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로 뜬 김정일을 찾아라?

대중문화로 소비되고 있는 김정일 캐릭터

등록 2006.05.30 15:09수정 2006.05.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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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북한에서 추앙받는 김정일과 남한에서 소비되는 김정일은 전혀 다른 캐릭터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김정일은 외모와 말투만 따와 가공되었다.

북한에서 추앙받는 김정일과 남한에서 소비되는 김정일은 전혀 다른 캐릭터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김정일은 외모와 말투만 따와 가공되었다. ⓒ 조선중앙통신/오인용


지난 5월 27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빼닮은 김영식씨 이야기를 소개했다. 김씨는 1995년 영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김정일이라는 캐릭터로 살아 왔다.

그동안 금기시 되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언급이나 묘사가 공공연하게 등장한 것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그를 만나 정상회담을 한 뒤부터다. 김씨 자신도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김정일과 닮도록 나를 낳아준 어머니 다음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며 “그분 덕에 TV와 광고에 나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미지가 ‘악마’에서 ‘다소 괴팍한 동네 아저씨’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이제 대한민국 사람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두려운 존재로 생각하기보다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소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요즘 표현을 빌린다면 ‘호감’은 아니지만 ‘비호감’도 아니라는 얘기.

문화비평가 조민수씨는 이에 대해 “김일성은 전쟁을 일으켰다는 책임을 지고 있는데 비해 김정일은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김정일 자체는 중립적이거나 무기력한 반면 강경파 군부가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김정일이라는 캐릭터에서 정치적 거부감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 정상회담 직후 김정일 국방위원장 캐릭터가 여러 업체에서 등장했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지금도 캐릭터로서 김정일은 주류 상품이라기보다는 소수가 다루고 있고 상업적인 성취보다는 특이 소재로 이용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탈북자 취재를 하고 있는 르포라이터 김영수(가명)씨는 “정상회담 이전 일부 북한 사람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남한 대중 앞에 서면 열광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었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런 기대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전하면서 “거꾸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공포를 부각시키려는 남한 일부 보수파의 시도도 잘 먹혀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문화비평가 조민수씨는 “김정일 캐릭터가 일종의 엽기 캐릭터로 소비되는 것은 친 김정일이나 반 김정일 세력 모두에게 달갑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면서 “김정일 캐릭터를 주로 소비하는 계층은 10대∼20대 인터넷 사용자층이며 이들은 이소룡을 ‘싱하형’이라는 캐릭터로 소비한 것처럼 김정일이라는 인물의 외형적 특징들을 골라 새로운 캐릭터로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두고 김정일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따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캐릭터는 외국에서도 심심지 않게 등장하고 있어 <팀 아메리카>처럼 비중 있는 악역으로 등장하거나 각종 CF에도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1983년 아웅산 테러, 1987년 KAL 858기 테러 사건을 직접 지시한 책임과 현재 요덕수용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처럼 국내에선 재미로 다뤄지는 김정일 캐릭터가 오히려 해외에선 보다 정치적으로 다뤄지거나 악역으로 등장한다는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a 해외에서도 김정일 캐릭터는 소비되고 있다. 왼쪽은 영화 <팀 아메리카>, 오른쪽은 유럽판 델 컴퓨터 광고.

해외에서도 김정일 캐릭터는 소비되고 있다. 왼쪽은 영화 <팀 아메리카>, 오른쪽은 유럽판 델 컴퓨터 광고. ⓒ Paramount/D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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