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항모 보유국?

등록 2006.05.24 11:56

수정 2006.05.24 11:56

지난 5월23일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1면에 22일에 있었던 ‘독도함 시운항’ 소식을 전하면서 독도함을 ‘경항공모함’으로 소개했다. 이 보도에 따른다면 우리나라는 인도(1척), 태국(1척)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항모 보유국이 된다.

▲ 2006년 5월 23일 중앙일보 1면. ⓒ 중앙일보

같은 날 해군은 브리핑을 통해 “독도함은 경항공모함이 아니며 ‘대형수송함’이 정확한 명칭”이라고 바로 잡았다. 해군은 독도함을 ‘헬기 운용이 가능한 대형수송함’으로 구분 지어 왔다(LPH: Landing Transport Helicopter).

그동안 독도함을 경항공모함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 왔다. 하지만 해군이 일관되게 독도함을 ‘대형수송함’으로 규정해온 만큼 그 입장을 존중하여 용어를 사용해 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1차 책임은 사진을 송고한 <연합뉴스>에 있다. <연합뉴스>는 22일 송고한 기사에서 ‘경항공모함인 대형 수송함(LPX)’라고 적었고 23일 신문보도는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각 신문사는 편집 과정에서 용어를 점검할 책임을 갖는다. 적어도 그날 신문의 얼굴이라 할 1면에 실릴 기사라면 그 책임이 더 무거울 것이다.

<중앙일보>는 ‘경항공모함으로도 불리는 대형 수송함 독도함’이라며 연합뉴스를 인용했지만 ‘경항공모함’을 굵은 제목으로 강조하여 독자들이 독도함을 경항공모함으로 인식하는 결과를 빚었다.

<조선일보>는 아예 한 술 더 떠서 ‘한국형 경항공모함’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냈다. 아울러 <한겨레>도 ‘경항공모함인 대형 수송함(LPX)’로 표기했다.

12면에 사진을 실은 <동아일보>는 ‘대형상륙함(LPX)인 독도함’으로 표기하여 그중 나은 모습을 보였다. 다만 해군이 스스로 표현하는 ‘대형수송함’을 써 주었으면 하는 점과 <연합뉴스> 기사에서부터 오류인 개발 단계 명칭인 ‘LPX’도 해군 표현인 ‘LPH’으로 바로 잡아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해군이 경항공모함이라는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주변국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중국은 항공모함 보유에 대한 열망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돈도 있고 기술도 있는 일본은 오오스미급을 비롯한 대형수송함을 보유하면서 경항공모함으로 전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처럼 항모보유 문제는 극도로 민감한 영역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 민감한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경항공모함이라는 이름을 강조하여 주변국과 긴장을 일으킬 이유는 없는 것이다. 스스로 유력지라고 하는 신문들이 1면에 ‘경항공모함 보유’라는 식으로 적어 내려가는 상황은 부담이 되었으면 되었지 득이 될 리는 없는 상황이며 사실 전략적 판단 이전에 적어도 자기 신문에 실리는 기사에 대한 사실 확인은 해 주어야 하는 기본기 문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