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의 광주유세를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유세장소로 몰려와 반대피켓을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당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5·18기념식에 참석한 후 오전 11시30분부터 옛 전남도청 맞은편 '민주의 종'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께 드리는 글'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후 낮 12시30분까지 광주우체국과 충장로 1가부터 3가까지 거리 유세를 벌일 방침이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기자회견을 접어야 했다. 이미 오전 11시부터 대학생들이 '민주의 종' 앞에서 "광주학살의 후예는 광주를 모욕말라"는 플래카드와 "5월 광주학살의 후예, 반민주정당 한나라당은 광주를 당장 떠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 남총련 소속 대학생들은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이 과거에 대한 진정한 사죄 없이, 그리고 친미반통일적인 책동들을 지금 당장 중단하지 않고서 광주에서 얻어갈 것이라고는 시민들의 차디찬 냉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장에 광주시민들을 비롯한 전 국민 앞에 80년 5월 학살의 만행을 진심으로 사죄하라"며 "선거를 빌미로 광주 땅에 정치세력을 확장하려는 기만적인 작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기자회견을 포기하고 곧바로 광주우체국으로 향해 박근혜 대표와 한영 광주시장 후보의 거리유세에 들어갔다. 박 대표는 거리유세에서 "뜻 깊은 날 첫 거리유세를 광주에서 시작하게 돼 기쁘고 의미에도 맞다"며 "그동안 한나라당은 후보를 내고 싶어도 내지 못했지만, 첫 거리유세를 이곳에서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광주발전을 위해서 누가 노력했느냐'고 하면 '한나라당'이라는 말을 듣도록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온 광주시민들이 이제는 국민통합에 앞장서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세계는 30년만에 대호황인데 우리는 경제·외교·교육 모든 것이 위기상황"이라며 "이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현 정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우체국 유세를 마친 박 대표와 박희태 국회부의장 등 의원 25여명과 당직자들은 충장로를 걸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박 대표가 상가를 돌고있는 동안 학생들이 이를 제지하기 위해 충장로로 통하는 골목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이 골목길 이곳 저곳을 통해 충장로로 진입하려 하자 경찰과 한나라당은 박 대표 일행을 부랴부랴 충장파출소 인근 한나라당 버스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이 곳에서도 박 대표 일행은 학생들과 마주쳐야 했다. 한나라당 버스로 달려들며 학생들의 항의가 계속됐기 때문이다.결국 박 대표 일행은 25여분만에 광주 유세를 접어야 했다.
정병국 의원은 기자를 만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역시 5월정신을 선거에 이용하고 있는데 왜 우리에게만 그러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한나라당 중앙당 한 관계자는 "아직도 우리에게 과격한 입장을 보이는 있는 것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래도 우리는 계속 광주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5·4 평택사태 항의 시위대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