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블로그에 만화 <당그니의 일본표류기>를 연재하고 있는 시민기자 김현근씨.
오마이뉴스 남소연
만화가를 꿈꾸던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전산과를 택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도 했지만 어렸을 적 꿈에 미련이 남았다. '그래, 망할 때 망하더라도 하고 싶은 걸 해보자.'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짐을 꾸렸다.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6년 뒤, 소년은 자신의 일본 유학생활을 담은 만화책 <당그니의 일본표류기1>(미다스북스)를 출판했다. 만화가를 꿈꾼 지 20여 년, <오마이 블로그>에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표류기'를 연재한 지 9개월만에 따낸 열매다.
독자들에게 '당그니'로 더 알려진 김현근(33·일본 모 애니메이션 회사)씨. 출간 사인회 및 강연회를 위해 잠시 한국을 방문한 그를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아담한 공원에서 만났다.
별 볼 것 없는 평범한 공원에서 휴대폰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한국의 모든 게 그리웠어요"라며 방긋 웃는 모습, 영락없는 소년의 얼굴이다.
당그니 '단골' 아이디, 모두 기억
'블로그 추천글'에 자신의 글을 한 번쯤 올려본 블로거라면 느껴 보지 않았을까. 비록 원고료는 지급되지 않지만, 기사와는 달리 자기 자신만의 자유로운 글쓰기로 독자들을 기쁘게 했다는 뿌듯함.
게다가 그런 글들이 팬들의 사랑을 받아 한 권의 책으로 묶이고, 대형서점 한켠에 진열돼 팬 사인회와 강연회까지 열게 된다면?
"뿌듯함보다는, 3권 완결판이 올해 말 나오는데 그때 가서야 '책을 냈다'는 느낌이 들 듯해요. 강연회는 제가 유명인사라서 하는 게 아니라 사인회만 하면 왠지 사람들이 덜 올 것 같아서…(웃음) 만화로 독자와 만나는 일도 좋지만, 직접 마주하고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한국을 찾았습니다."
<당그니의 일본표류기1>(1화~36화)은 블로그 연재 분 중 1~20화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업그레이드' 판으로 기존과는 색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편집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20가지의 구체적인 일본 '표류 정보'도 블로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 여행, 유학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다. 더 이상의 구체적인 정보는 비밀로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사서 보시길.
당그니 블로그의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약 2000여명. 고정 팬들도 제법 많다. 그래도 '소심한 소년' 당그니는 단골 방문객의 아이디를 다 기억할 뿐만 아니라, 이날 팬 사인회에 오기로 한 분들의 아이디도 직접 출력해 일명 '출석부'를 만들어 왔다고 한다.
"일본에서 한국에 있는 분들과 작품을 두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오마이 블로그를 통해 그 분들과 만나고 반응도 살피는 게 즐거웠어요. 만화 그리는 데 힘도 많이 되고…, 작품은 애정을 먹고 자라는 듯해요.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건 아니죠."
그가 오마이 블로거들을 유독 사랑하게 된 이유는 만화를 연재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한 블로거가 '영어'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걸 읽고 재미난 글에 댓글을 달았어요. '나는 일본에 사는데 미국에서는 이러저런 재미난 이야기가 있군요' 했더니 그 분이 '그럼 일본 이야기도 들려달라'고 해서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게 됐죠. 처음에는 글만 쓰다 나중에 몇 개 그려 놨던 만화를 올렸고, 그게 인기가 있자 오마이뉴스가 장기 연재의 길을 터주었죠."
"당그니 그리다 회사에서 조는 건 다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