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 너무 화려해!

겉모양에 너무 치중... '부담스러워'

등록 2006.05.25 15:59수정 2006.05.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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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세상에서 가장 싼 것이 책'이라는 내 생각이 때로 흔들리는 때가 바로 표지에 불필요하게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이다.(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싼 것이 책'이라는 내 생각이 때로 흔들리는 때가 바로 표지에 불필요하게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이다.(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 안소민

빈한한 내가 VIP 고객으로 취급받는 곳은 그나마 모 대형서점 뿐이다. 플래티늄 고객으로 등록되었으니 소득 대비 책값에 지불하는 금액이 크다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열혈로 책을 읽는 사람은 아니다. 이미 산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다른 책을 사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렇게 읽지도 못한 채 쌓여가는 책을 볼 때마다 ‘이젠 저 책부터 다 읽고 새로 사야겠다’ 마음 먹었다가도 책방에 가면 빈손으로 오질 못한다. 말하자면 나는 책에 관해서만은 ‘충동구매’를 밥먹듯 하는 사람이다.

겉이 화려해진 책들


서점에 가면 늘 그런 생각이 든다. 저 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을까. 전시된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란 말이 무색해진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쏟아져 나오는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일주일에 한권씩 읽는다해도 1년에 50권, 20년을 읽어야 1천 권 밖에는 되지 않는다. 일상이 바쁜 사람들에게는 불가항력이다.

서점에 깔린 책의 양에 질리는 것 못지 않게 눈을 끄는 것은 너무도 화려해진 책들의 표지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고 했듯, 최근의 책 특히 표지 디자인은 독자들의 눈을 끌기 위하여 안간힘을 다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과거와는 다르게 세련된 디자인은 그간 책 디자인이 많이 진화했다는 생각이 들어 나름대로 흐뭇하기도 하다. 비주얼(Visual)을 중시하는 젊은 독자층에게 호소하려면 표지의 세련됨이나 화려함 그리고 자극적인 카피는 출판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은 걸핏하면 양장본으로 등장하는 책들과 책 내지의 질이다. 불필요하게 너무 겉만 중요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양장본이 너무 많다


며칠 전 산 영문판 서적은 580 페이지나 됨에도 불구하고 양장은커녕 표지와 내지 전부 볼품없기 짝이 없었다. 표지는 너무 평범한 200g 정도의 종이를 쓴 것 같았고 그나마 환경을 생각해서인지 그 흔한 비닐코팅조차 하지 않았다.

내지는 많은 양서(洋書)들이 그렇듯 재생지를 썼음에도 내가 그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잠시 동안 그 책의 내용을 보고 읽을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런데 마침 어제 서점에 갔다 내가 산 그 서적이 한글판으로 번역되어 나온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두꺼운 양장본에 내지도 미백을 자랑하는 용지였다. 두께는 20% 정도 더 두꺼워보였으며, 번역료를 지불하기 때문인지 책값은 7천원 정도 더 비쌌다. 같지만 다른 두 개의 서적을 대조해 보니 번역판의 겉포장이 너무 화려해 보였다
.
포장은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수단일지 모르지만, 최근의 책들은 너무 겉에 치중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값 거품, 조금이라도 뺐으면

나는 책이 세상의 다른 모든 상품보다 가장 싸다고 생각한다. 한두 끼 정도의 식사비로 자신의 인생을 바꿀 만한 책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은 독자에게 무엇인가 유익한 것을 전달하려고 하기 때문에 책을 읽어 해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가 책을 산다고 하면 무슨 책을 사는지 묻지도 않고 서슴없이 아이에게 돈을 내주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학에 다니는 아이가 가끔 불만을 내뱉는 것에 대해서는 많이 공감하는 편이다. 양장본은 너무 무겁고 펼쳐서 보기가 오히려 더 힘들다는 것이다. 내지도 굳이 그렇게 좋은 종이를 써야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다.

출판하는 많은 사람들은 ‘좋은 책은 독자가 먼저 알아본다’고 한다. 아무리 겉이 화려해도 내용이 좋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맞는 말인 것 같다, 비주얼을 중요시하는 세태에서 책읽기는 TV나 컴퓨터보다는 불편하고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그래도 책을 읽는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은 그 내용에 공감을 하고 빠져들어서다. 겉도 좋고 속도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겉을 화려하게 꾸미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

출판하는 분들이 말하는 출판의 어려움이나 유통에서의 신고(辛苦)를 굳이 열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지 않는 세태, 아직 낙후한 유통체계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최근에는 월드컵과 여름 휴가 등에 밀려 그렇지 않아도 팔리지 않는 책이 더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어려움을 알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싼 것이 책'이라는 내 생각이 때로 흔들리는 때가 바로 표지에 불필요하게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이다.

얼마되지 않는 용돈을 쪼개어 책을 사는 아이들에게 책값은 아직 비싼 것인지도 모른다. 책의 값어치는 비싸든 싸든 그책에 매겨진 가격에 있지 않다고 하는 내 말에 아이는 공감하면서도 묻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책이 화려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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