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을 남긴 <연애시대>

[TV ] 이혼남녀의 감각적 사랑이야기... 사전제작제의 가능성 열어

등록 2006.05.25 10:39수정 2006.05.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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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연애시대>

<연애시대> ⓒ sbs

이혼 부부와의 만남과 이별, 재결합의 과정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낸 SBS <연애시대>가 호평 속에 종영했다. 마지막회 시청률 17.4%로 방영 이후 자체 최고 성적을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연애시대>는 방영 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스크린 정상급 배우로 자리잡은 감우성과 손예진이라는 두 톱스타의 안방극장 복귀작이자, <찜> <고스트 맘마>의 한지승 감독이 연출을 맡고 영화계 스태프들이 대거 합류하여 본격적으로 시도한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사전 제작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 남겨

시청률은 기대에 비해 다소 저조했던 게 사실. MBC <너 어느 별에서 왔니>와 <주몽>등 막강한 경쟁작들에게 밀려 방영 내내 동시간 대 2위에 그친 데다 단 한 차례도 20% 고지를 넘보지 못했다.

그러나 '헤어지고 나서 시작된 이혼부부의 기묘한 연애담'이라는 독특한 주제와 탄탄한 극적 구성, 배우들의 뛰어난 호연,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담아내는 인상적인 대사의 조화가 어우러져서 방영 내내 마니아 팬들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높은 사랑을 받았다.

<연애시대>의 성과는 기존의 멜로드라마와 차별화 된 소재와 극적 구성으로 어필했다는 점이다. 사랑의 시작에서 출발하여 완성으로 끝나는 보통의 트렌디 드라마와 달리, 아이를 잃고 결별했던 이혼 부부가 헤어지고 나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연애시대>는, 사랑의 결말에서 시작하여 '극복과 치유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형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뻔한 삼각관계나 사각관계의 갈등구도를 의존하지 않고, 주인공 동진(감우성)과 은호(손예진)가 각자 독립적인 시점으로 풀어나가는 다중 플롯의 러브스토리, 전반부의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와 후반부의 애절한 정통 멜로를 무리 없이 넘나드는 탄탄한 구성의 힘도 돋보였다. 인간관계에서의 사랑과 연애, 만남과 이별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복잡다단한 감수성을 표현해내는 '해석남녀'의 명 대사들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저마다 개성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인 감초 연기자들의 조화도 돋보였다. 드라마 내내 주인공들을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해주었던 공형진과 이하나는 주연 못지 않는 조연으로 극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잘 소화했고, 각 장마다 러브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서태화, 문정희, 오윤아, 이진욱을 비롯하여 아역 연기자 진지희에 이르기까지 작은 배역이라도 뚜렷한 존재감을 가지는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애시대>가 보여준 미덕은 그간 국내 드라마에서 시도하기 힘들었던 사전제작제도의 장점에서 기인한다. 초반 촬영이 예상보다 늦어지며 사전제작제의 취지가 많이 무색해지기도 했지만, 이 드라마가 비교적 기존의 작품에 비해 구성의 형식적 실험과 미장센같은 요소에 안배할 수 있었던 것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와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70분 분량의 드라마를 주 2회 편성하면서도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촉박한 제작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 여건에서는, 작품적 완성도를 고려하기 쉽지 않음을 고려할 때 <연애시대>가 남긴 성과는 결코 적지 않다.

무리한 해피엔딩과 뒷심 부족의 아쉬움 남아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일본 소설의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한국적인 정서와는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설정과 이야기 전개가 부자연스러웠고, 극 후반부로 갈수록 어두운 분위기가 강조되며 초반부의 일상적이고 현실감 있던 구성이 많이 퇴색하기도 했다.

특히 후반부에서 영인(조혜영)의 캐릭터가 돌출되며 극의 분위기가 갑자기 치정극이나 미스터리물의 분위기로 변질되었던 것이나, 은호와 동진이 재결합되며 동진과 이미 결혼한 유경이 외국으로 떠나는 결말 등은 극적인 해피엔딩으로 모두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무리한 설정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연애시대>는 남녀간의 만남과 감정의 변화를 통해 삶의 복잡다단함을 보여주는 연출로 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 제도나 싱글맘, 남녀 관계의 책임감에 관한 주인공들의 이기적이고 미약한 윤리의식을 미화된 해피엔딩이라는 형식으로 은근슬쩍 무마하려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겼다.

뒷심 부족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연애시대>는 연애 그 자체를 넘어서 인간관계의 복잡 다양성과 행복의 의미, 그리고 극적 갈등 자체보다 인물들간의 미묘한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구성으로 멜로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데 의미를 찾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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