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종책과 연횡책이 각각 전개된 전국시대.김종성
합종책은 전국시대 책사인 소진(蘇秦)의 전략이다. 소진은 위나라·조나라·연나라·한나라·제나라·초나라의 국제적 연대로 진나라를 포위·압박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때 소진은 진나라의 위협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진나라 이외의 6국을 묶는 방식을 구사했다. 다시 말해, 전국 7웅 중에서 진나라를 고립시키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소진의 합종책은 BC 333년에 성사되어 약 15년 정도 그럭저럭 유지되었다. 이 기간 동안에 진나라가 어떠한 상태에 처했는가 하는 점은 장의와 조나라 왕의 대화에서 잘 나타난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장의는 합종책을 깨고 연횡책을 완성한 인물이다. 장의는 이렇게 말했다. <사기> 권 70 '장의열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대왕께서 천하의 제후들을 통솔하여 진나라를 배척하니, 진나라가 함곡관을 나오지 못한 지가 15년이 되었습니다. 진나라는 공포에 질려 고개도 들지 못하고 감히 움직이지 못한 채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진나라는 무기와 전차를 정비하고 말 타기와 활쏘기를 익혔으며 농사에 힘써 곡식을 비축해 왔습니다."
장의의 말에 따르면, 6개국 연대의 포위·압박 때문에 진나라는 약 15년간 숨죽이며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진나라가 꾸준히 군사력을 증강하고 경제력을 쌓았기 때문에 훗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처음에는 소진의 합종책이 성공하여 대략 15년간 진나라가 포위·압박되는 형국이 조성되었다.
합종책으로 6개국이 진나라 포위·압박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소진의 합종책을 깨고 연횡책을 완성한 인물이 바로 장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소진과 장의의 개인적 관계다. 두 사람 모두 초나라 귀곡자(鬼谷子)의 문하생이었다. 같은 동문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라이벌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전국시대 최고의 책사로 꼽히고 있다.
합종책이 6개국 연대를 바탕으로 진나라를 포위·압박하는 것이었다면, 연횡책은 각개격파 방식으로 6개국 연대를 깨드려 진나라에 대한 포위·압박을 푸는 것이었다.
장의가 6개국 연대를 깨뜨리기 위해 사용한 방식은, 6개국 상호간을 이간시키거나 혹은 진나라의 위협을 과장하는 것이었다. 장의가 사용한 방법 가운데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통혼(通婚)이라는 방식을 통해 진나라와 초나라를 형제국으로 만들었다.
(2)진나라와 초나라가 형제국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방법으로 제나라를 위협했다.
(3)포위·압박을 받는 기간 동안에도 진나라가 경제·군사적 실력을 비축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방법으로 조나라를 회유했다.
(4)조나라가 연나라의 수도를 두 번이나 포위한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키는 방법으로 조나라와 연나라를 이간시켰다.
장의는 이러한 방법으로 결국 6개국의 합종을 깨고 연횡에 성공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진나라에 대한 전국 6웅의 포위·압박을 깨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이후 6개국 합종이 일시적으로 부활하기는 하였으나, 결국에는 진나라가 중원을 통일하고 만다.
연횡책으로 진나라에 대한 포위·압박 격파
소진의 합종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진나라에 대한 6개국의 공포를 효과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한편, 장의의 연횡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6개국 간의 분열적 요소를 효과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북미관계와 전국시대의 상황이 꼭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구사하는 정책은 각각 연횡책 및 합종책과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5개국 연대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상당히 약화되고 있지만, 적어도 형식적으로나마 미국 주도의 국제적 연대가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이른 바 부시의 '합종책'이 지금까지는 형식적으로나마 일정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끄는 국제적 연대에는 결함이 있다. 그 결함이라는 것은, 단결하기 힘든 국가들을 억지로 묶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소진이 서로 원수지간인 조나라와 연나라를 합종책으로 묶었듯이, 부시 대통령은 서로 화해하기 힘든 한국-일본 및 중국-일본을 동일한 국제적 연대로 묶어두고 있다.
그리고 사실 중국-미국도 쉽게 단합되기 힘든 관계다. 지금 당장에는 미국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서양 특히 미국인들에 대한 증오심 같은 것을 심리적 저변에 깔고 있다. 아편전쟁 이후 서양인들에게 당한 수모 때문이다.
특히 20세기 전후에 미국인들은 자국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을 참혹하게 학대한 전례가 있다. 심지어는 미국인들이 중국인 노동자들의 머리 가죽을 벗기는 사례까지 있었음을 화교 관계 사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에 대해 뿌리 깊은 '한'을 품고 있는 중국인들이 언제까지 미국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미국 주도의 국제적 연대에는 결함이 내재되어 있다. 사실 중국이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핵무기보다도 일본 군국주의가 더 무섭게 느껴질 것이다. 이와 같이 상호 불신하는 국가들을 이끌고 북한을 포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은 지금 각개격파 방식으로 미국 주도의 국제적 연대에 흠집을 내고 있다. 다시 말해, 장의의 연횡책을 연상케 하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북한과 미국 중 한쪽의 승리 확언하기 힘들어
김 위원장은 한국에 대해서는 동족국가임을 내세워 민족공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민족공조는 본래 통일을 위한 전략이지만, 지금 당장에는 한미관계 혹은 한일관계를 분열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또 김 위원장은 미국·일본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감을 갖고 있는 중국·러시아를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2005년 하반기 이래로 북한과 이들 국가 간의 경제적·정치적 유대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각개격파 방식을 통해 북한은 미국 주도의 국제적 연대에 흠집을 내고 있다.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결정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여기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지금까지 합종연횡책을 바탕으로 북미관계를 살펴보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아직까지는 어느 한쪽의 승리를 100% 확언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리고 양국은 각각의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이 대북 압박에 성공하려면, 북한 핵무기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 못지않게 한일관계나 중일관계를 우호적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한편, 북한이 미국의 포위·압박을 뚫으려면, 자국의 실력을 강화하는 것 못지않게 한국·중국·러시아에게 '북한'의 상품성을 효과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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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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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합종책', 김정일의 '연횡책' 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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