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구형보다 높은 1년 8월 선고

서울중앙지원, 1년6월 선고 관행 깨... 국가인권위 '대체복무' 권고와 배치

등록 2006.05.19 11:26수정 2006.05.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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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5년 12월 1일, 자신의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김태훈씨

2005년 12월 1일, 자신의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김태훈씨 ⓒ 임재성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최종길 판사는 평화주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김태훈(26)씨에게 1년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는 종교적·정치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통상적으로 선고하는 1년 6개월 징역형의 관행을 깬 것이다. 또한 해당 재판의 검사도 병역거부 사안에 대한 논의가 많다며 최소형량인 1년 6월을 구형한 가운데 판사가 검사 구형보다 많은 형량을 선고해 논란이 예상된다.

최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신념대로 평화로운 사회가 온다면 그것은 모든 사회와 인류의 바람이겠지만 인류의 역사는 그렇지 못했다"며 "단순한 이상론에 치우쳐 피고인 같은 인재가 한 순간의 선택으로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과는 다른 선택여지 있어...무거운 형 선고“

또한 "대한민국 현행법은 피고인 같은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해서 병역을 기피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여호와의 증인과는 달리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기에 일반적으로 여호와의 증인에게 주어지는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재판으로 법정 구속된 김씨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평화단체인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해왔다. 김씨는 자신의 입대 일정인 지난해 12월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서 군사훈련을 거부하겠다는 병역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뒤 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현재 김씨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김씨의 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서범석씨는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법부의 관행을 깬 1년 8개월 형량... 국가인권위 '대체복무' 권고와 배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70년대 이후 군사정권의 ‘입영율 100% 달성’의 분위기 속에서 모두 강제징집 되었고 군사법원에서 법정최고형을 기계적으로 선고받아 2년 내지 3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다 2001년 4월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민간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재판 결과는 재 징집을 면할 수 있는 최소 형량인 1년 6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최초선고는 2001년 4월 16일 서울지법 2001고단2778 5단독)

그 이후 사법부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1년 6월의 '맞춤형량'이 선고됐다. 이같은 형량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적 논란과 법개정 움직임 속에서 사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 여러 판결문에서도 "여러 사안을 고려해 보더라도 현행법상 실형 처벌은 불가피하다"라는 표현을 통해서 사법부의 고민을 확인할 수 있었다. 1년 6월의 형량은 병역거부 수감자 대부분을 자치하는 여호와의 증인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적 신념과 평화주의적 신념에 의해 병역거부를 한 이들에게도 적용되었다.

지난 2003년 12월 현역병의 신분으로 "이라크 파병 반대"를 주장하며 휴가 후 복귀를 거부하고 병역거부로 군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강철민 씨에게도 1년 6월이 선고되었다.

이번 최종길 판사의 판결은 이런 사법부의 관행을 깬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의 기회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의 대체복무 권고안이 나온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기에 더욱 현실적 흐름과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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