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쓰나미'에 정책선거 초토화

동정여론 등에 업고 한나라 독주... 매니페스토 '물거품' 정략 대결 변질

등록 2006.05.29 10:58수정 2006.05.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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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주진 기자]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 사건이 5·31 지방선거의 모든 이슈를 압도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른바 '박풍'이 선거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20일 발생한 박 대표 피습 사건은 선거 중반의 중요 변수로 등장하면서 막판 선거 판도는 물론 선거 이후 대선을 둘러싼 여야 역학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피습 사건 이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지지율 격차가 배 이상으로 넓어지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전북 등 일부 호남권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에서 열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세·접전 지역으로 분류됐던 서울, 수도권에서도 한나라당에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조차 '전패'는 불 보듯 뻔하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박 대표에 대한 동정 여론이 한나라당에 대한 표 쏠림 현상으로 나타남에 따라 선거 국면이 매니페스토 정책 대결에서 정략 대결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도 우려할 점이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 초반 약속했던 매니페스토 정책보다는 국민 감성에 호소하는 선거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언론들도 후보들의 정책 공약 검증을 기획 시리즈로 다루며 매니페스토 바람에 편승했지만, 피습 사건 직후 선거 이슈를 일제히 박 대표 피습 사건으로 초점을 맞췄다.
여성계는 11대 여성정책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후보자의 여성정책 검증으로 정책선거 풍토를 만들겠다는 취지가 이번 피습 사건으로 빛이 바랬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인물이 아닌 정당 바람이 선거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여 특정 정당의 여성후보가 아닌 경우 당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 이 때문에 여성계에선 여느 지방선거에 비해 많은 여성후보들이 출마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단체장은 물론 지방여성의원 확대에도 적신호가 켜졌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에서 '지방'이 사라지고 대권 전초전으로 변질된다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불행한 일"이라며 "한 정당이 지방정부와 의회 모두를 독식할 경우, 삶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지방자치가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피습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박 대표 자신이다. 사건 직후 박 대표의 지지율은 급상습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고건 전 총리를 제치고 대선주자 선두에 올랐다. 박 대표는 이번 사건을 통해 핵심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시켜 당내 대권주자로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는 분석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대권가도' 박 대표 차기대선주자 1위 등극


[주진 기자]당내 반박 세력인 이재오 원내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 소장파 간판인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로부터 우호적 지지를 얻어내는 것만으로도 박 대표에겐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김문수 후보는 선거 유세전에서 "만약 당선된다면 당선을 박 대표에게 바치겠다"고 외치며 박 대표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동안 팽팽한 대립구도로 점철돼왔던 여권 인사들과의 관계 개선도 기대할 만하다.

한명숙 총리는 사건 직후 박 대표에게 달려가 직접 위로하고 싶었다며 박 대표의 쾌유를 기원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도 "정치적으로 오버하지 말라는 박근혜 대표의 말을 듣고 정말 여장부구나, 보통 인물이 아니구나 생각했다"며 "박 대표의 의연한 대처에 존경을 표한다"고 위로했다.

박 대표가 자신의 이미지 업그레이드와 함께 독재자의 딸이라는 가해자의 위치에서 피해자로 국민들에게 인식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박 대표는 정치적 테러로 부모를 모두 잃은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 사건으로 부모에 이어 자신도 테러 희생자가 됨으로써 국민의 동정론을 확산시키고, 가해자의 후손이라는 멍에를 희석시키는 계기를 맞은 것이다.

박 대표의 갑작스런 인기도 상승은 피습 사건에 따른 동정 여론이 크게 작용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무기력한 개혁과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지방선거 표심으로 표출됐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 사건으로 인해 무엇보다 설왕설래하던 정계개편 논의가 선거 전부터 공론화되고 있어 앞으로 정계개편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도 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회의원의 절반 정도가 정계개편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고, 대선 전에 제3의 정당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은 여권의 분화에 의한 '여당발'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내부 분화에서부터 출발한 정계개편은 중도개혁세력과 보수세력 간의 합종연횡, 헤쳐모여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선 민주개혁세력의 단결을 내세우며 민주당과의 합당론에 힘을 싣고 있어 이 가운데 고건 전 총리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평론가들은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과 더불어 개헌론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16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내년을 넘기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같아지는 자연스런 기회는 2027년에나 오게 된다"며 "개헌을 하기에는 내년이 적기"라고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한명숙 총리도 5월 23일, "지금 추세로 보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방선거가 끝나면 개헌 논의는 정치권의 화두가 되지 않을까 전망된다"며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개헌론을 바탕으로 현 위기를 돌파해보려는 여권의 바람대로 야당 측이 개헌 찬성에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지방선거 이후 휘몰아칠 정계개편 후폭풍에 정치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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