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소방수를 아시나요?

장시간 비행 진화... 차량 운전 피로의 3배

등록 2006.05.25 17:46수정 2006.05.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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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러시아 불곰의 산불진화장면

러시아 불곰의 산불진화장면 ⓒ 조복연

조종경력 20년 이상, 비행시간 5000시간이상, 산림청 산림항공관리소에 들어와 산불 잡는 불사조로 변신해 산불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러시아 불곰(KA-32T·카모프)을 조종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산불이라는 화마와 싸우면서 항상 외치는 말은 '산불은 한 그루의 나무가 타는 것이 아니라, 30~50년의 장구한 세월이 탄다'는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남다를 애착과 사명감에 차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다행히 작년에 비해(2005년도에는 412건에 2027㏊ 산림피해가 발생했고, 2006년에는 338건에 228ha의 산림피해가 발생) 대형산불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봄철산불이 종료되는 5월 31일까지는 하루하루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꽃피는 봄날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나들이 한번 가보지도 못하는 그들, 언제 발생할 지도 모르는 대형산불에 대비 즉각 산불현장에 출동하기 위해 주말도 반납하고 산불과 싸우는 그들, 바로 하늘을 나는 소방수들인 산림청 산림항공관리소 직원들이다.

산불 진화는 바람과의 전쟁

a 산림병해충항공방제장면

산림병해충항공방제장면 ⓒ 조복연

산불과의 싸움은 전쟁이다. 더 정확히는 바람과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초속 15㎧이상 바람이 불면 강풍경보가 내려지고 이런 강풍 속에서는 민간대형여객기도 운항을 중단한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작은 헬기가 산불을 진화한다고 비행하는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이다.


그러나 산불로 우리의 소중한 산림이 타들어가는 것을 앉아서 볼 수만은 없는 것이 그들의 마음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산림지형은 워낙 지세가 험해서 바람의 진로를 수시로 바꾸어 놓아 요란기류를 만드는데, 때로는 헬기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으로 운항을 두렵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요란기류는 화세를 여지없이 강하게 만들어 우리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우리가 물을 담수해서 진화를 하는 속도보다 화세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항공기가 동원되고 거기에 따르는 위험한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산불진화는 '오조준'으로 진화해야 되는데, 바람의 방향과 세기 그리고 수목 초두부로부터의 높이를 계산하여 물을 뿌리는 시기와 조준거리를 비행 감으로 결정해야 되는 것은 고난도의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일이다.

대형항공기가 지면과 가까이에서 담수하면 강한 하강풍으로 많은 민원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긴장된 상태에서의 장시간 비행은 같은 시간 차량운전에서 쌓이는 피로감의 3배에 이른다.

하루 8시간의 산불진화를 했다면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24시간 노동의 피로감이 생기게 되고, 또한 이러한 산불진화가 일주일 이상 계속된다면 그야말로 몸을 혹사시키면서 사력을 다해 산불과 싸우는 것이다. 평소 운동을 통해 체력단련을 중요시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산불과의 싸움을 전쟁에 비유하는 것이다.

장시간 비행 진화... 차량 운전 피로의 3배

봄철 산불의 특징은 강한 바람과 화세 그리고 황사로 인한 시정장애이다. 이러한 새가지 요소가 악재로 작용하여 대형산불로 이어지는데, 이럴 때 헬기조종이 힘들고 초동진화가 매우 어렵다.

시정 1마일의 장거리 항법은 조종사를 혼동으로 빠지게 하고, 강한 바람은 헬기운항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상황에서 화마가 민가를 덮쳐 이재민이 발생하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낙산사)이 전소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할 때 우리의 할 일을 다 못한 죄책감이 들 때가 심적으로 가장 어려울 때이다.

하늘의 소방수들이 가장 보람있을 때는 언제일까. 산불을 초동진화를 해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였을 때다. 산불진화는 주로 러시아 불곰(KA-32T)을 운용하는데, 이 불곰은 한번에 저수지에서 3톤(3000ℓ)의 물을 담수하여 소화약제(비누거품을 이용 불과 공기를 차단)와 섞어 화두에 살포한다.

산불이 발생하면 무조건 물만 살포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전체적인 상황을 살펴서 상황을 파악하고, 추가헬기를 요청하기도 하고, 임무우선 순위를 정하여 산불을 체계적으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임무우선순위는 인명구조, 문화재보호, 중요시설, 산림보호 순이다. 일단 진화방향이 결정이 되면 투입된 항공기와 교신을 통해 집중적으로 산불과의 전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임무를 완수하여 뭔가 해냈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보람있다.

a 항공기안전결의를 한 후 헬기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

항공기안전결의를 한 후 헬기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 ⓒ 조복연

산림항공관리소의 임무는 크게 산불진화, 산림병해충, 인명구조, 국가재난발생시 구호물품공수, 야생동물먹이주기 등 헬기를 이용한 다양한 업무이다.

특히 산불기간이 종료되면 5월중순부터 9월중순까지 소나무재선충병, 돌발해충, 밤나무해충 등 각종 산림병해충항공방제에 집중투입 된다.

이 임무 또한 고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은 임무수행으로 수목 초두부 10m 이내로 초저공비행을 하면서 산계곡을 누비면서 항공방제를 한다. 이때 고압선, 삭도선, 전화선, 독립수목 등 기타장애물들로 매우 위험하다. 초저공의 빠른 속도(60~80㎞)로 약을 살포해야 하고, 헬기의 밀폐된 공간에서 40도 이상의 더위와 싸워야 하는 것이다.

하늘의 소방수, 산림항공관리소 직원들은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오늘도 종행무진 하늘을 누빈다.

덧붙이는 글 | 숲은 우리들에게 수많은 혜택을 주는 만큼 우리는 숲을 지켜야 한다.

덧붙이는 글 숲은 우리들에게 수많은 혜택을 주는 만큼 우리는 숲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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