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찌르는 돌기둥, 그 아찔한 신비

무등산 주상절리대 등산, 자연 앞에 인간은 작다

등록 2006.05.23 16:34수정 2006.05.23 16:41
0
원고료로 응원
무등산 서석대, 입석대 그리고 규봉암 등으로 구성돼 있는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2005년 12월에 천연기념물 465호로 지정되었다.
무등산 서석대, 입석대 그리고 규봉암 등으로 구성돼 있는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2005년 12월에 천연기념물 465호로 지정되었다.서종규
입석대는 5~8각, 둘레 6~7m, 높이 10여m의 독립된 돌기둥 수십 개가 수직으로 하늘을 찌르듯 솟아있다.
입석대는 5~8각, 둘레 6~7m, 높이 10여m의 독립된 돌기둥 수십 개가 수직으로 하늘을 찌르듯 솟아있다.서종규

중생대 백악기 화산 활동의 산물로 용암이 냉각, 수축하면서 생성된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오랜 기간의 물리적 풍화로 인해 기둥과 병풍 모양으로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중생대 백악기 화산 활동의 산물로 용암이 냉각, 수축하면서 생성된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오랜 기간의 물리적 풍화로 인해 기둥과 병풍 모양으로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서종규
지난 20일 오후 2시, 산을 좋아하는 '풀꽃카페 토요산행’팀 7명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무등산 서석대와 입석대를 향하였다. 비가 개인 토요일 오후이어서 인지 무등산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서석대, 입석대 그리고 규봉암 등으로 구성된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지난해 12월 천연기념물 465호로 지정됐다. 약 7천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을 때 수축되어 생기는 절리 중 단면의 형태가 오각형 또는 기둥모양으로 된 것을 말한다.


아침까지 비가 내려 산을 씻어주었다

아침까지 내린 비로 더욱 세차게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온 산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비를 맞은 잎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비는 그쳤지만 계곡 사이에 안개가 끼어 멀리까지 내다볼 수 없었다. 습도가 많은 산길을 걸으면서 흘러나오는 땀을 닦아내기에 바빴다.

오후 3시 봉화대를 거쳐 중머리재(해발 608m)에 올랐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지났다. 중머리재에 있는 샘물은 더욱 많이 흘러 내렸다. 대장균이 검출되어 음용수로 불가하다는 안내를 보고도 한 모금 가득 물을 마셨다. 시원한 기운이 심장에까지 전해졌다.

중머리재에서 서석대에 오를 때는 계곡을 따라 장불재를 지나 입석대-서석대로 향하면 편하다. 하지만 우리들은 능선을 타고 중봉으로 올랐다. 중봉에 오르는 길은 바위들이 많고 가파랐다.

오후 4시 중봉(해발 925m)에 올랐다. 소나무에는 송화가 피어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란 꽃가루가 날렸다. 중봉에서 내려다 본 무등산의 신록은 더욱 깊고 그윽함을 자아냈다. 어제 내린 비에 씻긴 탓인지 자연은 더욱 싱그러웠다.


군부대 복원지에는 작년에 아름답던 억새의 줄기들이 모두 땅으로 주저앉고 다시 새싹이 솟아나고 있었다. 가파른 길을 바위를 타고 오르면 서석대이다. 길 옆에는 미나리아제비꽃과 병꽃이 피어 있었다.

서석대에서 내려다 본 신록은 더욱 깊고 그윽함을 자아냈다.
서석대에서 내려다 본 신록은 더욱 깊고 그윽함을 자아냈다.서종규
시간이 빚은 돌기둥이 하늘을 찌른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을 때 수축되어 생기는 절리 중 단면의 형태가 오각형 또는 기둥모양으로 된 것을 말한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을 때 수축되어 생기는 절리 중 단면의 형태가 오각형 또는 기둥모양으로 된 것을 말한다.서종규
서석대(해발 1105m)는 아래에서 올려다 볼 때 그 감동이 진하다.

서석대는 풍화가 덜 진행되어 아직도 병풍모양의 주상절리를 형성하고 있단다. 중생대 백악기 화산 활동의 산물로 용암이 냉각·수축하면서 생성된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오랜 기간의 물리적 풍화로 인해 기둥과 병풍 모양으로 형성돼 있다.

입석대와 서석대의 주상절리는 돌기둥 하나의 크기가 지금까지 남한에서 보고된 것 중 최대의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주변의 수목 및 무등산과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다.

입석대는 5~8각, 둘레 6~7m, 높이 10여m의 독립된 돌기둥 수십 개가 수직으로 하늘을 찌르듯 솟아있으며, 서석대는 발달한 용암이 돌 병풍 모양으로 동서로 길게 발달해 있다.

무등산 비탈에 보면 많은 돌무더기들인 너덜겅이 발달되어 있다. 이 너덜겅들은 서석대나 입석대와 같은 주상절리의 돌기둥들이 세월이 더 지나서 무너져 내린 돌무더기들이란다. 따라서 이것들 모두를 무등산 일대의 주상절리대의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이다.

서석대의 그 웅장한 병풍 모양의 돌기둥 틈새에 자란 철쭉나무에 붉은 꽃이 피어 있었다. 흙 한 줌 없을 바위 틈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있는 철쭉꽃이 생명의 경이로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이 서석대의 신비함이 아닐까.

서석대는 풍화가 덜 진행되어 아직도 병풍모양의 주상절리를 형성하고 있단다.
서석대는 풍화가 덜 진행되어 아직도 병풍모양의 주상절리를 형성하고 있단다.서종규
서석대 위에서 오월을 추모하다

오후 4시 40분에 서석대 위에 올랐다. 반듯한 오각형이나 육각형은 아니었지만 돌기둥임을 드러내는 삼각형, 오각형 등 여러 형태의 바위들이 서로 붙어 있었다. 바위 아래는 아찔하여 내려다 볼 수가 없었다. 수직으로 솟아 오른 바위 틈새에 피어 있는 철쭉꽃이 한결 붉게 보였다.

우리들은 배낭에서 가지고 간 음식들을 바위 위에 차렸다. 이 땅의 민주화를 외치다가 스러져간 오월의 영령들을 위한 조촐한 추모식을 가지려고 한 것이다. 영령들을 위한 묵념과 헌수·증언을 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오월의 넋들을 위로했다.

간소한 추모식이었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숙연해졌다.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무등산은 더욱 깊고 그윽했다.

이어서 오월 항쟁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기홍·최재원 선생의 회고가 생생하게 증언되었다. 80년 당시 중앙여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던 남선희 선생님의 증언도 이어졌다. 도청 앞 발포가 있었던 날, 제자들을 찾기 위하여 도청 앞에 갔는데 쏟아지는 총알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금남로 중간까지 뛰어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총알을 맞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 희생자들에 대한 산 자들의 안타까운 추모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무등산 서석대는 오월 광주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대가 된 것이었다.

우리들은 이 땅의 민주화를 외치다가 스러져간 오월의 영령들을 위한 조촐한 추모식을 가졌다.
우리들은 이 땅의 민주화를 외치다가 스러져간 오월의 영령들을 위한 조촐한 추모식을 가졌다.서종규
입석대(1017m)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바위 틈에서 새어 나오는 물 한 모금을 마신다.
입석대(1017m)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바위 틈에서 새어 나오는 물 한 모금을 마신다.서종규
마음이 시원하다

오후 5시 30분에 입석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석대에서는 바위 아래에 가볼 수가 없지만 입석대는 바로 바위 아래까지 가서 바위를 만져볼 수가 있다. 남한에서는 가장 큰 바위 기둥으로 되어 있다는 입석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그 큰 바위 기둥을 올려다보며 우리 인간의 마음은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입석대(해발 1017m)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바위 틈에서 새어 나오는 물 한 모금을 마신다. 비가 내린 후라서 그런지 상당히 많은 물이 흘러 나왔다. 어느 누가 사이에 꽂아 놓았는지 댓잎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한 컵 받아마시니 마음이 시원했다.

우리들은 무등산에서 내려오는 내내 말이 없었다. 올라갈 때 그렇게 뒤따르던 휘파람새 울음소리는 어느 새 그치고 소쩍새 울음소리가 뒤를 따랐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서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