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주부도 투표한다는 사실 잊었는가"

서대문에 뜬 민언련 '아줌마 군단'...지방선거 방송 모니터단

등록 2006.05.18 18:44수정 2006.05.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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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힘이 세다. 뜨거운 것을 잘 잡는다. 오지랖이 넓다. 헌신적이다. 그리고 TV를 잘 본다. 이 모든 '주부스러움'의 정체성이 한 가지의 목표로 모아질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줌마 군단'이라고 불리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주부모니터분과에 그 답이 있다.

현재 6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민언련 주부모니터분과는 매주 1회 모임을 갖고 TV프로그램을 모니터한다. 엄마, 며느리, 아내 세 가지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오지랖이 넓어진 주부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들을 예리하게 들추고 잡아낸다.

이들이 이번에는 또다른 일을 벌였다. 민언련이 전국단위로 조직한 '2006 지방선거 선거보도모니터단'에 합류해 주부들의 눈으로 방송3사 프로그램 속의 선거 아이템을 모니터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이 '주부들' 무시하나

"방송은 주부도 투표한다는 사실을 잊었는가."

선거보도 모니터에 나선 아줌마 군단의 일성이다. 이들은 18일 방송3사 주부대상 시사프로그램 내 선거관련 방송모니터 결과(상사 참조)를 발표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방송의 주부대상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선거 관련한 내용이 거의 전무했다"며 "그나마 다룬 내용도 정치 혐오주의와 선거에 대한 불신감만을 낳을 수 있는 내용이었으며 흥미위주였다"고 꼬집었다.

사실 지방선거는 생활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역의 살림꾼, 동네일꾼을 뽑는 선거로 주부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낮에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노라면 동네일꾼을 자처하는 후보자를 만나 가장 많은 악수를 하는 사람이 주부다. 꾸짖듯 공약을 묻고 따지거나 로고송을 듣는 사람도 바로 주부다. 따라서 이들이 바라보는 선거관련 방송에 대한 불만은 뭐가 달라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은 주부대상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문제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주부가 주로 시청하는 시간대에 연예인 신변잡기와 생활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만 무성하다 보니 선거 아이템을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민언련 주부모니터분과원에게 방송3사에게 선거와 관련해 바라는 점을 한마디씩 하라고 했다.

왼쪽 아래부터 동그랗게 이송지혜, 이혜숙, 김언경, 서정민, 김지영, 백은희 회원.
왼쪽 아래부터 동그랗게 이송지혜, 이혜숙, 김언경, 서정민, 김지영, 백은희 회원.박제선
"주부도 언제 선거하는지 알고 있고 삼삼오오 모이면 누가 출마했는지 누구를 찍어야 하는지 이야기하거든요. 주부가 선거에 관심 없는 듯 무시하지 말고 주부대상 아침 프로그램에서 선거 이야기도 좀 했으면 좋겠어요. 맨날 인테리어나 보여주고 여행정보나 주고 하는데요. 그것보다 선거가 더 우리와 직결된 진정한 '생활정보' 아닌가요?"(백은희 씨)

"벌써 세 번째 지방선거를 하는데요. 사실 저는 구의원이 모여서 무엇을 하는지, 나와 연관된 어떤 결정을 하는지 아직도 몰라요. 선거 내용이라고 꼭 후보자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게 어떤 일을 하는 어떤 자리인지 알려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서정민 씨)

"이번 선거가 어떤 선거인지, 몇 표를 행사하는지, 바뀐 제도가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지역의 후보를 알아볼 수 있는지 등 주부에게 필요한 선거 관련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김지영 씨)

"현재까지 우리 지역 현안과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정리해준다면 지역주민들이 이를 토대로 앞으로 어떤 정책과 자질을 가진 사람이 선출되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지역케이블 방송이 이런 지역문제들과 현안까지 정리해주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이혜숙 씨)

이어 분과장인 필자는 아줌마들에게 다음과 같이 애교 섞인 홍보를 했다.

"집에서 혼자 텔레비전 보다가 비분강개해서 '뭐 저런걸 방송해' 하며 화내지 마시고 민언련 주부모니터분과와 여러분들이 함께 동참해주시면 좋겠어요.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의미있고 즐거운 일입니다. 그리고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텔레비전을 소재로 아이와 함께 토론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고요. 그게 쌓이다보면 요즘 엄마들이 좋아하는 논술 구술능력까지도 저절로 키워진답니다."

화요일 오전, 아줌마들의 '특별한 수다'

이번에는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유쾌한 수다로 서대문에 위치한 민언련 사무실을 들썩거리게 하는 '아줌마 군단'의 구성원을 소개할 차례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며'라는 낡은 구호를 아직도 가슴 한 켠에 향처럼 피우고 사는 김지영(36세)씨는 독특한 인연으로 민언련과 맺어졌다. 민언련 방송모니터분과에서 노희경 작가와 간담회를 열었는데 여기에 온 김지영씨를 주부모니터분과가 놓치지 않고 과감히 접촉한 것이다.

민언련은 지난 9일 한국방송공사 광고교육원에서 5·31 지방선거 선거보도 모니터단을 발족했다.
민언련은 지난 9일 한국방송공사 광고교육원에서 5·31 지방선거 선거보도 모니터단을 발족했다.이철우
10여 년 자원봉사의 한 길을 걸어와서 수수한 아줌마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녹색교통이사' 명함을 쑥스럽게 내미는 서정민(43세)씨. 몸으로 하는 일은 잘하지만 글을 쓰는 일은 못한다고 에두르면서도 벌써 일년 넘게 모임에 몸담고 있다.

아이 둘 키우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가족 이기주의에 빠지지 않고자 더 큰 시야로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백은희(35세)씨는 막내 분과원이지만 가장 많은 충실한 모니터를 해오고, 가장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요즘 산후조리 하느라 모임에 나오지는 못하지만 예쁜 딸을 출산하여 '왜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가'하는 고민이 생긴, 그리하여 진정한 주부로 거듭나고 있는 이송지혜(34세)씨도 중요한 주부모니터분과의 동력이다.

시민단체와 연을 맺고 있는 회원들도 있다. 이 모임의 가장 오래된 왕고참인 이혜숙(43세)씨는 10년 넘게 지역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 지역주민과의 모임을 해왔다. 이 모임에는 4년째 활동중이고 요즘은 '비폭력평화물결'에서 상근 활동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39세)는 92년부터 민언련과 인연을 맺은 뒤, 3년 전부터 민언련 주부모니터분과에 합류했으며 지난달부터는 아예 민언련 상근 활동가가 되었다. 민언련에 엄마를 빼앗겨 항상 투덜대며 "그게 뭐하는 회사야"하고 묻던 큰딸 진솔(13세)는 이제 텔레비전을 보며 자신만의 시각으로 문제점을 찾아내 엄마에게 제보하는 가장 큰 협력자이기도 하다.

당연히, 주부도 유권자다
방송3사 주부대상 시사프로그램 모니터

다음은 지방 선거 뜬눈 감시에 나선 '아줌마 군단'이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이다.

[5·31선거보도모니터]방송3사 주부대상 시사프로그램 내 선거관련 방송모니터

방송은 주부도 투표한다는 사실을 잊었는가.

○ 모니터대상 : 방송3사 주부대상 시사프로그램 내 선거관련 방송모니터
○ 모니터기간 : 2006년 5월 1일(월)~11일(일)


2006년 지방선거는 5월 18일부터 본격적인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주부모니터분과는 '2006 지방선거 선거보도모니터단'의 일환으로 방송의 주부대상 프로그램 속의 지방선거 관련된 내용을 모니터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생활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역의 살림꾼과 동네일꾼을 뽑는, 주부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의미의 선거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방송모니터 결과는 지나치게 무성의했고, 내용도 문제가 있었다.

5월 1일에서 12일까지 방송의 주부대상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선거 관련한 내용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MBC에서 3꼭지를 다루었으며, KBS <생방송 세상의 중심>의 '클릭! 세상事'에서 진행자 신윤주씨와 시사평론가가 나누는 대화 중 선거와 관련된 발언이 몇 마디씩 들어있는 정도가 전부이다.

적은 양이지만 알찬 내용을 방송했는지 내용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MBC 에서 방송한 '지방선거 로고송 대격돌'(5/8),'서민의 정체를 찾아서'(5/11)는 선거에 대한 흥미위주의 보도 수준이었으며, '5·31 로또 선거사냥꾼이 뜬다'(5/10)는 불법선거에 대한 포상금이 늘어나 이를 노린 일명 '선파라치'(불법선거 사례를 포착 신고해서 포상금을 받으려는 사람)가 활발히 활동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방송에서는 '선파라치'의 추적 장면을 동행 취재했으나 실제 불법선거를 포착하는 장면은 촬영하지도 못한 채, 그들의 활동을 흥미위주로만 전달하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공천비리에 대한 문제지적은 많았으나 불법타락선거에 대한 지적은 예전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런데 굳이 이러한 내용을 방송하면 자칫 불법이 판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어 정치 혐오주의와 선거에 대한 불신감만을 낳을 수 있다. 선거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다루면서 화제가 되는 이야기가 곁들일 수는 있으나, 이처럼 부정적인 면과 흥미위주의 내용만을 다룬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4년 총선은 지금과는 달랐다. KBS 2TV <주부 세상을 말하자>와 MBC <아주 특별한 아침>에서 선거관련 기획코너를 방송한 바 있다. 전자는 90분 생방송을 5회 연속 방송했으며, 후자는 한 달에 걸쳐 25회를 방송하는 등 기존 주부대상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편성을 시도하였다.

당시 우리 분과는 이들 프로그램에 대해서 정치 혐오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있고 심도 있는 정보 전달이 부족하다는 등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였으나, 딱딱한 선거관련 정보를 흥미있게 구성하여 주부에게 선거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방송의 공공성은 선거에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와 같이 여러 가지 투표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선거가 치러질 때, 방송은 국민의 혼란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세심하게 선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선거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제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내일부터라도 방송이 주부대상 프로그램에서 선거와 관련된 진정한 생활정보를 이번 선거가 어떤 선거인지, 몇 표를 행사하는지, 바뀐 제도가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지역의 후보를 알아볼 수 있는지 등의 진정한 생활 정보가 담긴 주부대상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김언경 기자는 민언련 주부모니터분과 분과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언경 기자는 민언련 주부모니터분과 분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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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으로 언론모니터를 시작하여 민언련 모니터부장, 협동사무처장, 사무처장, 공동대표 등으로 언론개혁운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으로 인권 관련 미디어비평을 하고, 매주 일요일 8시 유튜브 <뭉클했슈>를 통해 작은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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