무 잘한다
너무 잘한다김철호
지고 나서 못내 아쉬웠던 학생 팀의 제의로 한판 더 붙었습니다. 학생 팀의 투혼이 돋보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판 역시 필리핀노동자들의 승리입니다.

엉거주춤
엉거주춤김철호
중국은 우리나라와 지리상으로 가깝기 때문인지 다양한 계층의 노동자들이 들어옵니다. 나이든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남녀학생들과 함께 팀을 짜서 피구를 했습니다. 둘씩 짝을 맞춰서 하는 짝 피구였습니다. 그런데 피구를 처음 해 보는 터라, 볼을 잡은 중국인 노동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엉거주춤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합니다.

난장판
난장판김철호
피구가 끝나고 흥이 오른 학생들이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노동자들에게 닭싸움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즉석에서 여왕벌 닭싸움을 제안합니다. 얼떨결에 여왕벌 닭싸움에 나선 중국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뒤엉켜 난장판이 되고 말았습니다. 도무지 승패를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앗싸! 넘었다
앗싸! 넘었다김철호
기왕에 순서에도 없는 닭싸움에서 승패를 보지 못한 학생들과 중국노동자들은 내친김에 편 줄넘기를 했습니다.

"하나, 둘, 셋…."

웬만하면 훌쩍 열을 넘길 것만 같은데 번번이 둘, 셋에서 그만입니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중국인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마음을 맞추어 편 줄넘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들은 지구촌 한 형제자매 입니다.

우리는 모두 동반자

체육대회를 모두 마치고 점심식사를 한 후, 한남대 오정못가에 있는 야외공연장에서 외국인노동자 노래자랑대회가 이어졌습니다. 먼저 필리핀 연예단의 공연으로 분위기를 돋웠습니다. 공연이 무르익어 열기를 더하자, 한남대 정원으로 소풍 나온 지역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기 시작했습니다.

뜨겁게 달구어진 공연장
뜨겁게 달구어진 공연장김철호
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래자랑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 네 번째 출연자는 인도네시아 노동자 '아리'입니다. 아리는 한국노래 '동반자'를 정말 감칠 맛 나게 잘 불렀습니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아리의 노래를 들으면서 모든 이들에게 '우리는 모두 동반자'라고 노래하는 것 같았습니다.

조국의 명예를 걸고-열창하는 '아리'
조국의 명예를 걸고-열창하는 '아리'김철호
"내 생애최고의 선물, 당신(한국)과의 만남 이었어! 사랑해요, 당신(한국)만을! 당신(한국)은 나의 동반자!"

'어머나'를 열창하는 '콘도리'
'어머나'를 열창하는 '콘도리'김철호
마지막으로 '콘도리'가 '어머나'라는 한국노래 불렀습니다. 콘도리는 한국가수 뺨치게 한국 노래를 잘 부릅니다. 학생들이 콘도리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화답하며, 장단을 맞추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콘도리가 외국인노동자 노래자랑 으뜸상을 차지했습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던 윤달희 학생회 임원(아동복지과 4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이 행사를 통하여, 평소에 무관심 해왔던 이 땅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과 어울림으로써 그들과 하나가 되려고 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준비가 부족해서 아쉬웠지만 다음에 또 기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하는 사랑나누기'행사를 개최한 한남대 사회과학대 및 공과대학생회를 통하여 분명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서울대 총학생회가 반 학생운동의 기치를 내걸긴 했지만, 반 학생운동은 시대적 사조이거나 변화의 흐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서울대 총학생회의 반 학생운동 행태는 그저 일부학생들의 일탈 현상일 뿐입니다.

물론, 지금 우리의 대학들은 사회진출의 교두보노릇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더라도 오늘 한남대 학생회가 주최한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하는 사랑나누기'에서 봤듯이 우리의 젊은 대학생은 정의, 평화, 민주 공동체의 가치 추구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관점의 학내문제로부터 더 큰 사회 공동체의 문제로 시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은 그 믿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전 외국인노동자와 함께하는 모임"소식란에도 소개 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전 외국인노동자와 함께하는 모임"소식란에도 소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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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우리사회의 화두는 양극화와 불평등이다. 양극화와 불평등 내용도 다양하고 복잡하며 중층적이다. 필자는 희년빚탕감 상담활동가로서 '생명,공동체,섬김,나눔의 이야기들'을 찾아서 소개하는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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