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춘
불과 며칠동안의 여행으로 캄보디아를 말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남의 나라 역사를 그 짧은 기간에 함부로 함축해서 이야기한다는 자체도 어불성설이었다. 다만 여행객으로 스쳐지나가는 인상을 요약해서 스케치 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메모를 했고, 한 장면이라도 더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흔들리는 버스의 차창 밖으로 캄보디아는 빠르게, 또 어느 때는 어슬렁거리며 내 시야를 지나쳤다. 그곳엔 그들의 지친 삶이 보였고, 해맑은 어린아이의 눈동자도 보였다.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이념적으로 캄보디아는 과연 어느 쪽으로 보아야 할지를 분간키 어려웠다. 나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헤어 나올 수 없는 사고(思考)의 늪에 빠지게 했다.
그동안 얼마 되지도 않는 여행기록이지만 여행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 있었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세계는 왠지 싫었다. 아니 기피를 했다는게 더 솔직한 마음이다. 저개발국가의 짙은 토속적인 모습이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곳엔 인간 본연의 자태를 볼 수 있었고 그리고 그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야릇한 향내가 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동안 세 번의 인도여행이 그랬고, 네팔의 오지 탐험, 인도네시아의 이름도 없는 섬, 필리핀의 원시림, 그리고 피지 원주민들의 자연 그대로인 부락들과 전통 춤사위, 별난 음식 등등은 내가 살아 있는 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오늘, 고대 불가사의의 유적들과 함께 국민소득 340불의 세계 다섯 번째로 가난한 나라, 캄보디아를 보게 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1. 스콜(squall)의 장관을 눈앞에서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