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코다당증 걸린 준화가 아파요

중이염관 삽입·탈장수술 앞둬... 평생 재활·약물치료 해야

등록 2006.05.23 19:43수정 2006.05.2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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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뮤코다당증 전북 환우회 김강자 회장으로부터 도움을 부탁받은 전북 희귀·난치질환자 후원회장 이해석 목사의 취재요청을 받고 전북 익산시 남중동에 사는 15개월 된 남자아기 준화를 만났다. 준화는 현재 희귀병 '뮤코다당증'을 앓고 있다.


15개월 된 준화를 처음 보았을 때 동그랗게 큰 쌍꺼풀 진 눈에 긴 속눈썹이 인상적이었다. 낮잠 잘 시간이라 졸음을 한가득 머금은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잠투정이 한창이다.

머리가 조금 크고, 발육이 늦돼 아직 걸음마를 못한다는 것과 유난히 콧물과 가래가 심한 것 외에 준화는 얼핏 보아서는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낯선 기자를 보고 울다가 한참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쌩긋 쌩긋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a 15개월된 준화는 뮤코다당증으로 발육이 늦어 아직도 걸음마를 못한다.

15개월된 준화는 뮤코다당증으로 발육이 늦어 아직도 걸음마를 못한다. ⓒ 엄선주

2005년 3월, 사촌까지 통틀어 딸밖에 없었던 집안에 두 누나 밑으로 '귀한' 아들 준화가 태어났다. 하지만 15개월 동안 중이염, 후두염, 요로감염 등으로 일곱 번씩이나 입원, 지난 4월 4일에는 뇌출혈로 수술까지 받았다. 이미 대사이상 검사 결과 정상으로 나왔지만 다시 한번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통보받은 준화의 병명은 '뮤코다당증'.

뮤코다당증이란 필수적인 대사 분해효소의 결핍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뮤코다당이 분해되지 않고 세포와 조직에 축적되면서 손상을 일으켜 호흡기, 심혈관계, 관절, 장기 등에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희귀병이다.

골격과 관절의 변형, 각막혼탁으로 시력장애, 간과 비장의 비대와 심장과 혈관의 침범, 성장지체, 뇌수종, 청각장애의 원인이 되는 만성중이염, 진행적인 정신지체로 10세에서 20세 전후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병명을 통보받고도 어떤 병인지 잘 몰랐던 이육일(35)·문금주(35) 부부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는 그제야 얼마나 큰 병인지 알게 되었고, 아이 앞날을 생각한 부부는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준화 엄마가 막 잠들려고 하는 준화의 웃옷을 벗겨 상처를 보여줬다. 겨드랑이 부근에 BCG 후유증으로 동전만한 몽우리가 잡혀 곪고 있었다. 등에는 퍼런 멍들이 산발적으로 퍼져 있고, 배도 불룩하게 나와 있다. 비장과 간이 부어 있기 때문이다. 젖병을 빨며 한 손으로 자꾸 귀를 만지는 것도 만성중이염 때문이라 했다.


준화는 관절이 굳어가기 때문에 재활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병행해야 하며 29일에는 삼성병원에서 중이염관 삽입 수술과 탈장수술을 앞두고 있다.

담당의사인 삼성병원 소아과 진동규(48) 교수는 "준화는 만성중이염으로 중이염관을 삽입해 고여 있는 물을 빼줘야 하며, 고환쪽으로 탈장이 심하게 된 상태로 시급히 수술해야 하는데 뮤코다당 침착으로 기관들이 좁아져 있어 마취 자체가 힘들 뿐 아니라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또 "뮤코다당증이 다양한 타입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형은 현재 치료약이 나와 있으나 한 달에 300만원의 약값이 소요되며, 2형은 내년에나 시판될 예정이며, 다른 타입은 아직 개발 중에 있다"며 "준화는 현재 타입을 의뢰한 상태이나 안타깝게 1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소견을 밝혔다. 타입을 밝히고 이에 따른 전신장기체크를 통해 성장하면서 수반되는 여러 가지 질환들을 하나씩 치료, 장기전에 돌입해야 한다는 게 담당의의 설명이다.

현재 준화네는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0만원의 20평 남짓한 연립에서 살고 있다. 남중동에서 장구교습소를 하며, 주민자치센터의 강사로 나가고 있는 준화 아빠의 수입은 80만원에서 100만원. 준화 위로 두 누나들을 위한 사교육비는 엄두도 못 내고, 준화의 병원비 내기도 벅차 카드빚만 눈덩이처럼 늘어가고 있는 상태다. 15개월 동안 준화에게 들어간 병원비만 해도 700만원이 넘었는데 앞으로 들어갈 약값이며 병원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아픔을 겪으며 준화엄마 문씨는 남편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고 말한다. 사형선고와도 다름없는 의사의 말을 혼자 듣다가 어느 날 단지 남편이 옆에 함께 있기만 했는데도 힘이 나더라는 것.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위로하고 힘이 되어줬던 남편이 요즘 술로 괴로움을 달래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문씨는 "최근 일부 뮤코다당증 약이 개발되었고, 앞으로 획기적인 약이나 치료법이 개발되리라 믿는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소통뉴스(www.sotongnews.com)와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소통뉴스(www.sotongnews.com)와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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