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여, 여성의 향기를 발산하라

[프리뷰] 볼만한 뮤지컬·연극 세 편... <밴디트><모래여자><도시녀의 칠거지악>

등록 2006.05.23 11:43수정 2006.05.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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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영 기자] 사시사철 수없이 많은 공연이 쏟아지고 있다. 출연진만 바꿔 반복적으로 공연되는 뮤지컬이나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연극을 감상하는 게 꺼림칙한 관객도 많다.

뭔가 좀 특별한 공연이 없을까. 여성에 주목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여성 캐릭터가 부각되고, 여성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며,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보는 공연들이 잇따라 선보여 눈길을 끈다.


각기 다른 여성의 향기를 발산하는 공연 <밴디트>, <모래여자>, <도시녀의 칠거지악> 세 편을 소개한다.

① 여성 탈옥수들의 통쾌한 록 콘서트 <밴디트>

우먼타임스
6월 8일부터 7월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밴디트>는 여성 인물들이 극의 중심에서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여성 록밴드 멤버 4명이 탈옥해 자유를 외친다는 내용의 이 뮤지컬은 여성이 중심이 되는 공연이다.

흔히 뮤지컬에서 여성은 보조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남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대상에 그칠 때가 많은 것. 하지만 <밴디트>는 여성들이 탈주극을 벌이며 남성과 사회, 미디어 등을 객체로 만든다.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와 사회논리를 풍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음악을 통해 관객들의 가슴속을 파고든다.

<밴디트>는 마치 록 콘서트를 보는 듯하다. 강렬한 비트와 유쾌하고 통쾌한 가사의 곡들이 관객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만든다. 바쁜 생활에 찌든 여성 관객들에게 방전된 일상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문의 02-545-7302).


② 노처녀, 주인공 되다... <도시녀의 칠거지악>

우먼타임스
연극 <도시녀의 칠거지악>도 여성에 주목하면 더욱 많은 의미를 캐낼 수 있다. 6월 6일부터 11일까지 대학로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연극은 현대도시에서 ‘노처녀’라 불리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연극은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극작가 브레히트의 <소시민의 칠거지악>을 현대여성이 주목할 만한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브레히트가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모습을 풍자해서 그렸다면, 이 연극은 ‘노처녀’라는 상품성 떨어지는 존재를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의 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연극이 보여주는 30대 노처녀들의 삶은 무력하다. 겉으로는 능력 있는 여성,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을 갖춘 듯하지만 정작 그녀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상품가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소 주제가 묵직한 듯하지만 유쾌한 농담도 많이 섞여 있다. 라이브 연주와 노래, 몸짓 등 다채로운 형식이 돋보인다(문의 02-757-1810).

③ 모래 늪 속 여자와 남자 <모래여자>

우먼타임스
6월 2일부터 7월 30일까지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모래여자> 속의 여성은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여성은 빠지는 순간, 그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지하 20미터의 모래 늪에 살고 있다. 그리고 한 남자가 이 모래 늪에 빠진다. 여자는 그 남자를 감금한다. 그 남자는 빠져든다. 왜일까.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긴 희한한 모래집은 인간과 관계에 대한 깊은 상징으로 읽힌다. 여성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일본의 카프카로 평가되는 아베 코보의 원작을 연극으로 재구성한 작품. 미스터리 형식을 블랙 코미디로 녹여내 흥미진진하다.

연극은 원작의 깊이에 재미를 더했다. 상황마다 유머가 넘친다.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대사도 재미있게 의미를 전한다. 미스터리 스릴러와 블랙 코미디로 관객을 휘어잡는 연극은 막판에 또 다른 반전을 선보인다. 초현실적인 요소를 가미한 반전은 관객들에게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문의 02-556-8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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