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도 아닌데 문화예술작품 파괴라니"

문화예술인비대위, 국방부 앞에서 평택 문화예술품 파괴 규탄

등록 2006.05.17 15:57수정 2006.05.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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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늘(17일) 국방부 앞에서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고 평택에서 이뤄진 문화예술품 파괴를 규탄하는 문화예술인들의 규탄기자회견이 열렸다.

오늘(17일) 국방부 앞에서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고 평택에서 이뤄진 문화예술품 파괴를 규탄하는 문화예술인들의 규탄기자회견이 열렸다. ⓒ 박준영

“80년대라면 국가보안법 때문이라고 통고나 하고 파손했는데 이번 평택 대추리에서는 아무 생각도 없이 어떤 통고나 경고도 없이 문화예술품 파괴가 벌어졌다. 이런 일이 21세기에 벌어진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안되고 어이가 없다.”

오늘(17일) 오전 11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와 문화예술품 파괴를 규탄하는 범문화예술(인)단체 비상대책위원회(문화예술 비대위)'는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 평택 대추분교에서 벌어진 군·경의 문화예술품 파괴행위를 강력 규탄했다.

화가 김성수씨는 “문화예술인은 지난 4년여 동안 대추리에서 평화예술동산을 비롯해 많은 예술작품들을 제작, 설치해왔다”면서 “그런데 지난 4일 군, 경의 무자비한 파괴행위로 대추분교 건물 유리창에 새겨진 마을 주민 얼굴 등 소중한 문화예술품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문화예술비대위는 대추리에서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미군기지 확장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대추리에는 대추분교 유리창에 그려진 ‘대추리 사람들’을 비롯해 불도깨비, 새벽닭 등 마을 건물에 그린 벽화 수십점과 ‘지킴이’ ‘파랑새’ 등의 설치미술품, ‘갑오농민전쟁’ 제하의 조각상 등이 있다.

또한 문학인들이 쓴 40여 점의 벽시가 전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들은 주민들의 평화로운 휴식처가 될 수 있도록 평화예술동산을 꾸려 수 천개의 들꽃을 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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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영

그런데 이번 행정대집행으로 ‘대추리 사람들’과 벽시들이 파괴되었으며, 국방부가 친 철조망 안에는 최병수씨가 제작한 작품 ‘파랑새’의 일부인 미사일 세대와 깃발탑이 갇혀 있다.


배인석 민족미술가협의회의 사무처장은 "80년대를 기념하기 위해 당시 현장미술 자료를 찾아도 사진 몇장 정도밖에 없다, 공권력에 의해 싹쓸이됐기 때문"이라며 "이번 평택에서의 문화예술품 파괴도 이와 같은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인희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도 "작가는 예술행위로 말하기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가슴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로 간절하게 작품을 창작했다, 그런데 한순간에 파괴됐다"면서 "이것은 규탄을 넘어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추리 출생으로 더욱 유명한 가수 정태춘씨는 "문화예술인들이 현실참여는 문화예술을 위한 그 어떤 활동보다 값지다"며 "문화예술작품 파괴도 가슴아프지만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수많은 그곳 주민과 시민들이 피를 흘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경제주권에 이어 이제는 평화주권마저 빼앗기는 이 상황을 혐오한다"며 "치열한 싸움의 현장인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확장 저지와 주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예술비대위는 매주 토요일마다 지난 12주간 진행해온 '비닐하우스 콘서트'를 계속 하기로 했다. 또 무너진 대추분교 자리에 제2의 평화예술동산을 조성하기로 했다.

오는 25일에는 민족미술인협회가 대추리에서 <조선의 산하>전을 개최할 예정이며, 27일에는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 반대와 한미 FTA 졸속 추진을 규탄하는 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자주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자주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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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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