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의 홈페이지 첫화면.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낸 전여옥 의원이 23일 자신의 홈페이지(www.oktalktalk.com)에서 박근혜 대표 피습 후 병상엘 달려가 동생 박지만씨를 만나는 등 일화를 소개한 글이 화제다.
전 의원은 일본인 언론인의 말을 인용해 "박근혜 대표를 미워하는 것은 이 세상 가장 힘든 일"이라며 "절제된 언행과 진지한 태도, 사심 없는 정말로 드문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결코 모진 인생에 패배하지 않고 바위처럼 굳건하게 흔들림 없이 살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는 박 대표의 말도 전했다.
다음은 전 의원이 올린 글 전문이다.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여성의 선택
오케톡톡 친구 여러분,
얼마나 놀라셨어요?
저도 겨우 이틀전 일인데
한 몇 년은 흐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을까-
참으로 가슴아프고 또 아팠습니다.
그 동안 박근혜 대표의 경호문제는
계속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저도 염려는 됐는데
'설마 박근혜 대표에게 누가 해코지를 하겠어?'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 일본에서 온 한 저명한 언론인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박 대표도 인터뷰를 했지요.
제가 박 대표에 대한 인상을 묻자
그 분은 일본인 특유의 조심스러움을 떨치고
담박에 답했습니다.
"박근혜 대표를 미워하는 것은
이 세상 가장 힘든 일"이라고,
절제된 언행과 진지한 태도,
사심 없는 정말로 드문 정치인을
만났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그 말에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말에
저는 안심했던 모양입니다.
피습소식을 듣고 병원에 허겁지겁 달려가니
박 대표는 이미 수술실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수술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일단 박 대표 입원실을 저보고
정해달라고 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병동 방을 둘러봤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은 아주 크고 넓은 병실과
조촐한 병실을 두 군데 보여줬습니다.
제 1야당의 대표이니 회의실도 있는
큰 병실을 사용할 것이다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박 대표를 쭉 보아온 저는
당연히 작은 병실을 선택했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도 항상 이코노미를 타고
모든 점에서 단촐하고 수수하게
살아온 박 대표니까요.
병실에서 수술이 끝나는 박 대표를 기다리는데
동생 박지만씨가 부인과 함께 왔습니다.
저는 몇 번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날 상황이 무슨 이야기를 나눌
분위기도 아니었구요.
박지만씨는 매우 누님을 걱정했습니다.
"우리 집은 조금만 어떻게 됐다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해요, 그런데..."
말을 잇지 못하더군요.
저 역시 할 말이 없어 가만히 있었습니다.
박지만씨는
제게 물었습니다.
"우리 누나 좀 아시죠?"라고--
글쎄--남동생 되는 분한테 갑자기 받은
이런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그래도 지난 박 대표와의 2년이
제겐 길고 오랜 시간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누나는 우리 집 식구 중에
제일 강하고 내공이 쎈 분이죠.
이번 일도 누나는 잘 이겨낼 거에요.
다른 사람 앞에서 결코 흐트러지거나 아픈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을 거구--"
그때 노인 한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옷차림이 아주 소박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따뜻하고 교양 있고
너무도 좋은 분이어서 '누구실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그때 잠깐 밖에 나갔다 들어온 박지만씨가
"이모-" 하고 불렀습니다.
아... 육영수여사의 여동생이시구나,
그러고보니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인자함이 가득한 표정이
닮았구나 싶었습니다.
그 분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하시며
금새 지갑을 들고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음료와 삼각김밥 같은 것을
잔뜩 사오셨습니다.
애쓰는 분들 드시라며 옆방의 당직자와
간호사실에 갖다주시더군요.
이웃집에 사시는 따뜻하고 인정 많은
할머니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박지만씨 역시 중년이 넘어서도
누나한테는 특별한 애착을 갖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남자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우리와 다른 것은
이 사람들은 우리가 겪지 못한
엄청난 '개인사'를 겪었다는 사실이지요.
그러다가 소용돌이 역사 속에서 비껴 나와서
이제는 우리 곁의 평범한 사람들로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가족들 가운데
여전히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는
유일한 인물은 박근혜 대표일 것입니다.
결코 모진 인생에 패배하지 않고
바위처럼 굳건하게 흔들림 없이
살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는
박 대표의 말--
어둠이 짙게 깔린 창 밖을 내다보며
저는 한 인간이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박근혜 대표는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바위처럼 사는 '인생'을 선택했다고 말입니다.
외롭고 고독하나
결코 흔들림없이 그 자리에 있는
강인한 한 여성으로 말입니다.
2006년 5월22일
전여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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